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의 옷차림, 물가,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기
아련 주제를 조금 바꿔서- 삿포로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여러 가지들을 경험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해보면 어때?'하고 추천할 만한 게 있을까요? '이런 것도 해보면 좋겠다'는 것들?
형주 나는 딱 떠오르는 게 있어요. 얼마 전에 브런치에 직접 글을 쓴 적도 있는데 어떤 도시로 여행을 가서 대학교를 방문하는 거요. 브런치에 글을 썼던 이유도 대학교를 방문한 이야기를 주변인들에게 했을 때 저항(?)을 많이 받아서 썼었어요. 실제로 텐투텐 게스트하우스 스탭들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면서 이곳으로도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물어봤을 때 웃으면서 알려주긴 했지만 ‘대학을 왜 가지?’라고 의아해 하는 분위기가 읽혔거든요. 그런데 막상 글을 쓰니 브런치에서는 반응이 좋았어요.
아련 맞아요. 그 글 링크*를 같이 걸어야겠어요.
형주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여행지에서 대학교를 찾아가보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구나. 그 때 댓글을 달고 준 분들도 대학교 캠퍼스에 방문하면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기에도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일반적인 코스는 아닐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대학교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요.
아련 나도 동의해요. 특히 홋카이도 대학은 캠퍼스 크기가 어마어마해요. 찾아보면 1876년에 개교해서 현재는 일본 전체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이기도 하고요. 삿포로에 있지만 삿포로 대학이 아니고 ‘홋카이도’ 전체를 대표하는 곳이라서 그만큼 자부심도 있는 것 같아요. 삿포로 여행을 전후로 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라는 작품을 읽은 적 있는데, 홋카이도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예요. 그 마을에 사는 어른들은 자식을 열심히 키워서 삿포로에 있는 홋카이도 대학에 보낸 걸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걸로 그려져요.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삿포로로 떠난 자식이 고향으로 잘 찾아오지 않는데 앞으로도 그렇지 않겠냐며 체념한 모습도 나오더라고요. 소설이기는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우리나라와도 많이 비슷해서 공감이 됐어요.
형주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가는 시장 말고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작은 시장을 찾아서 가보는 것도 추천해요.
아련 음... 이건 반드시 삿포로 여행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여행을 여럿이서 같이 가더라도 멤버들이 찢어져서 각자 따로 여행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형주, 성훈 (끄덕끄덕)
아련 특히 삿포로는 즐길 수 있는 테마가 굉장히 다양해요. 커피랑 카페만 해도 하루 종일 돌아볼 수 있고 술이나 어떤 음식만 해도 하루 종일 볼 수 있어요. 패션 아이템만 찾아봐도 하루가 금방 가고요. 이번에 우리 셋이 여행 중 하루는 따로 다녔잖아요. 그 때 내가 찾아본 카페로 이동하면서 눈 쌓인 경치를 구경하는데 그런 기억들이 좋았어요.
아련 겨울에 삿포로를 가면 눈을 아무리 열심히 치워놓더라도 지상에서 이동할 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편이예요. 따뜻한 옷을 입고 따뜻한 신을 챙겨 신고 다니니 전체적으로 몸도 무거운 편인데 도로가 미끄럽거나 눈이 쌓인 경우도 많아서 걸을 때도 신경을 많이 써야죠. 그래서 걸어서 다닐 때 체력 안배를 잘 생각해서 여행 일정을 짜야해요. 여럿이서 여행을 간 경우 각자 컨디션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여행 중간 즈음 각자 시간을 보내면,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집중하고 재충전도 할 수 있고 저녁을 먹거나 술자리를 가질 때 서로 다녀온 곳을 소개하며 나누는 이야기가 훨씬 풍부해져요.
형주 우리 셋이서 니조 시장을 갔을 때도 각자 선택을 했잖아요. 그것도 좋았어요. 니조 시장에 막상 갔더니 모두가 해산물을 먹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성훈이만 우니동을 먹었죠.
성훈 그래서 서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죠.
형주 이걸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래서 여러 명의 여행 메이트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각자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나서 그 도시의 더 풍부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데 사실 멤버가 더 많을수록 가능한 이야기이거든요. 그런데 딱 둘이서만 여행을 가면 두 사람이 그냥 함께 다니게 되죠.
아련 둘이서 여행을 가는 경우에 둘 다 여행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면 괜찮은데, 보통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어느 정도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행 경험이 많은 쪽이 예약이나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조사를 마스터하고 있으면 각자 다니기 힘들죠. 그런데 여행 메이트가 3명 이상만 되어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2명 이상이라면 그 그룹이 나뉘어서 돌아다니기도 더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성훈 사실 삿포로 여행을 두 분과 함께 간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커플 여행에 너 혼자 왜 끼어서 가냐고 엄청 저항을 많이 받았어요.
