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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했던 울루루의 일몰

비 내리는 사막? 흐린 날에도 실망시키지 않아요.

by 왕드레킴


해가 쨍쨍한 오후엔 너무 더워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리조트 안의 수영장을 이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영을 하기보다는 썬베드에 앉아 책을 보거나 테닝을 하며 조금은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사람은 누구나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이곳이 멍 때리기에 아주 좋은 환경인 것 같았다. 하지만, 둘째 10살 려환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 한다. 도마뱀을 찾아 사막에 나가자는 아이를 겨우 달래어 수영장으로 갔다. 형아는 책을 읽고 싶어 해 내가 대신 놀아줘야 했지만 이런 더위의 물놀이는 나름 즐기는 편이다.

수영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신랑이 어제 아쉬웠던 일몰을 오늘은 제대로 볼 수 있겠다며 맑은 하늘을 보며 기대심을 내보였다. 오늘은 일몰 관람도 좀 일찍 서둘러 가기로 했다. 어제처럼 울루루를 바라보며 훈제 치킨을 먹자는 의견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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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 호텔&롯지(Outback Hotel & Lodge)



그런데, 오후 5시가 되니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마트로 가는데 갑자기 토네이도가 오는 듯한 모래바람이 휘몰아친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뜨겁게 내려쬐는 수영장에서 놀았는데,, 울루루의 기상 상황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신랑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기상 예보 사이트를 보고 있다.


"뭐래?"


"하~~~~ 정말,,,, 뇌우와 비구름이 잔뜩 덮여있어. 오늘 일몰 보기는 망했다."


어제도 천둥번개로 제대로 된 울루루의 해넘이를 보지 못했는데 ,,, 오늘도 그 기회가 없다고? 우린 내일 떠나야 하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 위로 우박이 쏟아진다. 그냥 작은 알갱이가 아닌 엄지손톱만큼 큰 우박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폭풍 같은 바람과 함께 내려친다.

"엄마! 구름이 이동하는 속도가 비행기 가는 속도처럼 빨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밖은 지금 굉장하더라고요. "


흥분한 나와 비교해 점원의 반응은 차분했다.


" 네~ 11월이잖아요. 가끔 있는 일이에요. 괜찮아질 거예요."


우리는 일몰 관람을 우선 포기하고 숙소로 방향을 돌렸다. 침대에 몸을 던지며 신랑이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지금 가는 건 너무 위험해. 잘못하다 벼락이라도 맞으면 어떻게…."

30분쯤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우박을 동반한 비가 그쳤다. 하지만 높은 건물이 없는 이곳에서는 창문에서도 육안으로 저 멀리 번개 치는 게 계속해서 보인다.


" 기상 예보로는 저 구름이 한 시간 안에 이쪽을 지나갈 거 같아. 우리 나가보자!"

걱정이 되긴 했지만, 신랑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리조트를 빠져나와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달리는데 감쪽같이 하늘이 개고 있다. 달리는 차 창문을 열었다. 원래도 깨끗한 공기지만 더운 기운까지 씻어준 비바람 때문에 청명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새벽처럼 상쾌하다. 울룰루로 가는 곳은 곳곳이 심하게 침수가 되어있었는데 그 침수로 고인 웅덩이마다 주변 풍경의 반영을 이루어 그림같이 멋진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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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몰을 봤던 view point로 향했다.

아직 남아있는 구름들 뒤로 해가 넘어가려는지 울루루는 점점 붉은 옷을 갈아입는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사막에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비가 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어쩜 어제와 오늘 갑작스러운 뇌우와 폭우로 당황스럽고 자칫 울룰루의 멋진 일몰을 못 볼지 걱정했지만, 오히려 운이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해 본다. 비구름은 맑은 날에는 볼 수 없는 바위 사이사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붉고 짙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울룰루 바위는 환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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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했던 두번째 울루루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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