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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오키나와 여행 (3화)

오키나와 여행에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

by 하루


오키나와 여행은 렌트를 해야 할까요?


아련 오키나와 여행을 가기 전에 사전 정보를 좀 찾아보려고 검색을 해봤을 때,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였어요. ‘오키나와는 렌트를 해서 돌아다니는 곳이지’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것 같고, ‘도보 여행’이나 ‘뚜벅이 여행’으로 검색했을 나오는 정보가 아주 적었어요.* 오키나와를 여행하려면 렌트를 하는 게 좋을까요?


성훈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렌트를 해봤잖아요. 그래서 만약 다시 오키나와를 간다면 당연하게 렌트를 할 것 같아요.


형주 나하 시내에서 국제 거리를 중심으로 장거리 이동을 거의 안 하는 코스라면 렌트를 안 해도 돼요. 하지만 만약 시내 밖으로 장거리를 뛸 생각이라면 렌트를 하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오키나와가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은 것도 사실은 렌트를 하는 것이 워낙 보편화된 곳이기 때문에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진 거라고 생각해요. 시외로 돌아다니려면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거의 필수인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편하잖아요. 그런 점이 잘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요? 서울에서 오키나와로 넘어올 때 비행기 안에서 좀 놀랐어요. 그렇게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타고 있는 비행기는 또 처음이었어요. 뒤에서 아기가 계속 걷어차고, 다른 아이는 어디선가 울고 있고.


아련 그렇겠네요.


형주 실제로 오키나와에서 렌트하는 것에 대해 알아봤을 때 대부분의 렌터카 업체들이 아기 용품을 무료로 같이 빌려줘요. 보통 카시트 2개까지는 무료로 대여해주고 유모차 대여 서비스도 갖추고 있었어요. 식당들도 대부분 여유로운 땅에 큼직큼직하게 지어져서 그런 곳은 가면 대부분 놀이방을 갖추고 있대요.


아련 방송에서 나온 것도 봤어요. KBS 채널에서 하는 여행 방송에서 오키나와 여행을 다뤘었는데 거기 나왔던 음식점들도 키즈 메뉴가 특색 있게 준비되어 있고 놀이방도 잘 갖춰져 있었어요.


형주 음...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오키나와 여행은 렌트를 하는 것이 좋을까, 에 대해서 고민해보자면, 저라면 다시 오키나와를 와도 렌트를 꼭 할 거예요.


아련 오호-


형주 오키나와가 자연경관이 정말 예쁘잖아요. 어느 정도의 장거리를 이동할 때 양쪽으로 보이는 자연경관과 시골길들이 다 예뻐요. 운전을 하면서 그런 걸 보는 재미도 있거든요.



처음 해보는 렌터카 여행에서 사고를 당하다


아련 그러고 보니 일본 여행을 꽤 많이 다닌 편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렌트를 해 본 거네요.


형주 맞아요. 렌트를 한 다음날이었는데 심하진 않지만 접촉사고가 났어요. 주차장을 지나가고 있는데 후진해서 나오던 차가 우리 차 옆구리 쪽을 박았어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이 당황했었어요. 외국에서, 처음으로 렌트를 해 본 거였는데 딱 사고가 나니까. 정말 다행이었던 건 완전 면책이 되는 보험으로 렌트를 한 거라서-


성훈 렌트 신청서 작성할 때 고민했었거든요.


형주 그러니까요. 역시 보험은 좋은 걸 들어야 돼요. (하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교통사고가 나면 아주 경미한 경우에는 운전자들끼리 알아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렌터카인 경우에는 렌터카 업체 쪽의 보험사 직원이 나와서 해결을 하거든요. 그럴 때는 경찰이 굳이 안 와도 되는 거죠. 그런데 일본은 렌트를 할 때 업체 쪽에서 안내를 해 준 것이- 사고 상황이 발생하면 나의 과실이 하나도 없어도 무조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줬어요.


