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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gane Dec 22. 2021

인문학적 반도체_3.세계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2)

4장.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움직이나?


◆ 인문학적 반도체 _ 요소수와 인드라망


작년에 요소수가 없어 트럭들의 운행이 멈출지 모른다는 기사가 신문 지면을 장식했었습니다.

[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넣으려는 트럭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_중앙일보 ]


반도체 이야기하면서 웬 요소수냐고요?

사실 전 요소수라는 말을 요새 처음 들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 새로운 생수 이름인가?' 했지요.

당연히 왜 디젤차에 요소수가 필요한지도 몰랐고요.


그런데 왜 디젤차에 요소수가 들어갈까요?

바로 환경 보호를 위한 배출가스 규제 때문입니다.

디젤차에 달린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EU의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EU는 92년 ‘유로 1’을 시작으로 ‘유로 6’까지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해 왔고 한국은 2014년부터 이를 적용 중입니다. 우리나라 허용치는 EU와 같아 디젤 승용차의 질소산화물 허용치는 0.08g/㎞, 3.5t 이상 중·대형 상용차는 0.4g/kWh 이하입니다.


요소수는 배기가스 저감장치 중 하나인 선택적 촉매 환원법(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배기가스 중 질소산화물(NOx)에 요소수를 뿌려주면 촉매 반응을 일으켜 물과 질소로 변환됩니다. 


[ 요소수를 질소산화물로 분해하는 과정_출처: 중앙일보 ]


따라서 요소수는 엔진에서 다량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줄여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고, 연비를 개선해 주어  중·대형 상용차나 트럭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소수 부족의 작금의 사태도 반도체 전쟁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두 강대국 미국과 중국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태는 중국산 요소 수입이 막히면서 시작됐습니다.

사태의 발단을 추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년 전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호주 가입 (쿼드는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 회의체를 뜻함) 

2. 중국은 이에 열 받아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 

3. 중국 내 호주산 석탄 부족으로 자국 내 화력 연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이 어려워짐

4. 중국은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생산도 원활치 않자 해외로의 요소 수출 제한 제도를 시행함

5. 차량용 요소 100%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요소 부족 사태가 발생하여 요소수 없이 운행이 어려운 트럭, 버스 등 디젤엔진 차에 큰 타격을 줌


결국 미국 → 호주 → 중국 → 한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중국 견제 때문입니다.


마치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난다는 '나비효과'가 생각납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너, 한국과 중국, 중국과 미국이 복잡하고 촘촘하게 엮여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인드라망 '이라고 합니다.


'인드라(Indra)'는 본래 인도의 수많은 신 가운데 하나인 천둥 신을 뜻하며 한역하여 제석천(帝釋天)이라고도 합니다.

 제석천왕(帝釋天王)은 신력(神力)이 특히 뛰어나 석가모니 부처님 전생 때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행 장소에 출현하여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행을 외호(外護) 하는 신(神)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제석천왕의 궁전에는 무수한 유리구슬로 만들어진 크기를 알 수 없는 그물(網)이 있다고 합니다.

[ 출처: KBS 스페셜 ‘세계유산 - 인드라망의 숲에서 ]


 그 그물은 한없이 넓고 그물의 이음새(코)마다 유리구슬이 있는데, 그물의 모든 유리구슬들은 무한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비추어지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나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여러분들은 서로서로가 연결(連結) 되어 있습니다.

요소수를 구하려 발을 동동 구르는 한국의 화물기사는 일면식도 없는 쿼드 정책 입안자인 미국의 외교 정책관과 서로서로가 연결(連結) 되어 있습니다.


인드라망은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緣起法)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방편의 말로써 불교의 세계관입니다.

이와 같은 그물의 모습인 인드라망이 바로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진실한 모습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합니다.


우리가 인드라망의 영롱한 구슬처럼 서로서로를 아름답게 비춰주고 서로서로의 빛나는 비침을 받는 순간이 오면 요소수 걱정 없는, 반도체 걱정 없는 화엄 정토(華嚴淨土) 세상이 펼쳐집니다. 


나와 너, 중국과 미국이 서로서로를 비추고 비침 받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세상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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