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시작하다
몸을 추스르고 오후가 다 되어서야 호텔 밖으로 나왔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기 위해서지만, 파리의 명소들을 차례로 방문하게 되었다.
목적지 : 에투알 개선문 - 샹젤리제 - 콩코르드 광장 오벨리스크 - 튈르리 정원(크리스마스 마켓) - 에펠탑
개선문으로부터 오벨리스크까지의 거리를 샹젤리제라고 부른다.
종교적 표현이 제한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특히 파리의 경우 크리스마스라도 특별한 느낌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과 보내는 전통이 있어,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대다수인 이 거리에는 프랑스인의 수가 훨씬 더 적었을 것이다.
지지난 밤에 길도 잃고 신발까지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다.
똑같은 장소의 꿈을 전에도 꾼 적이 있는데, 너무 생생해서 AI에게 해몽을 부탁했다.
신발은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 즉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혹은 동반자를 뜻한다고 했다. 아이 대학 입학과 더불어 카페 매니저를 그만둔 지금 상황에서, 심리적 해석을 해주었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그때의 느낌을 묻는 나에게, 발이 축축하고 불편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지금 삶의 목적을 잃고 헤매는 상황에서 엄마로서의 역할과 직업을 상실해 불안해하고 있지만, 괜찮은 척 그 감정을 감추고 억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튈르리 정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앞으로 계속 나오겠지만 함께 연결된 하늘, 자연인데 색도 질감도 다르다.
변한 건 계절 그리고 이쪽뿐이다.
이런 이국적인 느낌을 보러 가급적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겠지. 그리고 향수.
그건 개인의 추억과 더불어서 인류의 발자취를 회상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뭔가 북적거리는 인파의 소리가 없기 때문에, 와글거리는 것이 눈에 아른거리면 그게 바로 프랑스의 시장이다.
그때는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가 너무 따가웠다. 주변의 위로, 음악, 뉴스, 웃음소리, 울음소리...
가로등에 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땅거미가 지면, 돌아갈 시간이다.
샹젤리제 거리 양쪽에 각을 지고 다듬어져 있는 플라타너스나무에 빨간 조명이 들어왔다. 이게 크리스마스 시즌 명물이라고 한다.
에펠탑 근처 역에 잠시 내렸다. 탑에는 어느새 노란 불이 켜져 있었다.
나도 아이도 파란빛이 도는 환한 형광등이나 led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저녁에도 작은 노란빛 도는 주방등 하나에 의존하여 생활한다.
오히려 환한 천장등을 켜면 눈이 부시다며 둘 중 하나가 분명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
밤늦게 핸드폰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었는데, 둘 다 그 불은 눈에 안 부신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