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의 음식, 맥주, 그리고 바다, 바다!
아련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특히 음식을 먹을 때 여러모로 우리의 기대를 빗나가는 경험들을 많이 했네요. 그래도 돌이켜 보면 매번 불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었거든요. 맛있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던 순간들도 여럿 떠오르는데, 다들 어땠어요? 기억에 남는, 맛있었던 음식이 있나요?
형주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숙소 근처에서 먹었던 시오 라멘*도 맛있었어요.
아련 엇, 난 시오 라멘 먹은 기억은 없는데. 내가 도착하기 전에 먹었던 거예요?
형주 네, 아련이 도착하기 전 날 한 번 먹었어요. 진짜 깨끗하고 깔끔한 맛에 그냥 딱,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형주 소키 소바(오키나와 소바)도요. 내가 알기로 ‘소바’는 메밀로 만든 면이 들어간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오키나와에서는 ‘소바’라고 쓰여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면이 메밀이 아니었어요.
아련 나는 제대로 된 소키 소바를 못 먹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공항에서 나올 때 먹은 건 라멘에 가까웠고. 소키 소바는 어떤 거예요?
성훈 제일 중요한 게 돼지 갈비가 들어가요. 거의 우리가 알고 있는 립이 거의 통째로 들어가요.
아련 진짜? 한 그릇에? (끄덕끄덕) 그러면 고기 기름 같은 것들이 막 나오지 않나요?
성훈 조금 떠있기도 해요.
형주 그런데 국물이 맑은 편이라서 가벼워요.
성훈 위에 올려진 갈비 고기가 엄청나게 부드러워요.
아련 그러면 고기 우동 같은 건가요?
형주 (사진을 보여주며) 갈비가 정말 이만한 사이즈로 올라가있어요. 면도 이름은 ‘소바’지만 메밀면이 아닌 면인데 가느다란 면이 아니고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먹는 칼국수? 그런 걸 떠올리면 될 거 같아요. 내 기억에는 살짝 달짝지근했었어요. 평소에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해서 100프로 내 취향에 맞진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었어요. 특이해서 기억에 더 남고요.
성훈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소바였죠. 일본인 친구가 옛날에 이 소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소키 소바’라는 게 있다, 그래서 어떤 건지 물어봤더니 그 친구는 한국의 갈비를 알고 있어서 ‘갈비가 들어간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해주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맛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먹어볼 수 있었어요.
형주 우리가 소키 소바를 먹었던 곳이 마트 주차장 한 쪽에 있는 푸드 트럭? 간이 식당 같은 곳**이었어요. 몇 명 앉지도 못하는 그런 곳 있잖아요.
성훈 우리나라 역전에 가면 포장마차식으로 해서 ‘24시간 운영’ 이렇게 붙어있는 곳들 있죠? 그런 느낌이었어요.
형주 맞아요. 메뉴도 몇 가지 있었는데 우리는 소키 소바로 통일해서 먹었어요. 그 때 옆 자리에 일본분이 소키 소바를 먹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게 됐거든요. 그 분은 도쿄에서 출장차 오키나와에 온 분이었는데, 오키나와에 올 때마다 자기는 무조건 여기에 와서 소키 소바를 먹고 간대요. 여기가 오키나와에서 소키 소바를 제일 잘 하는 곳이라고,
아련 오오. 나름 연륜이 쌓인 분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곳이었네요.
성훈 여러 군데 많이 가봤지만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고 음식도 맛이 좋고 그래서 거기가 제일이래요.
아련 두 사람에게 들은 내용을 정리해보면, 우리나라 칼국수와 우동이 반반 섞인 듯한 면에 맑은 탕 국물인데 위에는 갈비 고기가 듬뿍하게 올라간 면 요리군요. 맛은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데 살짝 달짝지근하고 고기는 엄청 부드럽고요.
형주 맞아요.