아련 그래야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형주 네. 경찰 신고 기록이 반드시 있어야만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그 할아버지께서 자기 과실을 바로 인정하시고 경찰도 바로 불렀어요. 경찰이 왔을 때도 그렇고, 성훈이가 일본어를 하는 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성훈 경찰 아저씨에게 설명하고 그러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어요. 오히려 렌트 업체 쪽 보험사랑 통화를 하는데 그쪽에서 통역해주는 분을 연결해서 3자 통화를 할 때가 힘들었어요.


형주 그 통화가 정말 몇십 분이 걸렸어요. 당시 날씨 상황이 어땠는지, 빗물이 떨어지는 상태였는지, 이런 아주 자세한 상황을 여러 번 묻고 또 묻고. 그러면서 모든 디테일을 다 점검하는데 모든 대화가 통역을 거쳐야 하니까 정말 오래 걸리는 거예요. 바람도 엄청 많이 부는데 거의 한 시간 넘게 그러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고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성훈 경찰이 친절하게 대응해줘서 다행이었어요.


형주 경찰도 매우 친절한 분이었고 경찰차를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좋긴 했어요. 렌트 업체에서도 혹시라도 한국에 가서라도 몸이 불편하거나 병원에 가면 꼭 연락을 하라고 당부를 해주고 그랬어요.


아련 그 상황에서는 성훈이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바로바로 대화가 됐던 게 정말 다행이네요.


형주 우리는 닛폰 렌터카를 이용했었는데 상대적으로 한국 이용자가 많은 렌터카 업체에는 한국인 직원들이 다 있더라고요. 한국인 직원들이 있으면 렌터카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도 좀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성훈 신기한 경험이었죠. 할아버지 말투도 정말 시골 할아버지 말투였거든요. 기억이 생생해요.


아련 외국에서 처음 해보는 렌트였는데 처음부터 흔하지 않은 경험을 했네요.



추라우미 수족관을 대표하는 이미지들



오키나와 여행에서는 츄라우미 수족관을 꼭 가야 할까요?


아련 그러면 렌터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키나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미지들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키나와 여행을 검색해보면 렌터카 관련 정보만큼이나 많이 나오는 게 츄라우미 수족관 이야기예요. 우리도 갔었고요. 츄라우미 수족관은 다들 어땠어요?


성훈 만좌모까지 같이 돌아볼 계획이라면 츄라우미 수족관까지 보는 게 확실히 좋을 것 같고-


아련 우리가 만좌모를 갔었나요?


형주 우리는 못 갔어요. 만좌모까지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열심히 달려서 츄라우미 수족관만 겨우 봤죠.

아련 사실 나도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츄라우미에 기대를 많이 했어요. 오키나와를 다녀온 후기를 보면 츄라우미 수족관을 다녀온 이야기가 빠진 게 거의 없고, 항상 엄청 큰 통유리의 수족관에서 고래상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정말 많이 봤거든요. 실제로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알짜배기, 가장 중요한 스폿이 거기잖아요. 그래서 오키나와 여행을 가면 츄라우미 수족관은 당연히 가봐야겠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형주 거기랑 ‘오키짱’이라고 불리는 돌고래들이 공연을 하는 돌고래쇼가 유명하죠. 츄라우미는.** 그런데 여행을 같이 간 멤버들이 돌고래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시간도 4시를 넘어서 도착해서 이미 돌고래쇼가 끝나서 선택권도 없었지만 볼 수 있었어도 안 봤을 거예요.


아련 첫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나머지 멤버들과 합류해서 바로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했고 실제로 그 날 하루를 츄라우미를 가기 위해 다 썼다고 볼 수 있는데, 막상 지금에 와서 다시 오키나와 여행을 간다면 츄라우미 수족관을 반드시 들러야 하는 코스일까 의문이 들어요. 두 사람은 어때요?


형주 한 번 갔다 왔으니, 오키나와를 갈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갈 생각은 없어요.


