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덜컥 대권을 잡을까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윤석열이 대선후보가 됐다는 자체가 국짐당은 멸망이란 종착역이 가까워왔다는 증거도 된다. 이걸 박근혜 탄핵 이후로 시간순으로 나름 분석해보았다.
지금은 많이 잊힌 수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에 불과했다. 즉 국정농단이란 망국적인 사건을 겪어도 야권이 원팀이 됐으면 어려운 게임이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국짐당은 전무후무한 참패를 당했다. 보통은 한 정부의 집권기 가운데 이루어지는 중간선거는 여당이 불리하기 마련인데도 말이다. 당시의 자유한국당은 3연패를 겪으며 갈라져 있던 바른정당계를 다시 흡수해 덩치를 키웠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6. 이러던 그들이 외부인사 김종인을 영입해서 서울,부산의 보궐선거에서 뱐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비대위원장 체제를 1년 가까이 유지하는 여전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 그들은 젊은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준석을 정식 대표로 밀어 올렸다. 그러나 이준석은 0선중진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국회의원은커녕 시의원,구의원도 한 번 하지 못한 풋내기라 바지사장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준석으로도 답이 안나온 것이다.
그런데 당 외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내던 윤석열이 현 정부를 굶주린 멧돼지처럼 들이박으며 자신의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윤석열은 오로지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만 믿고 국짐당에 쳐들어오다시피 입성했다. 그렇게 국짐당 경선은 시작됐지만, 막상 모아놓고 보니 개콘이 왜 망했는지 알겠다는 밈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장 4강까지 추려진 후보들만 봐도 그렇다. 홍준표와 유승민, 원희룡은 진부한 올드페이스일 뿐이었다. 윤석열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이 우스꽝스런 구도 가운데 홍준표가 젊은 사람들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며 급부상했다. 나도 놀랐다. 지난 대선의 홍준표는 꼰대 그 자체였는데, 이번의 홍준표는 젊은이들에게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로 변신했다. 여기에 힘입어 홍준표는 여론조사에서 어느 순간 윤석열을 추월했다. 그러자 국짐당의 요직에 있는 자들이 너도나도 윤석열 앞에 줄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여론조사가 돌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결국 국짐당의 룰에 맞춰 윤석열이 기어이 후보가 됐다.
이 과정을 군대에 비유하면 국짐당은 한 사단이 갓 전입온 이등병에게 장악당한 꼴이다. 사단장의 계급이 이등병인 셈이다. 이런 집단의 미래야 불보듯 뻔한 것 아닌가? 리더가 없어 외부인사 영입으로 근근이 버티다가 아예 이등병에게 접수된 국짐당은 멸망을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다. 윤석열이 컨벤션효과로 지지율이 쭉 올라가는 결과가 나온 바로 그날 홍준표가 "이회창도 50퍼를 넘다가 10퍼센트대까지 쭉 떨어졌다"고 한 마디 날렸다. 홍준표는 국짐당 내에서 장교라면 포스타, 부사관이라면 사단 주임원사급의 짬밥을 갖고 있다. 홍준표의 눈에는 다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길, 둘 중 지는 쪽은 반드시 감옥에 간다고 일갈했다. 그래도 홍준표가 국짐당 소속이니 중립적으로 말한 거지, 사실상 윤석열이 감옥에 가는 건 절대 피할 수 없다고 말한 거나 다름없다.
홍준표는 지금 머가리를 열심히 굴릴 것이다. 그는 이미 망한 자한당의 대표를 지낸 사람이다. 이재명이 이기기만 한다면 국짐당은 윤석열 껴안고 망한다. 혹시 아는가? 홍준표가 다시 망한 국짐당의 대표가 될지도.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지만, 국짐당의 재건이 홍준표 손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