아련 안 먹어본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좀.... 조합이 생소하네요. 근데 맛있을 것 같아요. 맛없는 재료는 하나도 안 들어간 것 같으니. (크크크)
성훈, 형주 맞아요, 맛있었어요.
아련 오키나와에서 회 요리를 거의 접하지 못했고 겨우 시켜서 먹은 것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만족도가 덜했었잖아요. 그에 반해서 육고기를 활용하는 게 더 대중화되어 있나봐요. 오키나와를 대표한다는 소바에서 갈비가 올라가니. 일단 오키나와에 가서 오키나와 소바를 만나면 ‘소바’라는 말 때문에 다른 걸 상상할 수 있는데, 오키나와에서는 소바가 이런 음식이란 걸 알고 가도 좋겠네요.
성훈 소바 옆에 ‘쥬시’라고 부르는 게 같이 나오는 곳도 많아요. 원래 일본에 ‘타키고미항’이라고 밥을 지을 때 야채, 고기 등을 잘게 썰어 넣어서 밥을 지은 게 있거든요.
형주 우리나라에서 약밥을 만드는 것처럼,
성훈 그쵸. 그런데 오키나와에서는 따로 ‘쥬시’라고 부르는데 돼지고기를 엄청 넣어요.
아련 맛있겠네요...... (츄릅)
형주 맛있었어요. 식감도 다채롭고. 기억에 남아요.
성훈 원래 오키나와는 해조류를 많이 먹는 식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미군이 생활 전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육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문화도 바뀌었대요.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해조류도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고기 요리가 많았어요.
형주 일본에는 오토시 문화가 있잖아요. 주점, 이자까야에는 기본 자릿세 개념으로 작은 개인 반찬 같은 게 나오는데 오키나와에서는 대부분 해조류 무침이나 반찬이 나왔어요.
아련 맞아요. 약간 새콤한 소스랑 가볍게 버무려서 나왔던 해조류들이 맛있었어요. 감칠맛이 돌면서 입맛을 확 당기게 해주는.
성훈 (사진을 보여주며) 이걸 많이 먹었죠.
아련 맞아요. 이거 맛있었어요. 미역 줄기 반찬을 좋아하는데 이게 미역 줄기랑 비슷한 식감이면서 더 가늘고 맛있었어요.
형주 갑자기 기억난 건데 흑당 초콜릿.
아련 확실히 단 걸 잘 하나 봐요. 흑당 초콜릿을 마지막에 공항에서 출국할 때 충동적으로 샀거든요. 그게 유명한지 맛있는지 그런 것도 몰랐고 그냥 로이스 코너에 오키나와 한정이라고 되어 있길래 궁금해서 사봤어요. 그러고 집에 와서 며칠 뒤에 한 번 먹어볼까? 하고 꺼내서 처음 한 입을 먹었을 때-
형주 진짜 맛있었죠.
아련 눈이- 번쩍! 뜨였어요. 눈이 뜨이는 맛. 한 입 먹고 바로 느꼈다니까요.
성훈 아... 먹어볼 껄 그랬다.
형주 정말 맛있었어요.
아련 이 맛을 거기서 이미 알고 있었다면 나는 그걸 엄청 많이 사왔을 거에요. 그 때 한 통인가, 두 통인가, 로이스 생초콜릿 몇 통 사면서 그냥 끼워넣었었거든요. 오키나와 한정이라고 하고 패키지가 예뻐서 하나씩 기념으로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뜯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사온 거였는데-
형주 의외로 너무 맛있었죠.
