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2, 2024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최근에 그녀가 몰래 손편지를 많이 써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손글씨가 정말 이쁘다.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라 누군가 말했던가. 그렇다면 그녀의 마음만큼 이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도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열정이 있는 분야가 있으면, 그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써내려 갔다.

일기, 음악, 영화, 게임. 주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생계가 나의 열정이 된 이후로는, 업무 말고는 글을 쓸 일이 없었다.

이제는 생계나 업무보다 그녀가 내 열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 써보기로 한다.

손글씨는 자신이 없으니, 차가운 자판을 두드려 보기로 한다.


그녀는 와인을 마시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잖아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인데, 술이 들어가면 더욱 신난다.

어제 화이트 와인이 조금 들어가니 튀어나온 일화이다.


자동차에서 내리다가 열린 문에, 자전거를 타고 오던 사람이 부딪혔다고 한다.

그녀에 비해 나이가 좀 더 있으신 분이었다 한다. 그리고 그녀는 업무 수행 중이었다.

법적으로 봤을 때는 쌍방과실인 상황인데도, 그녀는 0.0001초도 되지 않는 순간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대는 태도로 상대방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그것은 '이렇게 해야 별 일 없이 지나가겠지' 혹은 '미안하지도 않지만 미안한 척 하자' 고 계산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 사람의 천성과, 인생의 철학과, 살아온 길이 보이는 행동이다.


누가 봤을 땐 이런 별 것 아닌 일들에서 그녀의 성품을 마주친다.

그녀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한없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고,

쓸데없이 고개를 숙이길 강요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개를 당당하게 들 줄 아는 사람이다.


최근 격무에 지쳐서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한다.

나에게 재미있는 일 없냐고 물어본다.

나는 그녀 외에는 삶에 재미있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 정말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특히 그녀를 만나고 난 후로는, 그녀와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모든 것들이 더 재미가 없어져버렸다.

하지만 그녀가 재미있는 일이 없냐고 물어볼 때 할 말이 없는 부작용이 있구나 싶다.


평소에 안 마셔본 칼로리가 넘치는 커피를 사본다.

일하면서는 절대 먹지 않는 초밥 세트를 사본다.

고작 일하면서 먹고 마시는 메뉴를 바꾸는 정도밖에는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줄 수 없구나 하고, 조금 자괴감이 든다.


남은 일생 최선을 다해 재밌게 해주리라 다짐한다.

물론 나는 영 재미없는 사람이라, 여전히 재미없긴 하겠지만.

그렇지만 그녀와 함께 재미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이, 혼자 혹은 다른 누군가와 재미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그녀 없이 거창한 일을 하느니, 그녀와 함께 아무 일도 없이 누워있겠다.


최근에 내가 심하게 말을 했다. 그녀는 일하면서 연애하기는 어려운 사람이라고 막말을 했다.

후회하고 있다.

그녀는 유쾌하게 그 말로 나를 계속 놀린다.

어차피 연애상대로 본 적이 없고, 결혼할 상대로 본다고 받아쳤다. 말을 잘 한다고 했다. 뿌듯했다.

뭐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그녀와의 연애는 정말 즐거운 일이지만, 결혼을 더 하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즐거운 일이 없어보여서 안아주고 싶었고,

즐거울 일이 없음에도 해야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그런 하루 가운데에서도 웃음이 많아서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