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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오키나와 여행 (4화)

오키나와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 순간들

by 하루


입식 노천탕에서 석양을 바라보던 순간


아련 ‘오키나와’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이미지가 해변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자연 환경, 그런 거였어요. 우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을 머물렀지만 그 와중에 매일 한 번은 바다를 보러 다녔고 그래서 오키나와 바다의 다양한 면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장소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자면, 나는 온천이 정말 좋았거든요.


형주 인상 깊은 장소로 온천 이야기를 꺼내려고 안 그래도 장전하고 있었어요! 세나가지마(Senagajima) 쪽에서 우리가 들렀던 온천* 말하는 거죠?


정식 명칭은 Ryukyu Onsen Senagajima Hotel. 중앙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건물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아련 네. 처음에 어떻게 찾아가게 되었던 거에요?


형주 이전 2월 여행에서 카락사 호텔에 머물 때 대욕장에서 보낸 시간이 좋았거든요. 그 때 아주 살짝 온천의 맛을 알게 되어서 이번에는 검색을 해봤죠. 시내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으로요. 나하시에서 많이 떨어진 곳으로 가면 산 위쪽에 호텔이 있는데 그 호텔의 온천은 탕에서 전면 유리로 바다가 보이는 엄청나게 유명한 곳이 있어요. 거기를 갈까도 고민했었는데 온천만을 위해서 그렇게 긴 거리를 달려가야 하나 싶었어요. 우리는 전체 일정이 길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였어요. 그래서 시내와 가까우면서 평이 좋은 곳을 검색한 끝에 세나가지마 호텔 온천이 나왔어요.


아련 난 거기가 정말 좋았어요. 여기를 다녀온 뒤에 규슈 지방 여행을 가면서 작은 료칸에서 온천도 가보고 북해도 여행을 할 때도 온천을 가보고 했지만, 여기가 유독 좋았어요. 일단 위치가 너무 좋아요.


형주 우리는 오키나와 여행에서 그곳을 두 번 갈 수 있었어요. 처음에 가보고 정말 좋아서 아련이가 합류하고 나서도 거기를 꼭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아련 나까지 합류하고 나서 그 온천을 찾아갔을 때는 시간적인 여유가 너무 없었어요. 조금 먼 거리로 직접 운전을 해서 오키나와의 바다를 보려고 렌트를 한 상황이었는데 렌트카 반납 시간을 맞추려면 아무리 여유 있게 잡아도 온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딱 1시간. 정말 가감없이 따악 1시간 밖에 없었어요.


성훈, 형주 하하하


아련 남자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엄청 촉박한 시간이었거든요. 단 1시간 안에 그렇게 좋은 온천에서 나와야 한다는 거는 정말 몸에 물을 살짝 묻히고 그만 둔다 그런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겨우 온천을 즐겼는데도 정말 좋았어요. 그 온천의 위치도 좋지만 우리가 거기를 찾아갔던 시간대도 좋았어요.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할 때였거든요. 노천탕 한 쪽 벽면이 아예 뚫려 있었고 그 앞으로는 다른 건물이 없었어요. 입식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서서히 노을이 지는 걸 바라보는데 정말 너무 예쁜 거예요.


형주 조금 멀리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게 보였는데 그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온천에서 보이는 뷰가 아주 잔잔한,

아련 간척지 같이-


형주 바다가 앞에 펼쳐져 있었거든요. 그런 자연 환경이 펼쳐져 있는데 파스텔톤 빛깔의 노을이 내려오기 시작하니까 정말 예뻤죠.


성훈 저도 그 경치가 참 좋았어요. 비행기도 워낙 좋아하는데, 탕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워낙 좋으니까 여행 메이트들이 다 신나서 여행에 대한 피로도 저절로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아련 몸이 노곤해져서 피로가 풀리는 거요?


성훈 그것도 그런데, 여행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렌트카를 반납하기 위해서 길을 어떻게 얼마만큼 달려야 할 것인지, 여행을 하다보면 그런 세세한 것들이 머릿속에 계속 떠있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 온천에 갔을 때는 다들 신나서 그런 걱정들을 싹 잊고 정말 즐겼어요. 그게 정말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입식탕이 정말 특색 있었어요.