아련 먹어보고 사왔어야 했어요. (아쉽아쉽) 먹어보고 샀으면 최소 다섯통은 샀을 거예요.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다른 모임 자리에 마지막 한 통을 가지고 가서 다 같이 나눠 먹었거든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 로이스 초콜릿 다 알잖아요.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먹어봤을 거고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있고요. 내가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한테도 ‘이거 맛있는 거예요’하고 나눠 주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유심히 봤어요. 그런데 한 입 무는 순간 다들-
형주 하하하하
아련 다들 눈을 번쩍 뜨는 거예요. 바로 ‘오-’, ‘진짜네요. 진짜 맛있네요.’ 이러는 거에요. 남녀를 가릴 것 없이, 뒤끝이 안 남는 깔끔한 단 맛이었거든요. 엄청 깔끔한데 중독성 있는 단 맛.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먹다보면 마지막에 컵 아래에 남은 설탕이 뭉쳐 있잖아요. 컵 밑에 가라앉아 있는 검은 설탕을 먹는 느낌인데 그게 입에서 너무나 부드럽게 녹는 느낌. 이번 경험을 계기로 오키나와 흑당을 완전히 신뢰하게 됐죠.
아련 나는 실제로 오키나와에 있었던 시간이 목, 금, 토, 3일인데 토요일은 일어나자마자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 먹고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그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걸 경험하고 여러 가지를 먹었는데 그래서 기억나는 것들이 조금 추상적이예요. 이틀 동안 경험한 것들이 다 합쳐져서 하나의 인상을 만드는 정도만 가능했나봐요. 음식도 어떤 음식이 특별히 맛있었다, 그런 기억은 없고 머릿속에 남은 건 ‘오키나와는 외국 음식을 잘 한다.’
형주 맞아요.
아련 오키나와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햄버거, 타코라이스, 네팔 음식. 그런 것들이 맛있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다 일본 전통 음식이 아니더라고요.
형주 타코라이스가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손꼽히는데, 타코라이스 파는 집에는 칠리 치즈 프라이 같은 메뉴들을 기본적으로 같이 팔고 다 맛이 좋았어요.
아련 오키나와 하면 외국 음식들이 주로 떠오르는데 우리가 정말 좋아했던 오키나와 한정 아이템이 떠올랐어요. 오키나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어요. 오리온!
형주, 성훈 아~
아련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동안은 주구장창 오리온만 마셨던 것 같아요.
성훈 아마..... 넷이서 100캔은 넘게 먹지 않았을까......
아련, 형주 하하하하하........
아련 일단 여행을 같이 갔던 멤버들 중에서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새로운 술을 도전해보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하루의 마지막 장을 볼 때마다 항상 겹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고르려고 했고요. 그런데 오리온이... 맛있었어요!
성훈 다른 데서 쉽게 먹을 수 없는 거니까 무조건 마셔야돼, 라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죠.
아련 오리온 생맥은 거기서 처음 먹어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형주 그게- 올해 들어서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긴 했어요. 롯데 주류에서 들여왔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미 너무나 유명한 ‘오리온’이 있잖아요. 상호명이 겹치는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오리온 맥주’라고 팔지 못하고 로고 모양은 완전히 똑같은데 ‘오키나와 맥주’라고 이름을 바꿔서 유통하고 있어요.
아련 그렇군요. 생각해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삿포로 생맥주를 취급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희소성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삿포로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삿포로 맥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삿포로 생맥주를 취급하는 곳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번화가 가면 여기저기 보여요. 오리온 생맥주도 맥주 맛이 알려지고 그러면 취급하는 곳이 점점 더 늘어나지 않을까...
형주 개인적으로 오리온 생맥주가 일본의 유명한 맥주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는지는 의문이 들어요. 비전문가이지만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서 다른 유명 일본 맥주 브랜드들을 생각해보면 하도 유명하고 맛으로도 손꼽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오리온 맥주는 상대적으로 희소성 면에서 더 높게 평가되는 것 같아요.
아련 일본의 다른 유명한 맥주 브랜드들이라는 게 삿포로, 아사히, 기린 정도를 말하는 거죠?
성훈 그렇죠.
아련 그러면 우리는 다 비전문가들이니까, 재미삼아 한 번 해볼까요? 맥주의 제조 특성이나 실제 얼마의 가치가 있고 맛을 아주 세밀하게 전문적으로 분석해내지 않고 그냥 개인적인 취향으로 따져봤을 때- 삿포로, 아사히, 기린에 오리온까지 더해서 네 브랜드의 순위를 매겨보면 어떨까요?
