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이 찍힌 통장을 보고 가장 먼저 한 일
내 한 달의 시간은, 노란 서류 봉투 하나에 담겨 있었다.
월급날 오후, 경리팀 여직원이 자리마다 돌리던 그 봉투. 나는 힐끗거리며 훔쳐보는 선배들의 시선이 민망해, 받자마자 가방 깊숙이 찔러 넣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내 방 책상에 앉아서야 나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얇은 급여 명세서 한 장이 들어있었다. 기본급, 각종 수당, 그리고 세금. 마지막 줄에 찍힌 최종 수령액. 나는 그 숫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 숫자 안에는, 매일 아침 나를 깨우던 어머니의 밥 냄새, 만원 버스의 덜컹거림, 화이트보드 앞에서의 망신, 그리고 비상계단에서 마셨던 수십 잔의 믹스커피 맛이 모두 담겨 있었다.
다음 날인 토요일, 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은행에 들러 내 생애 첫 월급 전부를 빳빳한 지폐로 인출했다. 손에 쥐어진 돈은, 내가 보낸 한 달의 시간을 증명하는 듯 낯설면서도 묵직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백화점이 아닌, 북적이는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따뜻해 보이는 내복 두 벌을 샀다. 한평생 궂은일 마다치 않으셨던 아버지의 것, 그리고 늘 아들 걱정에 잠 못 드시는 어머니의 것.
남은 돈은 모두 깨끗한 새 봉투에 고이 담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았을 때, 나는 쭈뼛거리며 부모님 앞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어머니. 잠깐 이것 좀 보세요.”
나는 먼저 내복이 담긴 쇼핑백을 두 분께 내밀었다.
“아이고, 이게 뭐고?”
어머니가 포장을 뜯어보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첫 월급 타서… 두 분 선물 사 왔어요.”
그리고 나는, 주머니에서 두툼한 현금 봉투를 꺼내 아버지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아버지는 이게 뭐냐는 듯 나를 쳐다보셨다.
“그리고… 이거요. 제 첫 월급이에요. 부모님 다 쓰세요.”
아버지는 봉투를 열어보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으셨다. 거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내, 아버지는 조금 잠긴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여보. 우리 작은 아들… 첫 월급이라고, 전부 다 가져왔다.”
어머니는 내복을 만지작거리던 손으로 눈물을 훔치셨다.
“아이고, 우리 아들… 다 컸네, 다 컸어. 이걸 우째 쓰노…”
나는 쑥스러운 마음에 방으로 들어와 책상 의자에 앉았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내 한 달의 가치가 아니었다. 부모님의 젖은 눈시울과, ‘우리 아들 다 컸다’는 아버지의 목소리. 그것이 내가 보낸 한 달의 진짜 가치였다.
나는 창문에 비친, 조금은 어른이 된 듯한 낯선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