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고쳐쓸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눈앞이 캄캄할 따름이다. 절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결국 투표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말았다. 브라질식 연성쿠데타니 검찰의 난이니 요딴 말도 이젠 필요가 없다. 유권자의 77퍼센트가 투표해서 그중 48.5퍼센트의 선택을 표로 받은 건데 이걸 어떻게 문제를 삼겠는가? 내가 당선되기를 바랬던 후보는 당선된 사람보다 고작 0.7퍼센트 덜 얻었을 뿐이다. 과정상 이해할 수 없고 어이없는 사건들도 많아 억울할 수 있지만 어쨌든 진 건 진 거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언론,검찰 카르텔에 의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깔린 판에서 당선자와 0.7퍼센트의 초경합까지 이끌어낸 원동력은 전적으로 후보의 능력이다. 정말 눈물겹게. 분하고 억울하지만 이 분루에 좌절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잘못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민주당의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기분으로 글을 쓰고 있다!
1. 민주당의 주축 586의 고인물화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자면 밑도 끝도 없겠지만, 이것은 민주당의 주축 586의 고인물화로 간추려 표현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높았다. 내가 보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뒷공간이 최초로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로 보인다. 당시 야당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비하하며 물어뜯었는데, 이 과정에서 드루킹이라는 온라인의 미친놈이 친 장난에 죄없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엮여 들어가 버렸다. 결국 드루킹도 징역을 살았고, 김경수 지사도 실형을 살아야만 했다. 야당은 김경수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포인트를 잡아 줄기차게 물어뜯었는데, 문제는 민주당의 친문을 자처하는 주축 586들이 김경수 지사를 보호해 주지 않고 방관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끝나면 또 다행이다. 그 다음 해,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조국 전 장관이 표창장 한두 장으로 가족에 사돈의 8촌까지 엮여 들어가는 엽기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때도 민주당의 586들은 열중쉬어 하고 가만히 있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조국 전 장관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민주당 사람들이 당내에서 왕따를 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도층들은 오히려 조국 전 장관을 왕따시키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저놈들도 자기네들끼리 권력암투 벌이는 건 야당이나 다를 게 없네" 라고 결론내버린 데 가깝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주축이 된 586들도 고인물화가 되고 보신에나 신경쓰는 기득권이 되어버린 걸로 인식되어버린 것이다.
2. 본질을 못 잡는 부동산 정책
물론 외부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부분이 있고 이 부분에서는 민주당이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려 스무 번이 넘는 정책변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하는 족족 실패하고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았다는 것은 이 많은 정책들이 본질적인 걸 전혀 잡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다는 걸 의미한다. 이건 이런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아빠가 아들에게 다음 주에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그 물건이 하필이면 없어서 못팔 정도의 인기상품이다. 아빠의 입장에서는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그 장난감을 구하러 다니겠지만, 다음주는커녕 한 달이 지나도 구하지 못한 상황과도 같다. 이때 어린 아들의 반응은 "아빠 미워" 정도 아니겠는가? 아빠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아들을 달래야 하는데 어린이들은 잘못 달래면 오히려 더 크게 운다. 이런 상황이다. 이런 상태가 5년 내도록 지속되니 국민들이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
3. 어이없는 인사정책
이것은 1,2번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문제다. 보통 대통령은 각료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면 경질한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에 있어 변죽만 울리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3년이 넘도록 중용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정기관에 발탁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그리고 윤석열 현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골라 앉힌 사람들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약점을 잡아 흔들어놓은 뒤 나란히 대선후보로 출마했으며, 윤석열이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까지 되어버렸다. 정권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는 자들을 그 자리에 그냥 두는 것은 실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 뿐인가? 세금이 넉넉하게 걷혀 상당히 탄탄한 재정능력을 갖춰 놓고도 코로나19 피해자들에게 지원하는 예산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이없는 몽니를 부린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악의 인사로 꼽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4. 180석의 의미를 전혀 캐치하지 못한 무능한 민주당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권에 180석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몰아줬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된 근본적인 원인은 통상적으로는 성공적이었던 코로나19 방역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조국 전 장관이 무자비하게 일가족까지 도륙을 당하는 것을 보며 불합리하다는 걸 느낀 국민들이 중도층에도 굉장히 많았고 그것이 더욱더 결정적인 원인이다. 중도층을 포함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국회의 서포트를 받아 쌓여있는 개혁과제들을 힘있게 미션클리어해 나가길 바랬다. 그런데 실상은 반대였다. 180석의 거대여당이 100석 내외의 야당의 큰소리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언론개혁, 검찰개혁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만 원하던 것이 절대로 아니며, 저 카르텔에 직접적으로 엮여 있는 자들이 아니라면 누구나 박수받을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번번이 야당의 큰소리에 꼬리를 내리는 180석짜리 여당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얼마나 속 터졌겠는가?
5. 대선의 최고의 후보를 내놓고도 복지부동
민주당은 대선 경선을 거치며 상당한 내홍에 시달렸다. 대선후보 이재명의 당내 경쟁자 이낙연을 지지하던 의원들이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봐서 이재명은 놀라운 지자체장 공약 이행도가 말해주는 능력적으로 최고의 후보였으며, 밑바닥부터 올라온, 서민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입지전적이고 따뜻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이재명을 도와 주지 않았다. 오히려 속칭 "똥파리"라 불리는 민주당 교란세력 내지는 정치자영업자들이 집요하고 교묘하게 퍼뜨리는 가짜뉴스들을 이용해서 이재명을 흡집내려 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언론과 검찰을 등에 업은 야당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 해도 벅찬데, 이재명은 당내 주류들의 견제까지 시달려야 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민주당이 이재명의 당선을 크게 원치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사람이 아마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재명은 윤석열과 0.7퍼센트 차이까지 바짝 따라 붙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적이다. 혼자의 개인기로 하드캐리했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다.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밥 사먹여 가며, 때로는 욕도 먹어가며 이재명에게 표를 주라고 권했을 만큼 그는 지지자들의 충성도도 높았다. 나머지 이유를 다 제외하더라도, 이 마지막 이유가 없었더라면 이재명이 졌을 리가 없었다고 본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민주당에게는 분명히 암흑기로 다가올 것이요, 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안위에도 악영향이 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반성해야 한다. 반성한 다음에야 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