성훈, 형주 음...
아련 오리온은 몇 등입니까? 완전히 개(인의)취(향으)로 판단해 주세요.
형주 오리온은... 2등이요. 맥주의 질이나 내 순수한 취향과는 조금 다르게 2위로 매긴 건데-
아련 그러면 역시 희소성 덕분에?
형주 네. 다른 세 종류보다 희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로고랑 디자인 나오는 것들이- 패키지가 예뻐요.
아련 아, 그것도 중요한 이유죠.
형주 마음속으로 1위라고 생각하는 브랜드는 맛도 가장 좋아하는 맛이지만 역시 가장 예쁘게 나온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오리온도 비슷한 맥락인데 1위보다는 조금 아쉬워서 2위?
아련 성훈이는요?
성훈 저도... 2위요. (오오오)
아련 이거 우리가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와서 과대평가하는 걸까요?
성훈, 형주 그런 경향이 크죠.
성훈 추억에 젖어서 더 좋아보이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원래 맥주를 좋아해서 라오스를 갔을 때도 비어라오 디자인을 활용한 티셔츠나 상품을 샀어요.
형주 그렇죠. 이번에 가서 오리온 티셔츠도 샀잖아요. 그리고 어디를 가면 코스터를 사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오리온 로고가 담긴 코스터를 샀어요.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맥주 브랜드 로고가 담긴 코스터를 돈 주고 직접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오리온은 그렇게 되더라고요. 워낙 예쁘고 상품화가 잘 되어 있어서.
아련 음, 나는 개인적으로 오리온이 3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설득 당했어요.
형주, 성훈 하하하하하하
아련 계속 두 사람의 이유를 들으면서 ‘아 그래, 맞는 것 같다,’ ‘맞아, 맞아’라면서.
형주, 성훈 하하하하하
아련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원래 2위로 생각했던 것에 대한 추억이 딱히 없어요. 오리온 맥주는 이번에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오면서 주구장창 찾아서 마시고 우리끼리 이야기하고 그랬던 추억이랑 맞물려 있는데... 그래서 나도 2위로 꼽아야겠어요. 어쩔 수 없네요.
성훈 이쯤 되면 다른 맥주 순위도 궁금해지는데... 1위는 뭐라고 생각했어요?
형주, 아련 (동시에) 삿포로.
성훈 하하하하
아련 우리 세 명 다 추억에 젖어가지고! 객관성이라고는 1도 없네요 (하하하하하) 이야기를 듣다보니 비어라오까지 넣으면 순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아까 이야기한 일본 맥주 브랜드 네 개에 비어라오까지 넣으면- 비어라오는 몇 등이에요?
성훈 비어라오는 압도적인 1등이예요.
아련 압도적인 1등???
형주 (끄덕끄덕)
아련 와- 추억에 젖어 사는 사람들- (하하하하)
형주 왜, 아련이도 기억 안 나요? 지난 번에 축구 경기를 볼 때 비어라오 병맥주를 따서 마시는데 마시자마자 ‘바로 이 맛이야!’ 이랬잖아요.
아련 그래서 나는 비어라오가 공동 1등이예요.
형주, 성훈 푸하하하하하
형주 라오스 추억이 꼭 큰 영향을 안 주더라도 비어라오가 그만큼 맛있는 거죠.***
아련 인정합니다. (크크크)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어요. 맥주 맛 중에서 탄산처럼 터지는 맛이 있잖아요. 그런데 비어라오는 그게 너무 과하지도 않으면서 굉장히 신선하게 터지는 맛이 느껴져요.
형주 그렇죠.
아련 다시 오키나와 이야기로 돌아가면,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정말 여기는 ‘오리온의 도시다’라는 걸 실감했던 것 같아요. 가는 곳마다 어디에나 오리온 마크가 있고 오리온 관련 상품이 보였어요. 그만큼 상품화가 잘 되어 있었고요.
