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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 도착하기 15분 전입니다.

by 왕드레킴

라스베이거스에 간다면 가능한 저녁때 도착하는 비행 편을 이용하면 좋다.

사막 위 한복판에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르는 화려한 불빛이 가득한 메인 스트립과 유명 리조트 호텔을 하늘 위에서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를 방문했을 때 오른쪽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상공에서 진짜 활화산의 환타색 용암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헬기나 경비행기 투어처럼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고도 럭셔리 투어를 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멜버른 퍼핑빌리에서 증기 기관차를 탔을 때에도 좌석의 위치는 꽤나 중요했다.


울루루로 향하는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도착을 30분 정도 남겨 놓은 상공. 창문 밖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사막의 풍경들,,,

비행기 안 승객들이 삼삼오오 술렁인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사막일 뿐,, 아직 술렁거리기엔 이르다. 신랑은 미리 정보를 찾아 확인한 후 비행편을 구매할 때 왼쪽 좌석을 예약했다. 평소엔 무척이나 게으른 신랑이지만 여행 준비할 땐 우리 집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 된다. 게다가 우리 가족은 4명이라 한 줄이 아닌 두줄로 앞 좌석 둘, 뒷좌석 두 자리를 예약했다. 카메라를 들고 비행기 창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약 도착 15분 전쯤이다. 붉은 사막을 집중해서 계속 보고 있자니 눈이 맵다 못해 따가워진다.

그러다 눈이 피곤해질 때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것은 그냥 바위라고 하기엔 엄청난 규모였다.

어느 행성처럼,,,


울룰루다.

세상의 배꼽.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의 그 울룰루.

울룰루(Uluru)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척박한 호주의 중심 사막에서 버티며 살아온 원주민들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 울룰루는 신비 그 자체다.

어떻게 저렇게 큰 돌이 사막 한가운데 있을까? 태초부터 저 모습이었을까? 아님 어디서 떨어진걸까?


여기저기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 커다란 돌. 덩. 어. 리. 울룰루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구나라고 생각하니 궁금증은 증푹되어 갔다.

우리가 에어즈락 공항에 내린 시간은 오후 1시 30분.

가장 뜨거운 시간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라운지로 들어가는데 뜨겁고 더운 바람이 얼굴을 덮는다. 오전만해도 멜버른의 날씨는 으슬으슬 추웠는데 다른 나라에 도착한 기분이다.

에어즈락 공항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사막 한가운데 만들어진 이 공항만 보더라도 인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공항이 만들어지고 길이 뚤리기 시작 했을때 울룰루의 사막, 그리고 그 터를 지키고 있었던 원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공항 라운지로 들어가니 수화물 벨트 두 개와 화장실 그리고 몇몇 렌터카 회사 부스들이 전부다. 식당이나 마트는커녕 기념품샵도 기대하기 힘들다. 신랑이 바로 렌터카 부스로 가서 차를 빌리는 동안 난 수화물을 찾기로 했다. 그러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 온다.

'들개 딩고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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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비빌 생추어리에서도 만난 그 멍멍이 딩고. 모습은 마른 진돗개와 비슷하고 생김도 무섭게 생기지 않았는데 딩고를 조심하란다. 호주에 사는 들개나 야생개들을 '딩고'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 딩고는 캥거루나 왈라비를 잡아먹고 살기 때문에 일반 개들보다 송곳니와 턱뼈가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여행 오기 전 읽은 '인문학을 걷다. 울루루'에 과거 울루루에서 있었던 딩고 사건에 대해 잘 나와있었다. 그 딩고구나. 사실, 아이들이 혹여나 겁을 먹을까 싶어서 책에서 읽은 내용은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냥 사람을 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만 했다.

1980년 한 부부가 생 후 두 달 된 딸 아자리아를 데리고 울루루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했는데 그날 밤 비명 소리와 함께 텐트에 있던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고 그곳에서 딩고도 발견됐지만 도망쳐버렸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당시 검찰의 편향된 수사로 딸을 잃은 부부는 자작극이라는 누명을 쓰고는 살인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6년 후 한 관광객에 의해 딩고가 살던 곳으로 보이는 동굴에서 또 다른 여행자의 유해와 함께 아자리아의 재킷도 함께 발견되었다. 결국 아이의 죽음은 100% 딩고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이후 이들 부부는 무제를 선고받고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결과 사고 32년 만에 호주 정부와 법무부로부터 이 부부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장실 다녀온 아이들이 딩고 포스터를 보았다.

"얘들아~ 혹시 딩고처럼 생긴 들개나 동물들이 나타나면 무조건 피해야 한대. 절대 먹이를 주거나 팔을 휘둘러서도 안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려환이가 말한다.

"재미있겠다."

"재미있긴... 조심하라는 말이라니까... 에휴"


"엄마, 울루루 사막에 가면 피 뽑는 도마뱀을 찾을 수 있겠지? 야생 동물들도 많이 만나고 전갈이나 왕거미도 있겠지?"


"글쎄,,, 난 만나고 싶지 않은데,,, 일단 한번 가보자."

그 야생 동물들을 만나도 걱정이고 없어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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