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회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적법한 집회나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되, 위법한 시위는 규제함으로써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법률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는 장소를 지정하고 있는데,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무총리 공관,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경우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위 장소의 100미터 이내라 하도라도 일정 조건에 부합할 경우 집회 시위가 허용된다. 대체로 위 기관 고유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집회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현행법상 예외없이 100미터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장소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2024-5-31) 대통령 관저 및 국회의장 공관 인근 일대를 광범위하게 전면적인 집회 금지 장소로 정하는 것은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위헌적 요소를 개선하기 위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처리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개정 법률안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무총리 공관에 대해 원칙적으로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하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서 집회를 허용한다. 다시 말하자면, 대통령 집무실 주변 등도 국회의사당 인근과 유사한 예외적 집회 허용요건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 단서조항에 대해 역시 위헌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 개최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서 금지한 사전 검열에 해당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간 후 청와대 인근에서의 집회시위는 현저하게 줄었다. 물론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의 집회는 여전히 많지만, 예전처럼 청와대와 가까운 종로구 청운효자동 및 삼청동 일대에서의 집회는 거의 없어졌다. 이제 곧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온다. 이전처럼 청와대 인근이 다시 집회시위의 성지가 될 것인가?
청와대 인근에 거주하는 종로구민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무분별한 집회시위에 따른 악몽같은 시절을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집회시위는 대개 부당하게 침해받은 권리 회복을 주장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힘없는 서민들이 부당하게 교통권, 정주권이 피해받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