형주 방금 비어라오랑 비교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이 난 건데, 라오스가 다른 산업이 발달한 것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가장 큰 산업이 맥주 산업이예요. ‘LBC’라고 불리는 라오 브루잉 컴페니가 맥주 산업을 쥐고 있고 그 기억이 제일 비싼 물도 생산해요. 결국 비어라오 로고가 들어가 있는 모든 제품들- 테이블 매트나 간판 같은 모든 상품들도 그 기업에서 만들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까- 오키나와도 지리적인 위치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일본 본토랑 원활하게 교역을 하는 게 힘들었을 텐데 물은 많이 활용할 수 있으니까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 같아요. 자체 소비로 경쟁력이 유지되고요.
성훈 그럴 수 있겠네요.
아련 굉장히 짧은 기간동안 오키나와를 돌아다녔는데 ‘오리온’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에 거의 주입식으로 설득당한 것 같아요. 상품들이 잘 만들어져 있으니까 계속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게 역시 일본답게 잘 되어 있었어요. 아메리칸 빌리지를 갔을 때 그래서 우리 넷이 모두 넋을 놓고 구경을 했잖아요. 그리고 티셔츠는 1인당 하나씩 샀죠. 코스터는 너무 당연히 사는 거고, 심지어 형주와 나는 비치 망토까지 샀어요. (하하하)
형주 브랜딩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아련 그래서 오키나와와 오리온은 정말 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련 그러면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다녔던 장소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어떤 곳이 있어요?
성훈 아까도 이야기했었던 미군 부대가 많이 기억에 남고, 그리고는... 바다. 바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4박 5일 동안 정말 여러 바다를 들렀거든요.
아련 오키나와에 있는 동안 매일 바다를 간 거죠?
성훈 그렇죠.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아무래도 우리가 다들 물에 들어가서 수영도 하고 했던 곳이요.
형주 Giza Banta Cliff***** 말하는 거죠?
아련 거기는 어떤 점이 좋았어요?
성훈 바다색이 정말 예뻤어요. 태평양이라고 하니까 또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졌죠. (웃음) 왠지 물맛도 다른가 싶어서 손가락으로 찍어서 먹어봤는데 맛도 좀 다른 거 같더라고요. (하하하하)
형주 태평양이라고 하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게 확실히 있었어요. 지도에서만 보던 이름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태평양에 발을 담궈보는 거였잖아요. 사실 Giza Banta Cliff가 유명한 스팟도 아니고, 접근하기도 애매해요. 일단 그 날 우리의 목표가 렌트카로 해안선을 따라 달려보는 거였기 때문에 그 전날 가지 않았던 방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가다가 들를 수 있는 곳을 찾아봤어요. 구글맵을 보면서 이곳저곳을 클릭해서 확대해보면서 후보지를 찾았는데 그 중에서 Giza Banta Cliff가 보였죠.
아련 리뷰가 많이 남겨져 있는 곳이었어요?
형주 리뷰가 꽤 남겨져 있었는데 다들 애매했어요. 위험하다, 찾아가기 어렵다, 내비게이션에서도 안 나오니 구글맵을 보고 찾아가라 등등. 결국 우리도 그 앞까지만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고 근처에 가서는 구글맵을 보고 골목 안쪽 사이길을 찾아 들어갔어요.
성훈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여기야?’, ‘여기가 맞아?’라고 연신 말했었죠.
형주 입구에 도착했더니 차가 몇 대 있었어요. 그래서 도착했구나, 싶었는데 바다는 안 보였어요. 아, 이 날 여행을 하면서 여행메이트의 중요성을 정말 실감했었어요. 여행에서 특별히 정해놓은 일정이 없을 때 내가 조금 찾아보고 여기에 가는 걸 제안했었는데, 다들 흔쾌히 받아줬어요. 세 명이 모두 다. 차를 몰고 꽤나 오랜 시간을 가야하는 일정이었거든요. 나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어서 사실상 그곳에 도착했을 때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거기까지 가는 데 얼마나 힘들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세 명이 모두 흔쾌히 동의해줬어요.
