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커피숍 변태 강아지 관음병자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에는 강아지들이 정말 많다. 평생 강아지를 키우다 어느 날 눈떠보니 두 고양이의 집사가 된 나는, 예민한 두 고양이 덕분에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길이나 카페에서 만나는 모든 강아지에게 사랑의 눈길을 보낸다. 혹자는 강아지 관음증이라고도 부르지.
길에서 만나는 모든 강아지에게 눈으로 인사를 건네는데, 내성적인 강아지와 외향적인 강아지의 반응이 다르다. 내성적인 강아지는 눈이 마주치면 못 본 척을 하거나, 주인 뒤로 숨거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린다. 그런 강아지들에게는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이 그 강아지를 향한 예의이다. 반면 외향적인 아이들은 눈이 마주치면 보통 눈이 동그래지면서 "나 본거야?" 하는 신호를 보낸다. 혹은 더 적극적인 강아지들은 "헥헥!"거리면서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가까이 다가오려는 아이들이 있다. 그럼 나같이 강아지 관음증 환자들은 이때구나! 를 (속으로) 외치며, 강아지 주인에게 점잖게 물어본다. "네 강아지랑 인사해도 될까?" 보통 외향적인 강아지들의 주인들은 강아지의 외향성을 잘 알고 있고, 그런 아이들은 또 보통 낯선 사람들이 만져주고 예뻐해 주면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고 한다. (극 외향성 강아지는 그렇게나 귀여운 거였다) 그렇기에 주인들도 보통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 얘 진짜 상냥하고 사람 좋아해."식으로 반응을 한다.
그러면 나는 옳다구나! 하고 강아지를 신나게 쓰다듬어 주고, 너 진짜 예쁘구나! 를 연발해 준다. 배를 보여주기도 하고, 점프를 뛰기도 하고, 신나게 핥아주기도 한다. 강아지에 굶주린(?) 나는 이 상냥하고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들의 액션에 강아지 사랑을 흠뻑 취한다. 마치 굶주린 뱀파이어가 오랜만에 만난 진짜 맛있는 피맛을 본 듯이,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눈빛, 따뜻한 체온, 꼬리꼬리한 체취 등을 흡수(?)한다. 마치 충전용 건전지가 급속 충천을 하듯, 급하게 아이들의 긍정적 에너지와 사랑을 빨아들인달까.
이런 강아지 관음병자인 내가 요새 최애하는 공간이 있는데,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이다. 스타벅스와 달리 로컬샾이고,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고, 주말에는 북클럽이나 작은 콘서트 등도 열리는, 매우 힙한 공간이다. 커피도 꽤나 맛있다. 이곳은 창가에도 앉을 수 있는데, 나는 언젠가부터 카운터가 정면으로 보이는 이 낮은 소파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사람들이 잠깐 들어와 커피를 사가는데, 주인이 커피를 사는 동안 옆에서 기다리는 강아지들과 눈으로 인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루하게 눈을 굴리며 서 있는 강아지들에게 눈으로 인사를 하거나 손을 들어 살짝 흔들면 역시나 내향적인 아이들은 당황하며 눈을 굴리며 피하고, 외향적인 아이들은 "음? 나?" 하며 엉덩이를 움찔 거리며 슬금슬금 다가오려는 기색을 보인다. 그럼 나는 그 주인이 커피 하는 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린 후 주인에게 강아지 칭찬을 하며,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마침내 강아지와 나는 눈인사만으로 끝내지 않고 서로를 진짜로 만나게 된다.
배를 긁어주고, 이마를 만져주고, 혀로 핥아주고(내가 아니고 강아지가), 점프를 뛰고(이것도 강아지가)... 이 일분이 넘지 않는 짧은 인사의 행위 동안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있다. 애정이 채워지고, 사랑이 가득해진다. 나는 고양이 집사이지만, 강아지들의 이 애틋한 애정과 무조건적 신뢰는 무언가 나를 가득히 채워주는 것이 있다.
오늘도 잠깐 커피숍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역시나 매일 앉는 그 카운터가 보이는 구석 낮은 소파이다. 오늘은 안타깝게도 커피숍에는 손님이 많지 않고, 당연히 강아지 손님도 한 마리밖에 없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 아이는 내향형 강아지인 것 같다. 살짝 손을 들어 인사를 했더니 눈을 굴리며 엄마 뒤로 살짝 주춤하며 물러선다. 아, 넌 내향적이구나, 그럼 내가 너를 방해하지 않을게. 근데 너 엄청 예쁘다.라고 눈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또 변태같이 남의 강아지 사진을 찍었지.
언젠가 강아지 입양할 날을 꿈꾸며.
꼭 쉘터에 가서 입양하겠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동네커피숍에서 강아지 기운을 흡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