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멜버른에서 울루루로 가는 길

우리 가족은 학원 대신 여행 간다

by 왕드레킴


멜버른에서의 2박 3일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추웠다. 남극의 저기압 영향으로 불규칙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쌀쌀한 바람과 차가운 공기 때문에 우린 여전히 보들이를 껴 입어야 했고 준비던 해 갔던 수영복 가방은 열어 보지도 못했다. 그렇다해도 아쉬움은 없었다. 즐길 거리가 풍성했던 자연환경과 청명한 공기와 날씨는 멜버른에서 멋진 추억을 쌓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필립 아일랜드를 떠나 다시 멜버른 공항으로 돌아가는 아침은 좀 서둘러야 했다. 공항까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공항까지 가려면 멜버른 도심을 지나가야 하는데 (서울의 올림픽대로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가는 느낌)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이 겹쳐 자칫하면 시내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오가지도 못하고 난감한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시리얼과 달걀프라이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 도시락을 위해 숙소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호주 사람들은 상점 문을 일찍 연다. 카페도 아침 일찍 문 여는 곳들이 많아 굳이 호텔에서 조식을 해결하지 않아도 근사한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주변에 많다.

그렇지만 호주의 물가도 상당히 비싼 편이라 아침부터 식당을 이용할 계획은 없다. 그 대신 마트에서 몇 가지 장을 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현지 식료품 가게에서 재료를 구해 각자의 입맛에 맞게 간단히 준비하는 건 경제적인 가족 여행의 센스있는 선택이다. 지난 아이슬란드 여행 때 잘 사용했었던 가벼운 '도시락통'은 이럴 때에도 참 유용하게 쓰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엔젤 애플(Angel apple)' 스티커가 붙어 있는 사과와 바나나, 샌드위치용 빵과 소시지도 담았다. 해외여행 때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미니 오이와 당근도 담았다.(한국에서는 이 종자가 외래종이라 그런지 꽤 비싼데,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아주 싱싱한 아이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애용하는편이다.)


열심히 운전한 아빠 덕분에 늦지 않게 차량을 반납하고 멜버른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두툼하게 입었던 옷들을 벗어던지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울루루로 들어갈 시간이 왔다.

신랑의 버킷 리스트를 또 한 가지 이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기대와 긴장감이 고조되는 건 신랑뿐만이 아니다. 아이들과 나도 덩달아 들뜬 마음에 괜히 분주하고 기분이 좋다.

우리가 세계의 배꼽이라는 울루루에 간다니 말이다.


울루루로 향하는 보딩구역에 들어 오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다른 방을 들어간 듯 다르다. 뭔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진다. 반바지에 나시를 입은 여성부터 쪼리를 신은 사람들, 큼지막한 배낭을 멘 남성은 사막 트레킹에 어울리는 헌터 차림이다. 그에 반해 우리 가족은 급변하는 기온차에 혹시나 감기가 올까 싶어 긴바지에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레이어드로 긴소매 그리고 바람막이까지 입었다. 영락없는 한국 사람들의 과잉보호 차림이다. 그래도 도착해서 더우면 차례대로 벗으면 되니 최고의 공항 패션이 따로 없다.


멜버른에서 울루루의 공항 에어즈락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시차도 30분이 있다.

미국에서도 동부(new york)와 서부(Los angeles) 시차가 5시간이 나는 걸 보고 얼마나 큰 나라인지 실감했었는데 이곳 호주도 한 나라 안에 시차가 존재하니 호주도 엄청 큰 나라임을 느끼며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호주는 AEST(Australian Eastern Standard Time), ACST(AUSTRALIAN CENTRAL STANDARD TIME), AWST(Australian Western Standard Time)세 개의 시차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울루루와 멜버른의 시차는 30분이다. 특히, 시차가 30분 단위로 난다는 게 신기했다. 다만 매년 10월의 마지막 일요일부터 시작한 서머타임(summer time)이 적용되어 1시간 30분의 시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여행한 날짜는 11월 15일이었다.

호주 시차표.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들의 퇴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