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분명 며칠 동안 힘들고 우울했던 것 같은데, 어제와 오늘은 마음이 너무 밝고 기뻤다.
다 그녀 덕이다. 그녀는 사랑의 이름으로 나를 다시 받아줬다.
통화하며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젠 넘어진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날 차례다.
누군가에게 깊은 사랑을 받는 건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상대가 온전한 사람이어서다.
이번 기회에 그녀가 얼마나 온전한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완벽한 사람' 이라고 항상 불러주니, 내가 잘 나고, 내가 잘 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 우리 관계에서 유일한 '완벽한 사람' 은 그녀였다.
그녀는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다그치는 내게 먼저 사과했다.
그녀가 을이 되겠다는 말이 마음 아팠다.
그녀가 나보다도 나를 더 사랑해주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은 더 많이 사랑하고 있는 쪽이 갑이다.
그녀는 을이 됨으로써, 우리 둘 중에 더 큰 사람이 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잃어버리는 나는, 그 큰 사랑을 잃은, 영원한 을이 될 것이다.
그녀를 잃어버렸다가는, 나는 을은 커녕 병이나 정이 될 꼴이다.
그녀가 '정말 잃어버릴 뻔 했어' 라고 웃으며 얘기한다.
등골이 서늘했다. 상상조차 가지 않는 일.
진심에도 없고,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을 뱉은 것을 다시금 반성해본다.
내가 잘못한 것을 적자면야 끝이 없지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다신 이런 일 없도록 개선하겠다',
이런 말은 지겹고, 아무 의미가 없고, 신뢰가 가지 않고, 설득력이 없다.
닥치고 그냥 살아간다.
그녀를 그 누구보다 알아줄 수 있을 때까지.
브런치에도 도움 안 될 글만 잔뜩 쓰고 있는 것 같아, 어제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닫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려다가, 매일 그녀를 향해 쓰는 루틴을 지킨다는 나의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아졌다.
일단 그대로 둔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금 읽어보면 이불킥할 글들을 적지 않아도 되도록,
조금이라도 사람 노릇을 더 하자고 생각해본다.
마음이 너무 즐겁다.
열흘 후면 그녀와 여행을 떠난다.
내가 없는 동안 회사에서 내 빈 자리를 메꿔줄 사람들과도 다 조율을 해놓고,
마지막으로 챙겨야할 부분들도 차차 준비를 마친다.
그녀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만큼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낸다.
내가 곁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좋을텐데. 안쓰럽다.
안쓰러운 기분, 미안한 기분, 여러가지 기분이 들지만,
사실 오늘의 내 기분은 지금이라도 당장 날아갈 것 같다.
입에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번진다.
그녀를 볼 수 있다니.
그녀는 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를 나보다 사랑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와 여행을 떠나는 그녀의 상상만으로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