성훈 만약 동선이 맞아서 근처라면 들르겠지만 굳이 하루를 다 소요해서 보러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련 어느 정도 비슷한 인상을 받은 것 같네요. 약간의 회의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인상을 받은 게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성훈 일단 츄라우미 수족관이 시내에서 멀어서 거길 가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하루를 다 투자해야 하거든요. 츄라우미를 가는 동안 운전하는 사람은 지칠 테고 운전하지 않고 타고 있는 사람은 또 장거리를 실려 가느라 피곤해지는 건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우리가 츄라우미 수족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들 많이 지쳐있었어요. 수족관을 돌면서도 많이 앉아 있었고, 음료 마시고 그냥 쉬면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어요.


아련 그것도 그러네요. 난 그 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에 도착하자마자 또 렌터카를 타고 몇 시간 달린 거라서 정말 피곤하기는 했어요. 점심 먹기 전에 오키나와에 도착하려고 아침 8시? 그 정도 시간대의 비행기를 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새벽부터 공항으로 가야 해서 잠도 몇 시간 못 잔 상태였어요.


나하 공항에서 추라우미 수족관까지 차로 1시간 40분, 버스로는 2시간 20분 내외가 걸린다. 나하시에서 왕복 4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일정에 넣는다면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성훈 그리고 수족관을 둘러봤을 때 사실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요. 고래상어도 좋고 블랙만타는 그나마 귀엽고 신기했지만... 마지막 코스에 있는 대형 수족관- 고래상어가 있던 곳만 자세히 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우리가 거기 들어가기 전까지는 다들 크게 흥미를 갖고 보진 않았고요.


형주 돌고래쇼가 모두 끝난 뒤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을 위해서는 입장료를 많이 할인해주는 걸 보면 사실상 츄라우미에서는 돌고래쇼가 메인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돌고래쇼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 그걸 빼고 수족관 내부만 보는데 다들 무덤덤하게 봤던 것 같아요.


아련 나 같은 경우에는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보면서 귀엽거나 눈에 띄는 특징이 있으면 그런 거 위주로 구경을 해요. 모든 물고기에 다 호기심을 갖고 꼼꼼히 보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츄라우미 수족관 마지막 코스로 나오는 통유리 공간 같은 곳이 다른 수족관도 비슷한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아요.


성훈 만약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수족관에 너무나 신기한 것들이 많으니까 확실히 만족도가 더 좋지 않을까요.


아련 나도 그건 동의해요. 오키나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것이 대부분 가족 단위 여행에 치우쳐져 있었어요. 가족 단위 여행을 고려하면 츄라우미 수족관이 확실히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을 제외하고 생각했을 때 츄라우미 수족관이 약간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만약 1일 투어로 단체 버스를 이용해 츄라우미를 갔다면 또 달랐겠지요. 친구들끼리, 성인들끼리 오키나와 여행을 갈 때 츄라우미를 일정에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멤버들의 취향을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동 거리를 고려하면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1인당 입장료도 꽤 비싸잖아요.


형주 나는 좀 어렸을 때 63 빌딩에 있는 수족관을 가봤어요. 그게 한화로 넘어가기 전에 수족관을 가고 이번에 가 본 거라서 정말 오랜만에 건 거였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런 건 좋았어요.


아련, 성훈 와~ (그렇게 오래전에...)


아련 나는 수족관 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있는 큰 수족관은 다 가 봤어요. 국내 여행을 가서 그곳에 수족관이 있다, 하면 무조건 꼭 들렀어요. 코엑스, 여수, 제주, 부산에 있는 곳처럼 큰 곳은 다 가 봤는데, 츄라우미 수족관 건물 하나만 생각해 보면 나는 우리나라에 있는 수족관들이 더 좋았어요.