아련 그만큼 서로 신뢰가 많이 쌓인 팀이었죠.
형주 Giza Banta Cliff에 도착해서 좁고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가야 했었어요. 검은 돌들로 만들어진 자연 그대로의 좁고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가서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때는 정말 아까 이야기했던 오키나와 흑당 초콜릿을 먹고 눈이 뜨였을 때 이상으로 눈이 번쩍 뜨이면서 ‘우-와-’하고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어요. 사실 이렇게 말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 순간 눈에 들어온 바다와 하늘, 광경이 너무 황홀해서...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는데 그 때 기억 속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것은 없었어요. 내가 과장된 기억을 갖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련 아니요, 그게 우리 기억 속에서 지나치게 미화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나도 그 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건 내가 봤던 광경을 잘 담아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때 G님이 가져간 드론으로는 담기더라고요.
성훈 역시 가격인가,
아련, 형주 하하하하
아련 일반 카메라로는 절대 그 곳의 아름다움을 다 담아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형주 차를 몰고 Giza Banta Cliff 로 가기 위해서 달리다가 어느 순간 슬쩍 슬쩍 바다가 보이잖아요. 거기서부터 너무 예쁜 거예요. 그러다가 정말 그곳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너무 신이 나서 거의 조증 상태였어요.
아련 그래 보이더라고요.
성훈, 형주 하하하하
형주 특히 그 좁은 경사길을 내려가는 세 명을 제일 뒤에서 보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다들 꾸러기 수비대 같이, (하하하하) 옷도 중구난방이고 모자며 백팩이며 짐은 하나씩 또 챙겨들고. 셋이서 모험을 떠나는 애들처럼 그 길을 내려가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아련 그곳이 조금 특이해서 바위들이 다 검은(아마도 현무암?) 바위들이었잖아요. 까맣고 끝이 다들 날카롭고. 그래서 제주도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보면 특히 남쪽 올레길을 걸었을 때 비슷한 느낌의 바다를 통과한 기억이 있거든요. 바위들이 다 거칠고 날카로운 끝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지만 그래서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성훈 우리들이 있던 쪽 말고 다른 방향에서 놀고 있던 미군들이 돌아가려고 나오는데 그 중 한 명이 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어딘가 넘어지거나 하면서 다친 것 같았어요. 실제로도 꽤 위험한 곳이었어요.
아련 거기 도착했을 때 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긴 했지만 이런 곳이 누가 오나 싶었는데 갑자기 생각하지도 않은 방향에서 미군들이 우르르 나와서 놀랐어요.
형주 우리가 드론을 날렸을 때 다른 쪽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일본인들이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어요. 나중에 보니까 복장이며 구비해 온 게 딱 소풍 분위기더라고요. 가기 전에 구글맵 리뷰에서도 현지인들 중에서 이곳으로 소풍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리뷰가 있었는데 진짜 그런 경우 같았어요.
아련 그리고 해변에 검은 바위들이 작은 구멍들도 많이 나 있었어요. 크게 움푹 파인 곳도 있어서 거기 안에 쏙 몸을 담글 수도 있었죠. 밀물, 썰물의 타이밍만 잘 맞추고 웅덩이 같은 구멍 안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정말 바다에서 1인탕을 즐길 수 있었어요.
형주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갔지만 조류 타이밍을 정말 잘 맞춘 거였죠. 나중에 우리가 나올 때 물이 차오르는 속도를 보니까 자칫 잘못하면 고립되겠더라고요. 지형이 워낙 특이한 곳이라 살면서 그런 곳을 또 가볼 수 있을까 싶긴 해요.