아련, 형주 하하하하
형주 여행을 같이 가더라도 이렇게 각자 보내는 시간들이 따로 있어서 나눠졌다가 다시 같이 다니다가 그런 경험들을 나누면서 여행의 재미가 더 커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커플이라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가면 깬다’ 꼭 그런 건 아니죠.
성훈 저도 커플 여행에 괜히 끼는 거 아닌가, 라는 부분이 가장 걸렸어요. 그런데 두 분이랑 같이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승찬형이 적극적으로 괜찮다고 가보라고 영업해줘서 거기에 기꺼이 걸려들었죠. 막상 갔을 때는- 오히려 내가 이득이었어요. 회계는 누나가 알아서 다 맡아주고, 갈 곳이랑 스케줄은 형이 알아서 다 관리해주고. 거기에 내가 아는 정보를 조금 얹이기만 하면 되어서 정말 편했어요.
형주 승찬형이 그 때 꼬시면서 그랬잖아요. “얘네랑 가면 편해”
아련 하하하하하
성훈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즐기다가 ‘이거도 할게요’ 이러면 되고-
아련 그런데 정말, 괜찮았어요? (급진지)
성훈 당연하죠. 더 불편한 사람이랑도 여행을 가봤는데. (하하하하하)
형주 2월 삿포로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우리랑 다시 여러 번 여행을 간 것 보면 확실히 편하긴 편했나 봐요.
성훈 그렇죠.
아련 ‘꼭 짝을 맞춰야 한다’ 그것도 그런 것 같아요. 나는 2월 삿포로 여행에 우리 셋이 가서 좋았던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데, 숙박비를 아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형주, 성훈 중요하죠.
아련 1년 중 삿포로 물가가 가장 비싸지는 시기가 겨울 눈 축제 기간과 여름 맥주 축제 기간인데, 그 중에서 우리는 눈 축제(유키 마츠리) 기간에 걸쳐서 삿포로를 갔었어요. 그런데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나서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너무너무 비싼 거예요. 여행 메이트가 셋 이상이 되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도 편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트리품룸이나 쿼드러플룸, 가족룸 등을 이용하면 독립된 공간을 사용하면서 비용은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요. 이번 여행에서도 우리가 첫 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족룸(단독 화장실O)을 사용했고 둘째 날부터는 카락사 호텔 트윈룸에 엑스트라 베드를 넣어서 지냈어요. 실제로 2인용 숙소를 잡는 것보다 다 저렴했죠.
형주 경제적인 이유도 중요하죠. 어찌되었든 여행에서 모든 일정을 다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성훈 그 날의 저녁은 같이 먹는다, 그렇게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죠.
아련 2월 삿포로 여행에서도 내가 잠이 많은 편이고 피곤해서 먼저 자러 숙소에 들어갔던 적이 있잖아요. 그 때 나는 숙소에 들어가서 사람없는 대욕장에서 온천을 느긋하게 즐기고 피로를 싹 푼 뒤에 방에서 책을 뒤적뒤적하면서 한가롭게 쉬는 시간을 가진 게 참 좋았어요.
성훈 저도 삿포로를 떠올렸을 때 ‘외로웠지만 따뜻했다’, ‘그립다’라는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이유가 혼자만의 시간도 가졌고, 함께 왁자지껄하게 나누는 시간도 가져서 그런 것 같아요. 혼자서 그 거리를 걸으면서 조용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눈 내린 풍경을 보고. 그런 것들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어요.
형주 그 때 성훈이는 혼자서 먹고 싶은 라멘이 있다고 유명한 집을 밤늦게 찾아갔고, 나는 혼자서 호기롭게 멕시칸 요리 주점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죠.
아련 기억나요! 실패한 경험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모여서 얼마나 참혹하게 실패했는지 ㅋㅋ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웃겼어요.
형주 피곤한 사람은 먼저 들어가서 자고, 다리가 아픈 사람은 따로 좀 쉬어가고. 다 함께 여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무리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연인이나 부부, 가족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어요. 여행가서 꼭 따로 다녀보세요.
아련 그러면.. 삿포로 여행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어요?
성훈 눈. 눈이 좋았지만 불편하기도 했죠.
