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에게 내 머리카락은 종종 미친 곱슬머리라고 소개를 한다.
대개 아시안들이 찰랑이는 긴생머리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편견과는 다르게 내 머리카락은 꽤나 곱슬거린다. 사실 미친듯이 곱슬거린다. 한국에서 자란 나는 당연히 엘라스틴 샴푸 광고를 보고 자랐고(세대가 다른 분들은 다른 샴푸 광고였겠지요), 전지현의 긴 생머리는 당연히 우리 모두에게 자연스레 이상향,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광고에 낚였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가지로 고정하는 편협한 사고에도 낚였다.
어쨌든 어린 시절의 나는 곱슬머리가 죽도록 싫어서 거의 두세달에 한번씩 생머리로 펴댔다. 당시엔 그게 당연하기도 했었다. 미국에 와서도 한참을 머리를 폈고, 사람들은 당연히 나는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가진 아시안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마흔에 접어들면서, 뭐 살 날도 얼마나 남았다고(..! 많이 남았겠지만, 바꿔 말하면 여태 꽤 살았는데) 계속 이렇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고싶지 않다 싶어서 어느날 연례행사처럼 하던 그 비싼 매직펌을 멈추어보았다. 그리고 짧은 곱슬머리가 되어서 삼년째 살고있다.
물론 좋은 점은 아침마다 드라이를 하고 고데기로 머리를 펴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은 머리에 컬링용 헤어제품을 바르면 끝이다. 더이상 머리랑 아침마다 씨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30프로 더욱 풍요로워진다.
처음 내 곱슬머리를 본 사람들은 펌을 한 거냐고 물었다. 내 진짜머리라고 했더니 모두 기절초풍이었다. 이렇게 예쁜 곱슬을 여태 폈다는 것이 더 놀랍단다. 백인들의 머리카락은 보통 아시안보다 얇아서 컬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흑인들은 오히려 너무 강한 컬로 두피에 파고들기도 한다. 미셸 오바마도 최근 자연 그대로의 곱슬머리로 공식석상에 등장해서 그녀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냈고, 대중은 그런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나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살기로.
사람들은 정말로 진짜 네 머리냐고들 묻는다. 그럼 멋쩍어하면서 하하 네, 제 미친 곱슬입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의외로 놀라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내 곱슬을 사랑해준다는 것이다. 훨씬 생기있어 보이고, 명랑해 보인단다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인가).
하여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사랑하기.
곱슬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