아련 나도 Giza Banta Cliff 가 기억에 남는데, 그 곳으로 가는 길들을 보는 것도 좋았어요. 시골 마을이 계속 이어졌거든요. 차를 타고 가면서 창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여유롭고, 한적하고, 예뻤어요. 그래서 오키나와 시골 마을길을 제대로 드라이브하며 즐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형주, 성훈 (끄덕끄덕)
아련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오키나와의 바다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Giza Banta Cliff를 나와서 그 다음으로 찾아간 해변도 정말 에뻤어요.
형주 이름이 미바루 였어요. Mibaru 해변.******
아련 Giza Banta Cliff 가 굉장히 독특한 레어템이라면 미바루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국적인 모래 해변, 딱 전형적인 곳이기는 해요. 풍경도 정말 예뻤지만 뭔가 동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조합처럼 네팔 음식을 파는 카리카*******, 그런 식당이 딱! 있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형주 흔히 그렇듯이 해변에 관광객을 노리고 만들어진 식당은 맞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음식도 맛있고 그곳과 너무 잘 어우러졌어요. 물이 맑고 바닥도 예뻐서 투명보트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걸 G님이 가져간 드론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예뻤어요.
아련 그 가게에서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어요. 해변도 예쁜데 이런 가게가 이렇게 있는 것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형주 음식도 맛있었어요.
아련 그 집이 다른 지역에 있었어도 맛있는 집이다, 싶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해변에 있으니 예쁘니까 음식도 맛있는데 더 좋은 거죠.
* 기억을 더듬어 형주와 성훈이 시오 라멘을 먹었던 곳의 이름은 '마사미(Masami)'. 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https://goo.gl/maps/DEb8bjUikbF2 참고.
** 기억을 더듬어 형주와 성훈이 맛있게 소키 소바를 즐긴 곳을 찾아보니 가게 이름은 '나카무라야'. 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https://goo.gl/maps/BXAjvAYDz5N2 참고.
*** 참고로 형주와 성훈은 라오스를 여러 차례 다녀온 라오스 덕후다. 해외 봉사 활동으로 여러 차례 다녀오고, 개인적으로도 라오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라오스를 좋아하는 만큼 비어라오를 좋아하기 때문에 두 사람을 아는 지인이라면 형주와 성훈이 맥주 순위를 논하면서 비어라오를 1순위로 꼽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생각할 수 있다. 반면에 아련은 라오스를 한 번 밖에 다녀오지 않았고, 대신 일본은 10회 이상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맥주를 마셔본 횟수를 생각해보면 비어라오보다 삿포로, 기린, 아사히를 마신 날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라오스에 특별히 애정을 많이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일본의 몇 몇 고장에 애정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맥주의 맛을 떠올려 보아도 비어라오가 맛있긴 맛있다.
**** 오리온 맥주는 1957년(미국 통치 시기) 오키나와의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오키나와 맥주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데서 출발한다. (나무위키(https://namu.wiki/w/%EC%98%A4%EB%A6%AC%EC%98%A8%20%EB%A7%A5%EC%A3%BC)) 참고) 일본 본토에 비해 산업이 덜 발달한 오키나와 현 상황을 고려하여 오키나와 현내 판매분에 대해서는 다른 일본 주류회사보다 주세를 20% 감면하는 혜택을 받고 있으며 전성기에는 오키나와 현에서 80-90%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현재는 50% 내외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제주도의 한라산 소주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비교한 것이 재미있다.
***** Giza Banta Cliff 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https://goo.gl/maps/N6JAXG43xQ32 참고.
****** Mibaru Beach 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https://goo.gl/maps/oqFzKuUGCCT2 참고.
******* Mibaru Beach 에 있는 네팔 음식점 카리카의 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https://goo.gl/maps/C9sySLbf8HB2 참고. 우리가 갔던 3월 첫째주는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미바루 해변이 굉장히 한적했고 성수기가 끝나 해수욕장이 파장한 분위기였음에도 식당 카리카가 있어서 쉬어가기에 좋았다. 매장 자체도 예쁘고 잘 꾸며져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지만 오키나와 끝자락 해변에서 오리온 맥주와 함께 네팔 음식을 먹는 조합도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