형주 우리는 츄라우미 도착해서 공원을 거의 못 봤잖아요. 그런데 수족관 자체도 유명하지만 수족관 주변의 공원도 유명한 곳이었어요. 굉장히 넓고 잘 꾸며져 있는 곳이라서-


추라우미 수족관은 사실 수족관'만' 보러가는 곳이 아니라 이렇게 넓은 테마 파크를 모두 즐기러 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츄라우미 수족관 옆 공원에서 영화 '빅피쉬'가 떠오르던 풍경
공원 바로 앞이 바다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련 아, 공원까지 전체를 다 생각하면 그렇네요. 다른 일본인 가족들은 그 공원에서 도시락도 먹고 그러던데, 만약 아예 공원에서도 뛰어놀고 경치를 감상하고 그러다가 수족관도 보고 그런 일정이었다면 또 다를 것 같아요. 오키나와도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많이 소비되는 곳 중 하나잖아요. KBS 여행 프로그램에서만 두 번인가 봤고, 슈돌에서 이휘재 가족이 다녀온 것도 나왔었고, CJ채널 푸드트립에서도 나온 걸 본 적 있어요. 그런 프로그램에서도 츄라우미 수족관을 꼭 가더라고요. 방송상으로 봤을 때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실제로 갔을 때는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구나 싶었어요.


성훈 거기는 카메라로 찍는 게 더 예쁘게 나올 것 같아요. G님이 전문 카메라로 찍은 건 더 멋져요.


아련 그래서 매스컴에서 소비되면서 조금 과대평가된 것 아닌가 싶어요. 만약 내가 아는 사람이 오키나와를 여행 가고 츄라우미를 갈지 말지 고민한다면, 나는 우선- 1) 애들과 동행하는가, 2) 아침형 인간인가, 이렇게 두 가지 옵션이 최종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전에 도착해서 공원에서 광합성도 하다가~ 천천히 쉬다가~ 수족관도 보고 나와서 또 공원에서 석양도 보다가~ 그렇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처럼 여유롭게 출발해서 늦지막 하게 도착해서 츄라우미 수족관만 한 바퀴 둘러볼 생각인 사람들이라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할 거예요. 그런 경우에는 정말, 정말, 수족관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내가 그만큼 해양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생각해보라고 물어보겠어요.


형주 맞아요. 동의합니다.


아련 츄라우미 수족관을 간 게 나로서는 오키나와 여행의 시작이었거든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그곳으로 달려갔으니. 그런데 오키나와 여행 첫날에 나는 정신이 진짜 하나도 없었어요. 오키나와라는 새로운 공간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성훈 츄라우미는 사실 전형적인 견학 장소죠. 자, 도착하셨습니다. 사진 찍으시죠, 착착착착, 이런 느낌의 코스에 꼭 들어가는 곳이니.


아련, 형주 하하하하하


아련 그 날 일정에서 츄라우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사실- 휴게소예요. 츄라우미 수족관 가는 길에 휴게소를 들렀었잖아요. 거기서 점심 먹은 것도 맛있었지만 기대했던 블루씰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정말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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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먹었던 돼지고기덮밥과 블루씰 아이스크림


형주 뽑기도 하지 않았어요?


성훈 뽑기가 있는데 안 하고 지나간 적은 없었죠.


아련 하하하하


형주 아담한 휴게소였는데 분위기가 좋았어요. 음식도 맛있었고요. 거기서 점심을 먹고 해장이 되었죠. (하하하)


아련 여행에서 첫날은 언제나 그곳에 조금 적응을 하는 시간이잖아요. 낯선 곳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슬슬 정을 붙이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첫날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오키나와라는 공간에 대해서 하나도 정을 못 붙인 상태에서 무작정 츄라우미 수족관부터 갔더니 감흥도 덜하고 그랬나 봐요. 첫날은 거의 내내 내가 ‘손님’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형주 우리가 며칠 먼저 도착해서 오키나와에서 이미 적응하고 있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몰라요.


아련 그렇죠. 둘째 날에는 그런 느낌이 훨씬 덜했어요. 역시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쌓여서 조금씩 나에게도 의미가 생기고 그런 건가 봐요.



