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여행하면서 만만치 않은 물가를 경험했다.
10일 여행하는 동안 AUD 1,200을 환전했다.( 당시 원화 금액 1,028,388원) 호주 1달러당 900원이 약간 안 되는 기준 환율이었는데, 아마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다.
사실 우리 가족은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환전을 많이 해가는 편은 아니다. 여행 전 이동하는 경비 ( 렌터카나 대중교통수단), 각종 입장권과 숙소등도 99% 이상 결제를 하고 출발하기 때문에 환전해 가는 현금은 주로 식비와 기념품등 기타 잡비에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우리도 사람인지라 현금을 쥐고 있는 만큼 더 많이 쓰고 싶은 건 당연지사! 진짜 먹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게 있으면 한번 더 생각하고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된다는 게 우리 가족의 여행 지출에 대한 생각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도난과 분실의 우려다. 특히, 유럽 여행때에는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면 소매치기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수수료를 좀 내더라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는 경험 상 깨달은 방법이라고나 할까? 요즘은 각종 은행에서 '트레블 카드'를 출시했다. 직불 카드와 같은건데 원하는 금액을 환정해서 넣어두면 해외에서 수수료 없이 식당이나 상점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유가 어찌 됐든 이번 호주 여행에서 100만 원을 바꿔 간 건 지금 생각하니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원화와 비교해 환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현지 물가가 높을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 큰 실수였다.
특히, 여행 중 예상치 못했던 호주의 외식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500ml 물 한 병에 $3~$4는 기본이다. 생수 가격도 비쌌고 노상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도 비쌌다. 커피는 한국과 비교해 저렴했지만 (한국의 커피 가격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음) 대부분의 공산품 가격이 비쌌다.
멜버른에서 시간이 애매해 간단하게 먹고 가자며 저렴해 보이는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국숫집에 들어갔는데 기본 소고기 국수가 AUD 16.50 (약 15,000원)이었다. 심지어 생수도 따로 사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작은 식당에서만 점심 한 끼 6만 원을 넘게 지출했다.
4인 가족 하루 식비와 기타 지출 비용을 10만 원 (약 AUD 110 )을 잡았다니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하루를 먹고 다니려면 적어도 15만 원 이상 필요했다.
아이슬란드 여행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기에 아예 외식을 생각지 않고 대부분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매해서 직접 조리해서 먹고 다니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사실 호주도 별다르지 않았다.
세계에서 면적이 6번째로 큰 나라 호주엔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국내에서 자체 생산되는 식료품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소고기는 야채와 과일만큼이나 저렴하고 우유나 달걀 등 유제품도 품질과 가격 모두 훌륭했다. 과일도 정말 맛있었는데 바나나, 파인애플 그리고 아보카도까지 모두 호주산이라는 게 놀랍기도 하고 부러웠다. 이런 이유로 마트에서 장 보는 건 품질 대비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반면 호주에서의 외식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예를 들면 샌드위치나 간단한 핫도그를 판매하는 간편식의 경우에도 기본 AUD10은 기본이고 좌석에 앉아서 먹는 식당의 경우 1인 기본 AUD20가 넘는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인건비 비싼 이곳에서 외식 물가가 비싼 건 어쩜 당연한 일 인지도 모르겠다.
호주의 최저 시급이 AUD 21.38 (약 19,300원)이라고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준이기에 비정규직은 더 높다고 한다. 게다가 주말 시급은 1.5배로 세계 최고이다. 시드니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촌 동생은 직원을 고용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부담된다고 했지만 그만큼 정부의 지원과 고용정책 시스템에서 상당히 보호를 받는 듯했다.
한국에서 대학생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여행을 하는 것보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호주에서 일을 하면서 여행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오기도 한다. 시드니의 물가가 매우 비싸더라고 한 달 지출과 수입을 비교해 보면 약 2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고 하니 매력적일 수밖에,여행자의 입장에서 최저시급이 높은 나라를 방문하는 건 주머니 사정이 녹녹지 않고 맛있는 음식도 양껏 먹지는 못하겠지만 호주 국민들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는 복지가 아닐까? 이제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 국가의 최저 시급을 꼭 검색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