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회사에 나만 아는 비밀 공간이 생겼다

하루에 딱 10분, 나를 지키는 시간

by 완작가
8화. 나를 만든 순간들.png 나만의 평화로운 의식


나만의 생존 전략


월요일 오후 3시, 나는 회사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했다.


지독했던 첫 회식의 후유증은 주말 내내 나를 괴롭혔다. 월요일의 사무실은 평소와 같았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소음이 나를 질식시키는 것만 같았다.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탕비실에서 믹스커피를 한 잔 타, 지난주 금요일에 발견했던 복도 끝 비상구 문을 열었다.


그곳은 여전히 고요했고, 네모난 창문으로는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신입사원’이라는 무거운 갑옷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 딱 10분. 이곳은 나를 지키기 위한 나만의 성역이었다.


그날 이후, 10분의 도피는 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김없이 나의 성역에서 10분의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끼이익-


아래층에서 비상계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고요하던 나만의 공간에, 낯선 구둣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각, 또각, 소리는 점점 더 내게로 가까워져 왔다. 나는 숨을 죽였다. 문이 열리고,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내가 이곳에서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부장님이었다.


나는 속으로 ‘망했다’를 외쳤지만, 겉으로는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아,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부장님은 나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야, 여기 명당인 건 우째 알았노? 내 아지튼데.”


그는 내 옆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었다.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부장님이었다.


“커피는 와 혼자 마시노? 내 꺼는?”


나는 그 엉뚱한 질문에,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나왔다.


“아, 다음부터는 부장님 몫까지 믹스커피 두 개 타 오겠습니다.”


부장님은 내 대답에 “마 됐다, 임마.” 한마디 툭 던지더니, 잠시 하늘을 보다가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폭풍 같은 꾸중 대신,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비밀을 공유한 공범이 되었다.


나만의 것이라 믿었던 비밀 공간을 공유하게 된 다음 날, 첫 월급이 들어왔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지난 한 달의 무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문과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이 모든 시간의 가치는 얼마일까.


목요일 연재
이전 09화7화. 첫 회식, 모두가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