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선 얼마 전 사교댄스에서 우르르 확진자가 나와 사회적 거리두기 룰이 다시 타이트해졌다. 식당에서 한 테이블 당 2명까지만 앉을 수 있고 마스크 착용 등을 어길 시 벌금도 1만 달러로 올랐다. 식당들도 장사를 하고 싶겠지만 바이러스가 수그러들 기세가 안 보이니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며칠 전 헬퍼 이모가 우리 집에 온 지 딱 일 년이 되는 날이라 축하할 겸 온 가족이 패밀리 레스토랑엘 갔는데, 글쎄 그날부터 새로운 룰이 시행되는 날이라는 거다. 아이고야. 우리 일행은 어른이 셋, 두 돌 바라보는 말 많은 아기 하나,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아빠한테 아기 띠로 묶인, 이제 5개월 바라보는 잠자는 아기 하나. 아기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아기도 무조건 한 사람으로 친단다. 대롱대롱 매달려 잠만 자는 아기도 벌써 일 인분 몫을 톡톡히 해내는구나. 장하다!!
결국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않았다. 벽 쪽 4인용 테이블에는 안티와 첫째가 앉고. 홀 가운데에 있는 4인용 테이블엔 나 혼자. 그리고 홀 맞은편 기다란 6인 테이블엔 아기 띠를 한 남편. 축하파티 한답시고 왔는데 이런 해괴한 자리배치라니. 말 그대로 웃픈 상황이었다. 애피타이저를 시켜 나눠 먹으려면 홀을 가로질러 가야 하니 그것도 안될 것 같고, 거하게 축하하러 왔지만 각자 메인 메뉴 하나씩 시켜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 와중에도 긍정 파워 넘치는 내 짝꿍. 테이블 당 하나씩 나오는 식전 빵을 각자 하나씩 받게 됐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맛있게 먹으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참 빠르다. 나는 아직도 이 넓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것이 어색해 자꾸 다른 테이블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고 있었건만, 그는 이미 단체 채팅을 열어 안티가 우리 집에 온 것을 축하하는 문자를 보내며 공간을 초월한 소통을 시도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긴 하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코로나 이전이라면 함께 밥 먹으러 가서 핸드폰으로 문자 하는 것을 보고 핸드폰 중독이라며 질린 표정을 지었을 텐데. 지금 우리는 한 손엔 포크, 한 손으론 핸드폰 자판을 열심히 두들기며, 저만치 떨어져 앉은 일행과 소리 없이 음식 맛을 논하고 있다. 이것이 이젠 일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얼굴만 봐 왔기에, 어쩌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을 보면 더 어색해하는 첫째를 보며. 그 또래 아이들에게, 외식이란 '함께 식당에 가지만 안에선 서로 떨어져 앉고 문자로 이야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어쨌든, 아쉬운 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축하는 하고 왔다.
집에 돌아와 동네 엄마들 채팅 방에 오늘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쌍둥이 아기 엄마가 오마이갓을 연발하며 하소연을 했다. 쌍둥이를 엄마랑 아빠랑 하나씩 데리고 앉아야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거면 언제 남편이랑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냐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세 쌍둥이를 키우는 지인이 떠올랐다. 저런. 그 집은 당분간 외식은 아예 못하겠구나. 아이고. 사회적 거리 두며 축하하기, 이렇게라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