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식사해결이다. 크루즈에 승선해 항해하는 기간 동안 조식, 중식, 석식은 물론 식간에 출출하다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델리코너가 상시 마련되어 있다. 물론, 주류나 특별한 칵테일 및 음료 등은 별도로 계산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음료도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어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부담스럽지 않다.
조식은 일반 호텔에서 먹을 수 있는 조식 서비스와 비슷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다양한 프레쉬한 주스들과 과일 그리고 다양한 시리얼과 빵, 오믈렛등을 원하는 대로 뷔페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크루즈 선사가 어느 국적이고 어느 구간을 항해하는지에 따라 기본적인 메뉴와 재료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조식은 비슷한 느낌이다.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동해로 입항하는 한중일 크루즈는 아시안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항상 구비되어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아침식사는 룸서비스도 가능하다. 아침일찍 조식을 먹으러 갈 힘이 없다면 전날 밤 룸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중식은 주로 피자와 파스타등 캐주얼한 식사가 제공되는데 기항 관광이 있는 날엔 대부분의 승객이 하선을 해 개별 관광을 즐기기 때문에 배 안에 남아 있는 승객들도 축소된 음식 서비스를 받게 된다.
기항지에 도착하면 승객만 내리는 게 아니다. 4,000명이 넘는 크루즈의 가족들이 모두 먹고 난 음식 쓰레기들과 먹을 음식 재료들을 컨테이너로 실어 나르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야말로 장관이다.
5년 전 시아버님 칠순기념해서 신랑이 대표로 부모님을 모시고 유럽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각국으로 여행 다니는 걸 늘 부러워하셨던 어르신들께 여행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온 가족이 모두 가기엔 그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고민 끝에 신랑한테 대표로 가이드 역할을 맡기고 부모님 두분만 오붓하게 모시고 다녀오기를 권했다. 특히, 평소에도 유난히 빵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님께서는 너무 좋아하셨다. 그래도 혹시 몰라 볶음 고추장과 짠지무침등을 좀 챙기시도록 했다.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식도락 여행이라고 타국에서 음식이 안 맞으면 재미도 없고 곤욕이다. 다행히 부모님은 챙겨간 한국 밑반찬을 남겨오실 정도로 크루즈의 식사가 즐거우셨다고 한다. 햄버거와 피자는 물론 빵이며 케이크등은 원 없이 잡수셨다고 여행 후기를 즐겁게 말씀하시는 모습에 참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기항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배에서의 석식은 주로 정찬이다. 드레스나 정장을 입고 큼직한 원형테이블에 앉아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드레스 코드는 따로 없지만 매너상 캐주얼한 복장은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여행객의 복장은 차려입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슬리퍼는 피하는 게 좋고 구두는 아니더라도 편한 로퍼나 스니커즈면 괜찮다. 정장을 준비할 수 없다면 폴로셔츠나 단정한 니트류 하나쯤 챙기면 된다. 여자들의 경우엔 원피스면 만사 오케이다.
승선 때부터 정찬 테이블의 좌석은 지정되어 담당 웨이터의 서빙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앉은 테이블의 승객들도 자연스레 눈에 익어 인사를 하거나 간단한 안부가 오고 간다. 가끔은 비어있는 자리를 보고 무슨 일이 있나? 지정석이어서 식사를 거르지 않는 이상 와야 할 텐데, 혹시 낮잠이 길어진 걸까? 아, 다행히 나타났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자, 식사에 늦을 정도로 기항지 관광이 재밌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든다.
두세 가지의 정찬 코스 중 메뉴를 선택할 수 있고 애피타이저-메인디쉬-디저트까지 나오는 식사는 아이들에게는 고급 서양식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평소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한 요리들과 달디단 디저트들. 그리고 각각의 메뉴에 맞는 크기가 다른 커트러리를 사용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비록 크루즈 마을엔 이장님은 없지만, 우리에게는 선장님이 있다. 기항지 관광이 없는 올데이항해의 날엔 선장이 근사한 특별메뉴로 한턱 내기도 한다. 정찬 식당에 골든벨을 울리며 등장한 선장님이 인사와 작은 농담을 건넨다. 당연히 이미 비용에 포함된 내용일 텐데, 그래도 선장은 한껏 콧대를 높이고 호의를 베푼다. 그리고 승객들은 키득거리며 또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