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아파트는 참 좁다. 예전에 한국에 방영된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했던 닭장 같은 집, 관짝 같은 집. 그런 집들이 정말 있다. 홍콩 사람 전부가 그런 곳에 살지는 않지만, 집이 너무너무 비싼 게 사실이다. 16평에서 아기를 둘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 20평 아파트에서 아기가 셋인 사람들도 많다. 거기에 가사도우미까지 같이 사니까 집이 집 같지가 않다. 넓은 집에서 사는 게 익숙한 나라 사람들이, 여기 땅콩만 한 집에서 옹기종기 사는 가족들을 보면 난민촌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난 좁은 집이 흔한 런던에서 살았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이 구해놓은 홍콩 아파트에 도착한 날은 충격이었다. 그 방 사이즈에 맞는 더블베드가 없을까 봐 걱정했던 날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마침 소파를 바꿀 때가 된 것 같아 가구점에 갔는데 사이즈가 적당한 소파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가구점 쇼룸이 창고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사전적 정의의 쇼룸은 이런 게 아닌데. 작은 공간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가구란 가구는 다 집어넣은 것이 여기의 쇼룸. 소파와 소파가 붙어 있어서 앉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쇼룸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앉아볼 수도 없고 만져볼 수도 없고. 쇼룸이 정말 말 그대로 볼 수만 있는 곳인가 보다. 아무래도 앉아보지도 않고 선뜻 소파를 사기는 꺼려져서 세계적인(?) 조립 가구 점으로 향했다.
큰 매장이라 소파마다 다 앉아볼 수 있었다.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어도 몇 가지 맘에 드는 것으로 추린 다음에 가격을 보니 이상하다. 작은 소파가 더 비싸다. 뭐시라? 천이든 가죽이든 나무든 재료비는 큰 소파가 더 많이 드는데 왜 작은 소파가 더 비싸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함께 갔던 홍콩인 친구가 홍콩에선 집이 작다 보니 모두들 작은 가구를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은 가구를 살 수밖에 없으니 작은 가구는 비싸게 팔고 큰 것은 그냥저냥 평균 가격으로 파는 것이라나. 좁은 아파트에 이만큼 월세 내고 사는 것도 속 쓰린데, 거기다 좁은 데 사니까 가구도 돈 더 내고 사란다. 역시 홍콩이다. 모든 게 장사. 싸게 소파를 사고 싶으면 큰 집으로 이사부터 가야 할 것 같은데. 예전엔 4인용 소파부터 소파라고 부르고 그것보다 작은 것은 그냥 팔걸이의자라고 부르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내 머릿속 사전도 업데이트해야겠구나. 작아도 모양이 소파면.. 홍콩 집에 딱 맞는 미니 소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