형주 맞아요. 입식탕도 좋았고 전체적으로도 시설이 말할 것 없이 좋은 곳이었죠.


아련 꽤 규모가 있는 호텔의 온천이었는데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온천만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형주 1인당 1300엔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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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노천, 오른쪽이 실내의 모습. 노천탕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로 남길 수 없으니 더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아련 실내탕으로도 두 가지 종류의 탕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거기는 노천탕이 정말 메인이예요. 지금 노천탕 구역에는 기억나는 걸로는 네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가장 일반적인 탕와 1m 20cm 정도 깊이의 입식탕, 그리고 둥글고 깊은 나무통을 이용한 1인용 탕과 미지근한 온도의 탕, 이렇게 준비되어 있었어요. 성훈이도 이야기했지만 입식탕이 있는 게 좋았어요. 입식탕에 들어가면 어깨나 목까지 몸이 잠기는데 거기 서서 석양을 바라보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바라보는 게 정말 좋았어요. 정말 좋다, 하고 계속 감탄했던 것 같아요.


형주 거기가 정말 좋았어요. 노천 구역에 사우나도 여러 종류 있었어요. 건식, 습식 사우나가 있었고 한국식 세신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었어요. 가격은 많이 비쌌던 걸로 기억하지만.


아련 나는 그 때 정말 치열했어요. 딱 1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는데 그 온천이 너무 좋으니까, 온천을 즐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계산을 하는 거예요. 머리 말리고 나가려면 마지막 10분은 비워두고, 이 탕에서 5분, 그 다음 저기로 이동해서 5분, 지체하면 안 된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어요. 로테이션을 해야 됐거든요. 한 번씩 다 들어가보고 마지막에 제일 좋았던 곳을 또 들어가서 즐겨야 하니까-


성훈 히츠마부시네요.


아련, 형주 하하하하 (폭소)


아련 그래서 나의 마지막 선택은 입식탕. 거기서 해가 거의 다 들어가고 깜깜해져가는 하늘을 보는 데 역시 좋았어요. 거기는 도심이 아니고 좌우 어디에나 다 트여있는 정말 외진 곳이기 때문에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노천탕을 즐겨도 좋을 것 같아요.


성훈 저도 거기는 밤에도 한 번 가보고 싶고, 아침에도 가보고 싶어요.


아련 온천 시설만 봤을 때 숙박 가격은 조금 비싸지 않을까 짐작되지만, 온천 때문이라도 숙박을 할 가치가 있지 않나 싶은 곳이예요.


형주 나무통으로 된 탕은 일본 만화나 영화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거라서 궁금했거든요. 이렇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온천에도 굳이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떤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가 봤으나-


아련 뭐, 엄청 특별한 건 없었죠?


형주 앉아서 조금 깊이 몸을 담글 수 있다 그런 느낌만 들었어요.


아련 나는 그게 일본 사람들이 ‘개인’을 중요시하는 게 있잖아요. 사생활을 철저히 관리하는. 그런 마음에서 혼자만 몸을 담글 수 있는 탕을 만들어 놓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형주 한국에서도 그렇고 온천을 가보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이렇게 본격적인 온천을 작정하고 간 건 처음이었는데 좋았어요. 사실 대중탕처럼 많은 사람들이 탕을 공유하는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단체 생활을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을 때 빼고는 간 적이 없어요.


아련 나는 형주랑 다른 이유로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온천을 가 본 적이 없었어요. 한국에서도 어렸을 때 대중탕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에 일본 여행을 간다고 할 때 ‘온천 여행’이라는 테마를 잡고 그걸 메인으로 삼고 일정을 짜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한국에도 탕이 많은데 굳이?’ 이런 생각이어서 그동안 딱히 일부러 찾아간 적이 없었거든요.


성훈 그.런.데-


아련 그런데, 여기는 그래도 가보는 게 좋겠어요. 물론 오키나와에는 좋은 리조트들도 많아서 이 정도 퀄리티의 온천이 다른 곳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입식탕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그 기분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으니 렌트해서 이 근처를 지나가는 동선이라면 들러보길 추천합니다.


형주 온천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가보는 걸 추천할 만큼 괜찮은 곳이었어요.




