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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세상 시드니

by 왕드레킴

멜버른 공항에서 생각지 못한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시드니행에 탑승했다. 시간을 금처럼 사용해도 부족한 여행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12시간을 공항과 하늘에서 허비해 버리니 입맛이 있을 리 없다. 반면 나처럼 예민한 성격을 닮지 않아 다행인 두 아들과 먹성 좋은 신랑은 공항 라운지에서도 먹고 싶은게 많다며 즉겁게 식사를 한다.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밤 10시 30분이다

계획대로라면 오후 5시경 시드니에 도착 해 오페라하우스로 바로 직행하는 거였는데 오페라를 보고 시드니의 유명한 야경을 보고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과 거의 같은 시간이라니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애초에 시드니에 살고 있는 사촌 동생이 공항 픽업을 도와줄 예정이어서 시드니공항에서 숙소까지의 교통편도 미리 알아보거나 예약하지 못했다. 시내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고 지하철(train)도 잘 연결되어 있다고 들어 자연스럽게 우린 공항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지하철역에 도착해 티켓을 구매하려고 보니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1인 $18이라니, 예상치 못한 경비가 또 나가게 되는구나. 20분 거리라는데 왜 이렇게 비싼 거지?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지하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이동할 때도 이렇게 비싸지 않았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선을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지 티켓창구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그 가격이 맞단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T8 노선은 공항세가 포함되어 있어서 시내를 도는 지하철 요금보다 훨씬 비싼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4인이라 미리 알았더라면 우버를 부르는 게 훨씬 편리하고 절약인 셈인데 오늘은 밤늦은 시간까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밤 11시가 넘어 도착한 호텔 지하에선 파티 중인지 뿜스뿜스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 저들의 음악소리가 어쩜 내 지친 마음과 이렇게 엇박자로 따로 움직이는 걸까?

그래도 오늘 안에 도착한 게 어디냐며,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듯한 리셉션 사인에 마음을 녹여본다.





호주의 아침은 빠르다.

많은 카페가 아침 6~7시면 오픈한다. 카페 조식 문화가 발달하여 있어 어느 카페를 가든지 맛있는 브런치 메뉴들이 있고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한국의 카페가 보통 9~10시에 오픈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호주 사람들은 상당히 아침형 인간인 셈이다.

우리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 일찍 일어났다. 호주 시민들처럼 아침 식사를 근처 카페에서 해도 좋았겠지만, 호텔의 조식이 가격 대비 훌륭하다는 평이 많아 신랑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소문대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조식을 든든히 먹고 나와 소화도 시킬 겸 달링하버까지 걸었다.


어제와 다르게 기분이 좋다. 주말이지만 아침 8시가 지난 거리 풍경은 활기가 넘친다. 오픈을 준비하는 상점들과 주말이지만 일하러 출근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 하버를 향해 조깅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대도시가 만들어진 시드니의 아침 풍경 보면서 파란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아침형 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건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여름이다.

11월 19일인데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도 보인다.

우리나라와 반대인 기후를 가진 호주는 지금 한창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준비 중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반소매 옷을 입고 썰매가 아닌 서핑을 하고 나타나실까?" 아이들의 상상이 재미있다. 더운 여름에 곳곳에 장식된 트리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반짝거리는 트리 장식은 언제 봐도 이쁘고 희망적이다.



시드니에 오면 지하철 외에 꼭 경험해 봐야 할 두 가지 교통수단이 더 있다. 바로 트램과 페리이다.

첫 번째 우리의 목적지는 달링하버 페리 선착장이다. 숙소에서 가까운 달링하버에서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하버 브리지까지 페리를 타보기로 했다. 달링하버에 위치한 해양박물관을 지나면 피어몬트 베이(Pyrmont Bay)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루나파크가 있는 Milsons Point Wharf,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가 있는 Circular Quay를 갈 수 있다.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식사를 제공하는 유람선용 페리가 아닌 시드니 시민들이 출퇴근 등 일반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페리이다. 페리나 트램을 포함한 시드니의 모든 교통수단은 교통카드인 오팔 카드로 탑승이 가능한데 공항과 중앙역은 물론 지하철역이나 편의점(작은 마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어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허둥지둥 달링하버 선착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뛰어가 1일권 오팔 카드를 구매했다. 성인은 $17.80, 유스는 $8.90 이다. 오팔 카드는 이용 방법을 잘 알고 가면 꽤 절약하면서 시드니는 물론 외곽까지 여행할 수 있다. 페리의 경우엔 배를 타고 가며 주요 관광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만 허락된다면 같은 노선도 낮에 한번 밤에 한 번 타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저렴한 가격으로 페리를 타고 가며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페리에서 바라본 시드니 시내는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도로 위에 차들도 빽빽하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주말이라 그런지 대형 피에로의 얼굴 문이 있는 루나파크의 모습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이들은 루나파크를 지나가며 놀이공원으로 목적지를 틀어서 내리고 싶다고 했지만, 페리를 타고 멀리서 여유 있게 바라보는 게 탁월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30분 정도 페리를 타고 유유자적 시드니 강변 관람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시드니에서 번화한 곳 중 하나인 서큘러 키 역이다. 부둣가로 서서히 들어가는데, 옆에 대형 크루즈가 정박해 있다. 서큘러 키 역에 내리면 오른쪽은 록스(The Rocks), 왼쪽으로는 오페라 하우스까지 부둣가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우리는 먼저 주말 록스마켓이 열리는 조지 스트리트로 향했다. 명품 숍부터 공예품과 개인 작품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록스 마켓은 주말마다 열리는 야외 시장으로 볼 것과 먹을 것이 풍부하다. 공예품 노상 끝으로 늘어선 푸드트럭 존엔 세계 각국 음식이 모두 있는 것 같다. 시장을 구경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판매하는 사람들도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스페인의 빠에야와 티르키에의 케밥, 이탈리아의 피자, 베트남 쌀국수, 일본의 초밥, 햄버거는 물론 한국의 회오리 감자까지 정말 다양했다. 그리고, 이 푸드트럭 존에서 인상적인 점은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유럽 여행 때 주말 마켓등에서 여유 있고 게으른 듯한 느낌이 있었다면 이곳에선 활기가 넘치고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반미를 사기 위해 베트남 푸드트럭을 찾았을 때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안쪽에서 쉼 없이 반미에 들어갈 고기를 굽고 계셨다. 이 청년은 새로 오더가 들어오면 어머니께 고기 종류를 외치며 동시에 반미 빵을 반으로 자르고 소스를 바른 후 각종 채소를 집어넣는다. 하나의 반미를 완성하는 모습이 거의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하다. 그러면서도 친절은 기본이고 늘어선 주문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히 받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버 브리지를 바라보며 노천에서 먹는 점심이 꽤 매력적이다. 록스 시장을 돌아보니 왜 시드니를 이민자들의 세상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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