오키나와를 가면 국제거리는 꼭 가야 할까요?


아련 오키나와 여행에서 꼭 들르게 될 거라고 생각한 곳이 또 국제거리***였거든요. 어떤 도시에 '국제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공간이 있다는 것도 조금 어색하기는 한데, 여행자라면 쇼핑을 위해서든 식사를 위해서든 무조건 가게 되는 곳 같았어요. 그래서 오키나와 여행을 가면 많은 시간을 그 거리에서 보내겠구나, 하고 막연히 예상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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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 국제거리는 지나가면서도 보고 여행 중에도 우리가 몇 번 들르긴 했지만... 정말 여행객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블로그를 통해서 정보를 찾아봤을 때 다른 지역에서 야타이 같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국제거리 안에 위치한 이자까야 거리를 찾아가는 경우를 봤어요. 그런데 그 거리야말로 정말 꾸며진 테마파크 같더라고요. 그래서 선뜻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어요. 식당들의 느낌도 여행객을 받기 위한 곳이다, 싶은 데가 대부분이었어요.


아련 기대했던 것보다 국제거리의 규모가 작기도 했어요. 그리고 어떤 특징이 있는 거리인지 딱 와 닿지 않았어요.


성훈 다른 곳을 많이 둘러보지 못하고 대표적인 상품들을 쇼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국제거리를 찾아가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우리 여행 멤버들은 막상 국제거리에 갔을 때 사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고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죠.


아련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아케이드 거리예요. 엄청나게, 아주 아주 작은 소도시 여행을 가더라도 도시 중심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아케이드 거리가 꼭 있어요. 그 도시의 규모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잘 만들어진 곳들이 있어요. 다카마쓰를 갔을 때 그래서 많이 놀랐어요. 다카마쓰가 정말 작은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도심 중앙에 아케이드 거리는 무슨 오사카 신사이바시 마냥 크게 조성되어 있었거든요. 크고 웅장하게 만들어 놓은 아케이드 거리를 걸으면서 다카마쓰****의 다른 구석을 돌아다닐 때와 너무 대비되는 느낌에 ‘이게 뭐야’하면서 어리둥절했었어요.


형주 일본은 어느 지역을 가나 그런 아케이드 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국제거리를 조금 느낌이 달랐어요.


아련 국제거리는 잘 조성된 아케이드 거리라는 느낌보다는... 시장 같은 분위기가 있었어요.


성훈 너무 잘 꾸며진 데를 많이 봐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련 그럴 수도 있겠죠. 어차피 돈키호테를 가려면 가장 대표적인 지역을 찾아가게 되니까 국제거리도 그래서 마지막에 다시 들렀지만, 거기에서 다른 특별한 걸 건질 게 있을까 싶어요.


형주 우리도 마지막에 돈키호테를 들르기 위해 갔었죠.


아련 아기자기하고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그런 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사실 셋째 날 아침에 성훈이랑 나만 갔었던 골목 안의 작은 시장*****,


성훈 아, 맞다-


형주 아사토역 앞에 있는 곳이었죠.


아련 그런 작은 시장을 가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우리가 어중간한 시간대에 그곳을 가서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았지만 국제거리보다 돌아다니는 재미가 훨씬 컸어요. 골목이 좁은데 특색이 있는 가게들이 있었고, 우리가 들렀던 카페******도 특이하고 커피가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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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 있는 골목 시장 풍경


골목 안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스커피도 맛있지만 라떼가 꿀맛!


성훈, 형주 거기 맛있었어요.


아련 진짜 시장이니까 먹을 것도 많이 파는데 가게마다 앞쪽 매대에 작은 사이즈로 포장을 해서 100엔, 200엔, 이런 식으로 내놓고 파는 것들이 있었어요. 오키나와 특산물을 넣은 오니기리도 있고, 간식 삼기 좋은 군것질 거리고 있고, 시장 냄새 물씬 나는 정겨운 기념품들도 있고요.