지나친 도박은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요란한 파칭코장 내부. 일본 어디를 가나 번화가에서 쉽게 파칭코장을 찾을 수 있다.


형주 오키나와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곱씹어보면 아련이가 오키나와에 도착하기 전날 파칭코**를 가봤던 걸 빼놓을 수가 없어요.


아련 그 때 처음으로 해본 건가요?


형주 그렇죠.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파칭코를 한 건 아니고 파칭코장에 들어가서 슬롯을 해봤어요. 각자 재미삼아서 딱 1,000엔씩만 써보자, 하고 들어갔어요. 30분 정도는 즐길 수 있겠지 싶었어요.


성훈 정말 큰 꿈이었죠. 1,000엔은 10분이었어요.


형주 정말 굉장히 빠른 시간에 두 명은 돈을 다 썼어요. 반면에 나는 그 날 한 번도 안 터진 자리에 앉아서 시작했는데 갑자기 터지기 시작했어요. 터지고, 터지고, 터지고....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이어졌어요. 나중에는 버튼을 계속 누르는 게 힘들어서 손이 아팠어요.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자 하고 나왔죠.


성훈 그 때 표정을 직접 봤어야 하는데... 정말 힘들어했어요. (하하하)


형주 파칭코 안의 공기가- 정말 안 좋았어요. 손도 아프고 공기도 너무 안 좋고 그래서 결국 중간에 끊고 나왔어요.


아련 근데 계속 터지고 있었다면서요,


형주 네.


성훈 우리는 우리가 앉은 자리가 베팅이 얼마 짜리인지도 모르고 그냥 대충 앉아서 한 거였어요.


형주 나중에 보니까 우리가 앉았던 자리가 베팅 금액이 제일 높은 데였어요. 구슬 하나당 20엔인가 25엔인가, 그 정도 됐을 거에요.


성훈 형주형은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평소에도 게임을 많이 해서 금방 룰을 파악했는지 모르겠어요. 나머지 두 명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고 그냥 있다가 1,000엔을 금방 다 잃었거든요.


형주 G님은 내가 하는 걸 보면서 그 때서야 어느 정도 이해를 했어요. 그래서 내가 딴 것 중에서 일부를 가져가서 다시 해보고 하시더라고요. 성훈이는 애초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냥 1,000엔 잃고 나서도 큰 관심은 없었고요. 결론적으로는 30,000엔 정도 남았어요.


성훈 형 하는 걸 보면서 경고문들이 왜 붙어있는지 알게 됐어요. 파칭코장에 가면 입구랑 군데군데 경고문이 붙어있거든요. 엄마들이 애기를 방치해놓고 정신을 놓고 파칭코만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어요.


형주 그리고 당연한 거겠지만 직원들이 정말 친절해요.


성훈 제가 어떻게 플레이 하는 건 줄 몰라서 처음에 헤매고 있을 때 직원이 와서 옆에서 계속 설명하고 옆에서 직접 도와주고 그랬어요. 뭐, 그 정도로 친절하게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10분도 안 되어서 다 날렸지만요.


형주 원래 전세계 어디나 도박을 하는 곳은 진상부리기 전까지는 모든 직원들이 최고로 친절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을 잡아놓으려고 하죠.


아련 오래 있게 만들면 만들수록 돈을 잃을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지니까요.


형주 그렇죠. 이번에 슬롯머신으로 돈을 땄던 것도 순전히 운이 좋아서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거지, 오래 있을수록 돈을 잃었을 거예요.


아련 어떤 기대를 가지고 도박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계속 연장하면 할수록 하는 사람은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돈을 더 딸 수 있다는 기대를 중간에 싹 접고 자리를 털고 나오는 게 힘들긴 하죠. 정말 인간의 욕망을 완벽하게 다스려야 가능한 거잖아요.


형주 고등학생때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우리는 돈으로 환전해서 그곳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뿌듯)


아련 그렇게까지 아버지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었다니 놀랍네요.


형주 술, 도박, 요런 부분에 있어서는 잘 듣습니다.