형주 개인적으로는 2017년 1월에 삿포로를 갔을 때도 그랬고 이번 2월에 삿포로를 갔을 때도 보행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걷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겨울용 등산화를 장만해서 신고 갔어요. 실제로 삿포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올리는 질문이나 글을 보면 엄청난 방한 용품을 다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신발도 비싼 거 장만하고, 각반이나-
아련 나! 나다. 2017년 1월에 처음 삿포로를 갔을 때 정말 열심히 챙겼죠. 우리나라보다 춥다고 해서 정말 바리바리 방한 용품을 챙기고 엄청 껴입고 각반까지 차고 다니고...
형주 그러니까요. 그런데 가본 사람으로써 삿포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자면, 삿포로 시내와 오타루 시내 정도를 다닐 거라면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충분해요. 우리나라에서 입는 겨울 패딩에 히트텍 같은 내의 챙겨입는 정도?
아련 나도 2017년 1월 삿포로 첫 여행에서는 각반까지 챙기고 신발로 소렐 스타일의 방한화를 챙겼었어요. 그런데 이번 2월 여행에서는 그냥 일상 생활할 때 신는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하나도 불편하진 않았어요.
형주 만약 겨울에 비에이, 후라노처럼 시골 마을까지 렌트해서 들어간다면 조금 신경써서 챙겨야겠지만, 삿포로 시내와 오타루 시내 정도 계획하고 있다면 그냥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입는 것들? 신는 것들 정도만 해도 충분할 거예요.
아련 2017년 1월에는 옷도 너무 두껍게 껴입고 갔더니 더웠어요. 특히 내의를 껴입고 실내에 들어가면 갈아입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실내는 충분히 따뜻해서 어딜 들어가도 다 더운 거예요. 혼자 얼굴이 빨개지고... 겨울 패딩을 챙겨 입으면 오히려 안에는 얇은 기본 티에 가디건 정도만 챙겨 입어도 좋을 것 같아요. 얇은 옷을 여러 겹 레이어드해서 언제든지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젤 좋아요. 징기스칸 식당 같은 곳은 불이 바로 앞에 놓여있으니 반팔 입고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옷을 두텁게 입는 것보다도 목도리, 장갑, 모자, 이런 것들을 잘 챙겨서 부분부분 방한을 잘 챙기는 게 유용할 거예요.
성훈 그러나 어차피 유니클로 쇼핑을 할 계획이라면-
아련, 형주 하하하하하하하
성훈 우리나라보다 싸기 때문에, 애초에 옷을 좀 덜 가지고 와서 유니클로, GU에서 여럿 득템해서 돌려 입는 것도 추천합니다. (하하하하) 신발은 너무 무거운 것보다는 하이탑에 걷기 편한 무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소렐 신고 다니는 사람이 보이긴 했지만- 사실 서울이 더 추운 것 같아요.
형주 삿포로가 훨씬 북쪽인데 서울이 더 춥다고 느껴졌어요. 신기하죠.
성훈 찬 기운이 빌딩들 사이를 타고 지나가는 게 더 춥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아련 삿포로 여행하면서 또 한 가지 신경 쓰였던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물가가 조금 비싸다는 점. 우리가 막 낭비하면서 썼던 건 아니었는데 기본적으로 서울보다 체류비가 조금 더 든다고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성훈 아무래도 여행이다 보니 기분 좋을 정도로 먹고 마시려면 한국에서 먹고 마시는 데보다 조금 더 괜찮은 데를 찾게 되잖아요.
아련 그렇죠. 그래서 당연히 지출이 더 많은 것도 있는데, 일본 내 다른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도 삿포로가 물가가 조금 비싼 것 같아요. 도쿄는 원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니까 제외하고, 오사카랑 비교했을 때도 그런 느낌이예요. 아마도 다른 도시에서 한 끼 식사를 한다고 하면 보통 메인 디쉬 하나를 고르면 되잖아요. 그런데 삿포로는 가장 대표적으로 유명한 먹거리들이 털게, 우니, 징기스칸, 스프카레, 뭐 이런 것들이예요. 털게랑 우니는 그냥 딱 비싼 것들이고 징기스칸은 보통 1인당 1인분 하나씩만 먹고 끝나지 않죠. 스프카레가 그나마 단품인데, 기본적으로 만원이상 생각해야 하니 다른 지역보다 조금씩 식비가 더 비싼 것 같아요.
형주 그래서 중요한 게 노미호다이와 타베호다이***를 잘 이용하는 것인데- 진짜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해요. 어중간하게 특색이 없는 집에서 노미호다이나 타베호다이를 하면 입만 버리고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요. 절약해서 먹어보자, 하고 노미호다이를 시작했는데 어중간한 집에서는 생맥주도 맛이 없을 수 있어요.