성훈 거기서 미니 사이즈 일력도 샀죠.


아련 그거 진짜 귀여웠어요 하하 100엔, 200엔짜리 먹거리를 사서 군것질도 하고 그러면서 시장 구경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을 연 곳이 적어서 구경할 곳이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연 상태였다면 그 작은 시장 구경하는 데만 1시간 정도 쏟고도 남았을 거예요.


(다음 화에는 오키나와 여행에서 우리가 경험한 특별한 순간들에 대한 회고가 이어집니다.)










덧붙이기


* 우리나라의 가장 큰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그 정보만 대상으로 검색해 본 결과 '오키나와 도보 여행' 또는 '오키나와 뚜벅이 여행'으로 검색하면 블로그 후기가 6,7페이지부터 다른 여행지(규슈, 마카오 등등) 정보와 섞이기 시작한다. 반면에 '오키나와 렌터카 여행'이라고 검색하면 30페이지를 넘어가도 비슷하지만 알찬 정보들이 나온다. 인터넷 상에서 공유되는 정보의 양이 사람들의 관심이나 보편적인 여행 스타일을 반영한 거라고 생각하면 '오키나와 여행 = 렌터카 여행'이라고 인식되는 걸 짐작할 수 있다.


** 추라우미 수족관의 자세한 정보는 https://goo.gl/maps/E4s3hmHmrcS2 참고. 1975년 만들어졌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수족관이라고 한다. 돌고래쇼가 진행되는 풀장이 바다를 등지고 있어서 관객석에서 앉았을 때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뛰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돌고래쇼의 인기가 많은 곳이다. 원래 입장료는 1850엔 정도(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근처 휴게소에서 구입하면 1600엔에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오후 4시 이후에 입장하는 경우 돌고래쇼가 모두 끝난 이후이므로 자체 할인가 1290엔으로 입장할 수 있다. 이미 1850엔을 주고 구입한 티켓일지라도 4시 이후에 들어가려고 하면 차액을 현장에서 바로 환불해준다. 수족관 관람은 오후 6시 30분까지 가능.


*** 국제거리는 나하시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으로 약 1.6km의 일직선으로 뻗은 거리에 오키나와 수호신과 토산품을 파는 상점들, 레스토랑, 쇼핑센터, 호텔 등이 밀집한 구역을 가리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공습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었던 곳이 전쟁 이후 미군 정부와 류큐 정부 정부가 협력하여 영화관을 짓고 영화관 근처로 상인들이 모이면서 지금의 국제거리로 발전했다고 한다.


**** 찾아보니 다카마쓰의 아케이드 상점가는 총 2.7km에 다다르고 일본 내 아케이드 상점가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2014년 기준 다카마쓰의 인구는 419,429명인데 같은 해 오키나와 인구가 1,301,462명인 것을 보면 다카마쓰의 아케이드 상점가가 얼마나 거대한 지 짐작할 수 있다.


***** 아사토역 근처의 시장 골목에 대한 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https://goo.gl/maps/41GUbzy9d3J2 참고. 운영시간은 24시간이라고 되어 있는데 가게마다 차이가 있다. 주말 점심시간 이전에 찾아갔을 때는 문 닫은 곳이 많았다. 오키나와 동네 작은 시장 골목을 경험하기에 좋고, 작은 점포들이지만 개성 있는 곳이 많다.


****** 아사토역 근처 시장 골목에 위치한 카페 맛집 'Potohoto', 자세한 위치와 정보는 https://goo.gl/maps/QEpdSaSTH772 참고. 아래 사진처럼 저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 싶은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작은 'potohoto'라는 간판의 카페가 나타난다. 카운터에 딱 세 자리만 앉을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구글 리뷰에서 평점 4.5점을 기록하며 호평 가득한 카페. 커피도 맛있고, 이 카페에 들른 김에 골목 안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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