아련 다른 부분에서도 좀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성훈 하하하하


형주 다른 건 딱히 요구하신 게 없었어요. (진지)


아련, 성훈 하하하하


아련 나는 그 다음날 합류를 해서 파칭코를 못 가봤잖아요. 처음으로 파칭코를 가본 경험은 어땠어요?


형주 돈 딸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오락기에 돈을 집어넣고 논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금액을 정확하게 정해놓고 이런 경험도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해볼 만한 것 같아요.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고 운이 좋으면 나름의 소소한 재미도 얻을 수 있고요. 그런데 일단 모든 파칭코는 금연석이 있어도 흡연석과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담배연기가 전체적으로 다 퍼져 있어요. 파칭코 내의 공기는 흡연자들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답답해요. 옷에는 당연히 냄새가 다 베고. 게다가 파칭코 기계의 소리도 너무 시끄러워서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서로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어요. 그런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하려면 파칭코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가서 해볼까? 이렇게 생각하면 들어가서 못 버텨요.


성훈 일본인 친구들도 파칭코가 그렇게 많지만 평생 한 번도 안 해 본 애들이 많아요. 중독자가 많아서 파칭코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도 아니고요.


형주 다행히도 우리는 정해진 금액으로, 끊을 줄 알았기 때문에 돈도 따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나온 것 같아요. 돈을 딴 김에 그걸로 맛있는 거나 먹어보자, 하고 동네에 괜찮아 보이는 이자카야를 갔죠.




오키나와에서 맛본 친절함 - 이자까야 '아군차(Aguncha)'


아련 나는 마지막날 갔던 이자카야- 아군차***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형주 아군차! 아군차 사장님과 스탭들의 친절함은 일본 여행을 하면서 접한 많은 친절함 중에서도 독보적이었어요.


성훈 일본인의 친절함의 끝을 봤죠.


아련 음... 그런데 아군차에서 내가 느꼈던 친절함은 평소에 생각하던 ‘일본인들의 친절함’이랑 조금 달랐어요. 그 느낌과 비슷한 것을 찾아보자면... 시골 마을의 정이 많은 가게에서 느껴지는 친절함? 도시의 가게와 비교했을 때는 오지랖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관심이 깔려 있었어요.


형주 아군차 사장님께서 그 때 당시에 진행되고 있던 평창 올림픽 이야기도 먼저 하시고 소녀시대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도 해주셨죠. 그런 식으로 우리와 대화를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먼저 꺼내서 관심을 보여주신 것도 좋았지만, 다른 점원들의 접객도 굉장히 친절했어요. 생선구이를 내어줄 때도 구워진 모양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설명을 다 해준 다음에 먹기 편하게 일일이 해체해줬어요. 중간에 의사소통이 조금 꼬여서 우리가 주문했던 오차즈케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메뉴가 나왔을 때도 빠르고 정중하게 다시 처리를 해줬어요.


아련 그 가게에 외국인은 우리 밖에 없었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봤을 때도 외국인이 많이 오는 곳 같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우리 테이블 하나를 위해서 메뉴가 나올 때마다 설명을 자세히 해주셔서 우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형주 계산을 하고 나가는 길에 모든 손님들에게 오미야게(기념이 될만한 선물)를 하나씩 주셨잖아요. 일본 현지인들에게는 캔 음료 같은 걸 하나씩 주셨고 우리한테는 오키나와에서 많이 쓰는 노락색에 빨간색 포인트를 준 젓가락을 한 세트씩 주셨어요.


아련 그거 집에서 잘 쓰고 있죠.


형주 맞아요. 잘 쓰고 있어요.


아련 그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여행 기념품으로 젓가락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로 알지만, 대중적인 기념품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음식점에서는 아무래도 젓가락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쓸텐데 그 중에서 한 세트씩 선물하면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집에 도착해서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어요.


형주 아군차에서 주문한 음식들을 먹으면서도 느꼈어요. 그곳에서 먹은 생선도 맛있었지만 역시 오키나와는 고기가 맛있구나.


아련, 성훈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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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차에서 정말 많은 음식을 시켜먹었다. 사시미가 조금 아쉬웠지만 다른 요리들은 모두 맛이 좋았다.


형주 그 때 레드와인이 들어간 고기 요리가 있었는데 서양식 요리였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고기 질도 좋았고 요리도 깔끔하게 잘 해서요.


