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백만장자라면 무인도 섬을 하나 사서 나만의 프라이빗한 멋진 공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친구와 지인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때때로 쉼이 필요할 때면 이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조금은 외롭기도 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할까?
케스트어웨이섬 (Castaway cay)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섬이다. 1997년 디즈니에서 크루즈고객들을 위해 무인도를 구매해 18개월 동안 30억 원($25 million dollars) 정도를 투자해 개발했다. 특히 해변을 확장하기 위해 대서양에서 트럭 50,000대 분량의 모래를 옮겨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섬은 관리하는 직원들이 140명 정도 상주한다고 하니 완전한 무인도는 아니지만 디즈니크루즈만 정박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는 이곳에 갈 수 없어 아주 특별한 섬이다.
케스트어웨이섬 (Castaway cay)은 바하마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령도 아닌데 이 섬을 구매해 사업에 이용한 월트 디즈니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크루즈 4박 5일 일정 중 하루는 이 무인도 같은 섬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미 마이애미 비치에서 애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의 매력을 보았지만 좀 더 자연적이고 신비로운 섬으로 간다니 기대감이 상승한다.
크루즈가 디즈니 섬에 도착하는 오늘의 드레스코드는 '수영복'이다. 그냥 배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하선하니 세상 편하고 좋다.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리 없지만 모두들 수영복이나 비치웨어 복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크루즈 타기 전 월마트에서 구매한 모내 놀이와 한국에서 공수해 온 돌고래 튜브도 챙겼다. 모래놀이 용품은 가볍지만 부피가 있으니 현지에서 구매하는 게 낫다. 대형 튜브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게 훨씬 저렴해서 미리 챙겨 왔다. 배에서 내려 디즈니 해변까지 걸어갈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걷기에는 거리가 좀 있어서 기차모양의 셔틀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아이들과 짐을 싣을 수 있는 트롤리가 준비되어 있다. 어린 가족들과 함께 오는 승객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세심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투명한 비췻빛 오션이 펼쳐진 백사장에 자리를 잡았다. '지상낙원'이라는 말은 이런 곳을 두고 나온 말인가 싶다. 낮은 해변 저 멀리 소문으로 듣던 캐리비안 해적선이 보인다. 워터슬라이드를 만들어 놓은 곳인데 수영을 해야 갈 수 있어 이럴 땐 아이들이 어려 아쉬울 따름이다. 대신 스노클링을 하거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얼마나 물이 맑고 깨끗한지 스노클링을 하지 않더라도 가오리나 팔뚝만 한 물고기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다 보니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임을 알려주는데 그룹별로 바비큐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알코올을 원한다면 별도 비용이 청구되지만 그 외의 모든 시설과 음식은 무료 제공이기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 공수해 간 돌고래는 그야말로 히트였다. 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이런 건 어디서 빌려주냐며 물었다. 한국에서 챙겨 왔다고 하니 젊은 한국인 부부의 열정에 감동했는지 엄지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시선도 잠시, 분명히 바람을 빵빵하게 채웠건만 바다에 들어가 조금만 타다 보면 살 빠진 돌고래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출국 전 확인을 했어야 하나,,, 돌고래는 불량이었다. 튜브에 바람을 넣어 준 아저씨도 힘없이 말라버린 돌고래를 보더니 안타까워했다. 결국 멀리서 데리고 온 돌고래의 생명은 한 시간 짜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