33회차
국민건강증진법, 국민여가활성화 기본법, 국민체육진흥법 이상 세 가지 법률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모두 '국민'을 '시민'으로 바꾸는 법안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예컨데 '국민건강증진법'은 '시민건강증진법'이 된다.
국민을 시민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두 용어의 기본적인 개념차이 때문이다.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 되는 국가의 구성원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 시민은 권리와 의무를 갖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민보다는 시민이 적합하다는 논리다.
그럴 수 있다. 민주공화국의 구성 주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국민보다는 시민이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바꾸는 문제는 다른 여러가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컨데 우리 법률에는 국민투표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국민연금법, 국민영양관리법, 국민참여재판법 등 '국민'을 제목으로 하는 법률이 매우 많다. 이 모든 법에서 국민을 시민으로 다 바꿔야 하나? 특히 우리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조다. 헌법의 국민도 시민으로 바꿔야 할까?
'국민'을 '시민'으로 바꾸는게 과연 시민을 위한 입법일까? 시민을 위한 입법은 부당한 법제도를 바로잡는 입법이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개선하는 입법이다.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개혁하는 입법이다. '국민'을 '시민'으로 바꾼다고 한들 시민의 지위와 권리가 향상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