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와 여행할 때만큼 길게 꿀잠을 자진 못했지만, 몸과 마음이 충만한 채 일터에 나선다.
오전 전체회의에 들어가기 전, 잠깐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피곤할 수밖에 없을텐데, 그녀의 목소리는 밝고 즐겁다. 나를 몇 번이고 살아나게 한다.
버스가 원래 내릴 위치보다 집문에 더 가깝게, 마치 집 앞에 내려주듯 멈춰줬다며,
그런 작은 우연에 기뻐하는 그녀가 너무 복스럽고 대견하다.
그녀는 주변에 복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 나에게 복을 주고 힘을 준 사람이다.
이제는 내가 그녀의 복이 되고, 힘이 되고, 가장 큰 행복이 되고 싶다.
그녀는 몸이 힘들텐데도 나와의 여행에서 찍은 동영상을 편집한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행복해한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참 고마운 일이다.
10분의 영상을 편집해서 만들기 위해서는,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써야한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봐야하고, 열심히 들어야하고, 아이디어도 내야한다.
이것을 한다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에 감동한다.
그녀에게 받은 힘 덕분에 오랜만에 참석한 오전 전체회의를 잘 리드했다. 사회자의 역할이다.
우리 지역 오피스에서는 백여명 정도가 참여해서 한 강당에 앉고,
컨퍼런스콜로 들어와서 카메라로 지켜보는 다른 지역 오피스들도 합치면 몇백명의 인원이다.
몇백명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긴장되기보다는 오히려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다.
나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고 (그녀 앞 빼고 말이다), 내 역할이 없을 때는 조용한 편이고,
성격도 편집증적이고 안경을 쓰면 공부밖에 모를 것처럼 생겨서 '너드남' 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은근 무대에 서거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으면 신이 나는 걸 보니, 관종이기도 했다.
회사에 돌아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그녀의 눈이 떠올랐다.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보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그녀의 눈 두 개만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여행을 곧바로 계획하고 있다.
그녀 덕분에 승진한 이후로, 모든 일이 더 잘 되고, 몸과 마음의 여유를 더 찾았다.
책임 사항은 더 많아지고 넓어진 것은 있지만, 휴가 또한 무제한으로 받았다.
상사와 1분기 스케쥴을 논의한다.
3월 31일에 분기를 마무리하기 전, 3월 초에 그녀와 여행을 다녀올 일정을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내가 이 회사에 2018년 입사한 이후로, 근 7년을 함께 일한 상사이자 은사이다.
입사 후 첫 5년 동안은 2박 3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고, 상사는 항상 진심어린 걱정을 해줬다.
그랬던 내가 간혹 쉬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상사는 내심 좋아하는 눈치이다.
일을 할 때는 미친듯이 일해야하긴 하겠지만, 더 건강해보인다며 격려해주신다.
개인사에 대한 대화는 전혀 하지 않는 분이지만, "결혼할 사람인가봐?" 라고 짧게 질문하신다.
"그러려고 합니다" 라고 짧지만 단호하게 답해본다.
열심히 일하며, 평소 하던 매일 스쿼트 총 550개, 팔굽혀펴기 총 300개를 곁들여본다.
역시 습관이란 중요하다. 여행 동안 좀 쉬었더니 조금 더 뻐근하다. 그 느낌이 좋다.
사랑도 운동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 는 말은 많이 해야 늘고, 사랑의 언어와 몸짓, 행동은 꾸준한 것이 중요하다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태한 사람은 사랑할 자격이 없다. 그런 생각으로 오늘도 그녀를 사랑한다.
지난주 꿈 같았던 그녀와의 시간을 떠올린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목소리. 나만 보고 듣기 아까운 사람. 그래서 나 혼자 보고 듣고 싶은 사람.
그녀와 여행할 표, 묵을 호텔을 예약 완료한다.
다음 여행에서는 더 잘해주리라 다짐한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작은 우연과 행운에 기뻐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우리의 기억을 추억하고 모아서 편집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내가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 하나하나 속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