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요 며칠의 사달로 그녀의 컨디션이 걱정되고 신경이 쓰였다.
그녀가 시간이 날 땐 내가 회의를 하고, 내가 시간이 날 땐 그녀가 회의를 하고,
서로 바쁘고, 사랑의 말도 줄어, 하루 24시간 동안 서로 두세 개 정도의 건조한 말풍선 뿐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잠도 잘 자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저번주에 비하면 절반도 대화하고 있지 못하고, 목소리도 까먹기 직전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괜찮다고 하니 마음이 안정이 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후 그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지만,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배웠다.
알고 보니 나는 그다지 안정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들쑥날쑥하고, 헐레벌레한 사람이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푹 빠지고 나니, 본성이 드러나버렸다.
그녀는 혹시 내가 전에 연애하다가 전 연인에게 크게 데인 적이 있는지도 물어봤다.
뭐 내가 아는한한 그런 일은 없었고, 나는 오히려 연락이 없고 너무 무던해서 실망시키는 쪽이었다.
그녀만큼 사랑해본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사랑해서 이러나봐' 라는 결론을 냈을 땐,
그녀는 그런 논리는 탐탁치 않아했다.
그녀가 맞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 브런치에도 썼듯, 그녀가 잠시 읽은 만화에서 장거리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마음이 소원해질까봐 무서워서, 헤어지기로 하는 결론이 제시되는 상황을 보고,
그녀는 '왜 헤어져? 더 사랑해주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보지 못하는 날에도 한결같이 사랑해주는 나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해줬고,
그녀와 나의 사랑이 보통 연애가 아니라, 정말 대단한 연애란 걸 깨달았다고 말해줬다.
이런 생각의 구조를 가진 그녀이니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를 더 닮고 싶다.
작년 이맘때쯤의 시간이 많이 생각났다.
내가 그녀가 그립다는, 겉만 번지르르한 이유로, 그녀를 괴롭히곤 했다.
그 때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잘 극복하고, 우리는 아직 서로 사랑하고 있다.
좋은 근육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녀를 꾸준하게 사랑해줄 수 있는 근육.
그래서 쉬지 않고 그 근육을 오늘도 사용해본다.
그녀는 오늘 아침부터 기운이 없고, 진이 빠져서 간식도 먹어본다.
점심과 저녁도 잘 챙겨먹고, 한결 든든하게 잠이 든다. 보기 좋다.
이번주의 우리는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애교를 부리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녀를 격려하는 러브레터를 보내본다. 며칠 정도 애교의 근육을 안 썼다고, 나도 글투가 다르다.
나의 글에 그녀는 하트 이모티콘을 열두개를 써가며 화답해준다.
정말 사랑스럽다.
곧 그녀와 여행을 떠난다. 생각해보면, 8월과 9월에 그녀를 보는 것은 평생 처음이다.
정확히 날씨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조금 시원해지고 낙엽도 살짝 들기 시작하는 계절일 것이다.
어찌 보면 그녀라는 사람에게 제일 어울리는 계절이다.
작년 8월과 9월은, 그녀를 많이 그리워했다.
낙엽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녀를 떠올렸다.
이제 곧, 그녀의 곁에 날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맞닿은 채로 책을 읽을 것이다.
가을이 온다.
그리고 그녀는 가을 같은 사람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몸이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내가 곁에 없어도 의연히 지내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내게 애교를 부려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