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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cmary Jul 20. 2023

딸의 연애

20대의 사랑

딸이 실연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본즉슨 사실 며칠 전에 이미 헤어진 거 같은데 아직 그 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고 굳이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극단적 INTP, 딸은 ISTJ. 이해가 될 때까지 상황을 파헤쳐보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당연히 좋아하기도 하고...

말리고 싶었지만, 좋아하는 만큼 표현하고 상처받더라도 하고 싶은 만큼 다해봐야 깔끔히 정리될 거 같아서 가볍게 응원해 줬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ISFP... 게다가 아직 어리 다보 상처받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성격이더라...

자존심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하면서도 상처받은 모습은 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내 눈에는 보이지만 아직 20대인 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겠지

그렇게 사랑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내가 아이들에게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권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니까.

하지만 이미 20대 때 느끼고 졸업한 상처가, 내 아이들을 통해 다시 느껴져서 마음이 따끔거린다. 20대의 사랑은 그들의 피부처럼 너무나 보들보들하고 얇아서 새롭게 겪는 모든 경험에서 생채기를 입는다. 어떤 부모들은 최대한 다치지않도록 키우고 싶다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이에 걸맞은 상처를 알맞은 시기에 겪어야 제일 무난하게 넘어간다. 인생은 모든 것이 총량의 법칙을 따르는지라 제 나이에 맞지 않는 시련을 겪을 때 부작용이 제일 크다. 그 남자애도 그렇게 상처를 피하려고만 하다가 크게 다칠거다. 사랑에 오롯이 집중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시기는 20대이다. ”자존심“은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그것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낸 실체 없는 허상이다. 자존감 높은 사람만이 마음껏 사랑하고 미련도 미움도 없이 마무리도 할 수 있다.

솔직히 사랑하고 마음껏 이해하고 완벽하게 잘 헤어진 우리 딸 칭찬한다.

엄마에게 다 이야기해 줘서 너무 고맙다.

그래도 너의 아픔이 엄마에게 전해진다는 건 너는몰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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