성훈 으으
아련 기껏 노미호다이나 타베호다이를 했는데 무제한으로 나오는 메뉴들이 중박도 아니고 그냥 배를 채울 수는 있지만 왜 이런 걸 먹고 있나 싶은 퀄리티의 것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노미호다이나 타베호다이를 하려면 괜찮은 가게인지 후기를 꼼꼼히 보고,, 너-어무 저렴하기만 한 곳을 가는 것보다 쪼금 가격대가 있어도 괜찮은 곳을 가는 걸 추천합니다. 어차피 무제한으로 먹으면 양껏 먹을 수 있으니까요.
형주 일본 여행이라면 지역이 어디든 공통된 점이긴 한데, 그래서 편의점을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죠.
아련 그리고 지금 기억난 것이- 혼자서 나름 카페 투어를 하기로 결심한 뒤에 바리스타트 카페는 외부에서 구경만 하고, 고슴도치 카페를 갔어요. 거기서 읽던 책을 끝낸 다음, 카락사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카페 랑방****을 갔었거든요.
형주, 성훈 아아, 기억나요.
아련 고슴도치 카페에서 근처에 있는 다른 카페 중에 가볼 만한 데가 있는지 검색을 했었어요. 구글맵을 최대한 확대를 하면 근처 가게들이 나오는데 거기서 평점이랑 리뷰를 읽고 판단을 했죠. 카페 랑방은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의 카페였어요. 일본의 옛날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그리고 원두도 10종류 정도의 다양한 원두를 구비하고 있고 커피 맛도 좋았고요.
형주 거기도 분위기가 독특했어요. 옛날 카페 느낌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서.
아련 그런데 거기를 찾아가려고 여러 리뷰를 보면서 느낀 점이 흡연에 대한 건데요,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본의 흡연 문화 때문에 놀라는 분들을 꽤 봤어요. 사실 일본은 아직도 음식점 안에서 흡연을 하는 곳이 훨씬 많고 어디를 가나 흡연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기본이예요. 그런데 2월 삿포로 여행을 하면서 정말 크게 실감했던 게 삿포로 시내에서 흡연 문화가 엄청 많이 바뀌었구나, 라는 거였어요. 기본적으로 번화가는 금연 구역이 다 설정되어 있었고, 음식점들도 원래 흡연이 가능했지만 금연으로 정책을 바꾼 곳들이 정말 많이 보였어요.
형주 2017년 1월에 삿포로를 여행했을 때와 확연히 달라진 게 실감났어요.
아련 카페 랑방도 구글맵에서 리뷰를 찾아봤을 때는 1년 전 리뷰만 해도 ‘카페 안에서 담배를 다 핍니다. 주의하세요’ 이런 내용이 많았어요. 그런데 2018년도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카페 랑방도 금연으로 바뀌었대요. 2월에 내가 찾아갔을 때도 그랬고요. 혹시 일본의 흡연 문화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분이 계시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삿포로는 확실히 많이 바뀌고 있다고.
아련 그러면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해볼까요? 삿포로에 나는 다시 가고 싶다?
성훈 삿포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여행 자금만 있다면 다시 가고 싶어요.
형주 나는 가서 살 수 있으면 살고 싶어요. (강적이다)
아련 우리가 이야기한 내용을 봤을 때 사실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죠. (크크) 그러면 다시 삿포로에 가서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하고 싶어요?
형주 오늘 이 대화를 하면서 생각했던 건데, 워킹 홀리데이 같은 형식이든 아니면 정말 가서 살게 되든지 간에 내가 삿포로에 다시 가서 살게 된다면 정말 내 단골집 삼아서 매일 매일 들르고 싶어요.
아련 아루코를?
형주 (당연하다는 눈빛) 징기스칸이랑 스지, 라이스 하나씩 딱 시키고. 고구마 소주도 시켜서 조용히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심지어 대사도 상상이 됐어요. 징기스칸또, 쓰지또, 라이수 오네가이시마스. 이모 소츄 오네가이시마스. 그러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다시 가서 딱 하나를 한다면 아루코를 갈 것 같아요. 삿포로와 아루코는 이제 나에게 떼어놓을 수가 없어요.
아련 성훈이는?
성훈 저는 걷고 싶어요. 많이 걷고 싶어요.
아련 겨울에도? 2월 삿포로 여행에서 많이 못 걸어다녔어요?
