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까 싶었다. 3일 동안 하루 6시간씩 진행되는 발레 겨울 인텐시브 클래스를 신청해 놓고서도.
예전부터 남들이 기대하지 않을 때 혼자 픽픽 쓰러지던 역할을 맡아온 터라 그 체력 어디 가겠나 싶어서 걱정이 많았다.
군대 처음 들어가면 체력이 약한 군인들이 멀미를 하는 장면이 영화에 자주 나오던데, 거짓말이 아니었다.
첫날은 늦은 오후부터 속이 메슥거려 수업이 끝나고도 한참을 앉아있어야 했다. 그래서 군인들이 그렇게 토했구나… 생각하면서.
포기하고 좀 쉴까, 생각하다가 칠십 대 할머니들이 발레 클래스를 듣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사십 대 자존심이 있지, 하면서 버텼다.
버틴 나, 매우 장하다. 속으로 토닥거려 준다.
이년 전에야 처음으로 발레를 시작한 나는 어릴 때부터 해온 사람들을 경탄해 마지않는 눈으로 바라본다.
부럽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여보고 싶다.
그래도 6시간을 매일같이 모여 연습을 하니, 조금씩 감이 잡히는 모퉁이들이 있다.
이렇게 죽도록 되지 않던 작은 움직임들이 어느 순간 실의 가닥이 잡히듯 손가락 사이로 엉겨 들어올 때,
그때의 느낌이 참 좋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 물에 몸이 뜨는 느낌을 알 수 없어 물속에서 허덕이던 내게, “어쩔 수 없어요. 직접 느껴야 해요!”라고 소리 질렀던 그 수영강사님의 말처럼,
빠져 죽을 것 같은 경험을 몇 번 한 후에 내 몸이 어느 순간 물과의 마찰을 이해하듯 조금씩 유영할 때 마침내 수영의 느낌을 느끼듯이 말이다.
음악과 내 발의 스텝과 내 마음의 리듬이 모두 맞아 들어가서 아름답게(사실 아름다우려면 아직 한참 먼 몸짓이지만) 순간을 완전하게 했다는 느낌이 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이런 느낌에 사람들이 무언가를 배우나 보다.
오늘 이십여 명이 함께 모여 발레 바리에이션을 배우는데, 자꾸 어디선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낯선 소리가 자꾸만 나서 주위를 뒤돌아보니,
칠십 대 할머니 발레리나께서 방귀를 뀌면서 발레를 하고 계셨다. 방귀의 힘으로 앞으로 전진하시는 듯이 느껴졌다.
소리가 안들리시는 걸까, 아….
이틀째 하루 6시간 발레 수업을 모두 소화하고 계신다. 속으로 나도 언젠가 방귀의 힘으로 전진할 때까지 발레를 해야지, 다짐했다.
조프리의 발레리나들이 번갈아가며 수업을 가르치는데,
수업도 잘 가르친다. 아름답고, 젊고, 당당하다. 예술을 몸으로 하는 이들은 몸이라는 악기를 항상 알맞게 튜닝해야 할 텐데,
멋지다.
하루 더 남았다. 유종의 미를 완성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