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부장님이 내게 던진 첫 질문
주말은 휴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 노동의 연장선
금요일 저녁, 회사 근처 고깃집은 전쟁터와 같았다. 자욱한 고기 연기와 시끄러운 웃음소리, 쉴 새 없이 오가는 술잔들. 나는 그 한가운데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막내라는 숙명에 따라 고기를 굽고, 소주잔을 채우며 영혼 없는 웃음을 팔고 있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거나하게 취한 부장님이 나에게
“회사에서 뭐가 되고 싶냐”
는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교과서 같은 대답을 했고, 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허허” 웃음을 남겼다.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어, 남은 회식 시간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나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술기운 때문이 아니었다. 몇 시간 동안 ‘싹싹하고 괜찮은 신입사원’을 연기하느라, 내 안의 모든 감정이 방전된 기분이었다. 집에 도착해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니, 그제야 휴대폰이 울렸다. 여자친구였다.
[회식 이제 끝났어? 고생 많았네 우리 자기.]
나는 그녀에게까지 힘든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응, 방금 들어왔어. 괜찮아. 먼저 자.]
짧은 답장을 보냈지만, 그녀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 들으니까 더 피곤해 보이네. 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 그냥… 사람들이랑 있는 게 아직은 좀 어색해서.”
나는 결국 회식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그저 그녀의 오늘 하루에 대해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면을 쓰고 있던 내 모습이 조금씩 본래의 나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전화를 끊고, 기나긴 주말이 시작되었다.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몸은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회사 생각뿐이었다.
‘부장님의 질문에 내가 제대로 대답한 게 맞을까?’
‘혹시 내가 실수한 건 없나?’
회식에서의 내 모든 행동과 표정을 수십 번씩 복기했다. 주말은 휴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 노동의 연장선이었다.
월요일 아침,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금요일보다 두 배는 더 무거웠다. 사무실의 공기는 평소와 같았지만, 나 혼자만 주말 동안의 고민을 이고 지고 온 듯 불편하고 답답했다.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 선배들의 대화 소리, 그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르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그날 오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탕비실로 향했다. 커피를 타는 척하며 잠시 시간을 벌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조금 더 조용한 곳, 완벽히 혼자가 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탕비실 옆 복도 끝에 있는 낯선 비상구 문손잡이를 잡았다.
삐걱, 소리를 내며 녹슨 철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과 함께,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가득했다. 나는 그 순간, 어쩌면 이곳이 월요일의 나를 구원해 줄 유일한 도피처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