아련 나는 또 인상적이었던 것이- 우리가 아군차를 방문한 것이 이른 시간이 아니었거든요. 11시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다른 테이블에 엄청 어린 아이랑 함께 온 가족이 있었어요. 아빠는 아빠대로 반주를 하면서 음식을 먹고, 아이는 엄마랑 면요리를 나눠 먹는데 늦은 시간에 술집에서 아이를 동반한 모습은 한국에서 보기 드물잖아요. 그런데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형주 맞아요. 아이가 정말 귀여웠어요.


아군차의 실내 전경
아군차의 실내 전경2. 귀여운 꼬마 아이는 우리가 나갈 때까지 은근히 우리를 의식하고 있었다.


아련 그리고 바에 생선이랑 해산물들이 올라와있는데 솔직히 비린내가 많이 났어요. 나는 비린내에 예민한 편이라서 바에서 떨어져 있었어도 느껴졌거든요. 그런데도 워낙 가게 분위기가 정겹고 친절하니까 비린내는 크게 거슬리지 않더라고요. 성훈이는 어때요? 기억에 남는 것이 있어요?


성훈 아군차에서 먹은 것들은 다 맛있었어요. 기억에 특별히 남는 것은-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메뉴를 우리도 먹고 싶어서 설명을 하면서 주문을 했는데 결국 주문이 잘 안 됐죠.


아련 맞다, 기억나요. 결국 다른 음식을 먹었죠.


성훈 또 돼지 머리 누른 게 오키나와 대표 음식 중에 하나라고 하면서 소개해줬어요. 우리가 그걸 먹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에 다 먹고 계산하려고 할 때 돼지 머리랑 큰 생선들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게 했어요.


아련 그런 점이 바로 아까 말했던 약간의 오지랖? 아니면 강요가 섞인 친절함이요. 하하


형주 관광객이면 다 찍어야 하는 거라면 강요하셨죠.


아련 이게 정석이니까 잔말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그런 느낌


형주, 성훈 하하하


아련 우리가 오키나와에서 일본식 이자까야를 몇 번 시도했는데 그렇게 만족한 곳이 없었거든요. ‘완전 실패’까지는 아니었지만 다시 갈 것이냐고 물으면 안 가고 다른 곳을 찾아보겠다 싶은 곳들이었어요. 하지만 아군차는 다시 갈 만한 곳이예요. 오키나와에서 타코나 햄버거, 라멘을 먹는 데 지쳤다면 아군차가 후회 없는 선택일 거예요.


형주 오키나와 여행 전체에서 식당으로 치자면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시 떠올려도 정겨운 아군차의 입구.









덧붙이기


* Ryukyu Onsen Senagajima Hotel 의 정확한 위치와 상세 정보는 https://goo.gl/maps/ADCdhAegtU92 참고. 위치며 시설이 아주 좋고 방을 잡을 경우 1박에 20만원대. 투숙객이 아니어도 우리처럼 온천만 이용하는 것도 가능한데 호텔 홈페이지를 참고하니 온천 운영시간은 06:00~24:00(마지막 입장은 23:00)이고 성인 기준 평일 1,330엔, 주말(공휴일 포함) 1,540엔이라고 나온다. 다음에 오키나와를 경비 걱정 없이 여행갈 수 있다면 이곳에 투숙하면서 제대로 휴양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동차를 렌트해서 이곳을 들를 수 있는 동선이라면 온천을 추천!


** 일본 여행을 갈 때마다 거리에서 오락실 같은 느낌의 요란한 소리를 내는 건물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모두 파칭코 건물이었다. 이번 기회에 일본의 파칭코에 대해서 찾아보니 일본 문화 컨텐츠 시장 1,2위를 다투며 2011년 기준으로 약 22조엔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일본 법률상으로는 파칭코를 도박으로 보지 않고 놀이라고 보고 있어서 합법적으로 운영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박이라고 생각하고 파칭코 중독으로 인한 소식들이 뉴스에도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 아군차의 정확한 위치와 상세 정보는 https://goo.gl/maps/rE1TKMmjMEu 참고.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운영하고 국제거리에서 도보로 15분 이상, 택시로는 6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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