성훈 겨울에도요. 많이 걷다가 추우면 근처 라멘집 들어가서 뜨끈뜨끈한 라멘 한 그릇 먹고 다시 충전하고. 또 나와서 다시 걷고. 걸으면서 삿포로의 풍경을 눈에 많이 담고 싶어요. 사람이 붐비는 곳이든 적은 곳이든 계에에에속 걸어다니다가 다리가 많이 아프고 지치면,
아련, 형주 대욕장으로 간다?
성훈 그렇죠. (하하하하) 그럼 다시 시작이죠. (하하하)
아련 나는 다시 간다면- 렌트를 해서 돌아다니고 싶어요. 삿포로 밖으로 시골 마을까지.
형주 안 해 봤던 걸 얘기하기 있어요?
아련 내 맘입니다. (하하하) 사실 북해도하면 영화 <러브레터>가 떠오르잖아요. 한없이 넓은 들판에 눈이 새하얗게 깔려있는 그 장면들이 실제로도 궁금해요. 홋카이도 대학에서 본 설경도 장관이었지만 삿포로보다 더 시골로 가면 더 아름다운 장관들이 펼쳐질 게 너무 기대돼요.
형주 안 해 본 것도 이야기하면 나도 하고 싶은 거 많아요!
아련 한 가지만 골라야 돼요. (크크크)
형주 그럼 나도 차를 렌트해서 홋카이도 일주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련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니까. 그럼 아루코 포기하고 렌트로 가나요?
형주 (동공지진)
아련, 성훈 하하하하하
아련 한 가지만 고르라고요. 아루코 포기해요?
형주 (동공지진22) 지금은 아루코예요. 아루코에 다시 가고 싶어요.
아련, 성훈 하하하하하
성훈 그럼 다음 여행은 하코다테로?
아련, 형주 하하하하하
아련 그런 비전을 그리고 있죠. (결연) 올해 TV에 삿포로가 엄청 많이 나왔어요. 여행을 다룬다, 하는 프로그램에는 정말 싹 다 나왔거든요. 그 정도로 삿포로가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삿포로는 이제 곧 오사카처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런 타이밍에 북해도 내 소도시, 더 작은 마을들로 시선을 돌려서 빨리 다녀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형주 진짜 하코다테부터 쭉 북해도 내 소도시들을 돌아보고 싶어요. 일본을 여러 번 최근 다니면서 느낀 게 일본어를 잘 못 하더라도, 혼자 가더라도 정해진 가장 큰 도시만 다니지 않고 작은 도시, 작은 마을들을 돌아다니고
싶어요.
아련 생각만 해도 좋으네요. 그럼 하코다테에서 다음 북해도 모임을 기대할게요. 헤헤
(다음은 3월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여행 가서 대학교 따위를 왜 가는 거야?' https://brunch.co.kr/@smulsmul/7 written by 스멀스멀
** 여행을 가기 전이나 다녀오고 난 뒤에 그 지역과 관련된 문학 작품을 찾아 읽는다. 삿포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을 찾던 중 마침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코다 이발소>라는 소설이 북해도 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 읽었다. 우리 나라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공중그네>일텐데 조곤조곤하지만 정겨운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이야기꾼으로 유명하다. <무코다 이발소>는 과거 탄광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노령 인구만 남아 정겹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나라의 강원도 마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 '마시다'와 '먹다'라는 동사 뒤에 放題(-ほうだい, 뜻: ~하고 싶은대로)를 붙여서 '飲み放題(노미호다이)'와 '食べ放題(타베호다이)'라는 용어가 탄생하였는데 말그대로 주어진 시간동안 마시고 싶은 만큼 마음껏 마시고,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는 제도다. 웬만한 이자까야, 주점들은 노미호다이와 타베호다이가 다 존재하는 것 같다. 시간은 60분, 90분, 120분 정도로 나눠지는데 노미호다이의 경우 저렴한 곳은 2천엔 내외, 타베호다이의 경우 3천엔 내외가 많다. 보통 2천엔 정도의 노미호다이를 하면 생맥주나 하이볼 포함 칵테일 4잔 이상 먹으면 이득이다. 노미호다이를 한다고 시작하면 직원이 첫 주문을 받으며 알려주고 끝나기 10분 전쯤 테이블을 찾아와 노미호다이가 끝나가는데 마지막 주문을 하라고 이야기해준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괜찮은 가게에서 타베호다이(식사+음료 무제한)를 잘 이용하면 알차게 맛있는 음식을 배터지기 직전까지 먹을 수 있다. 삿포로에서는 타베호다이를 시도하지 않았는데 후쿠오카에서 대게 타베호다이를 하고 나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 카페 RANBAN 정보는 https://goo.gl/maps/5yveLy81bLN2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