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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어블 Jul 16. 2019

우리 팀장님은 언니 같아요~ 이 말에 좋아라 하는가?

착한 언니 같은 상사는 가족도, 존경받는 리더도, 아무것도 아니다

화장품 업계 25년

그 어떤 산업 보다도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이다.

사람들은 화장품 회사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팀장급 이상 회의에 들어가면 여성은 10~20%에 불과하다. 여성인력이 존중받는 환경이 그래도 좋은 화장품 업계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밟고 일어서려고 발버둥 치고, 여성들은 결혼과 육아의 불구덩이에서도 끈질긴 집념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애씀과 동시에 여성을 견제한다. 매일이 전쟁터 같은 이곳에서 여성이 리더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진정 남성과 여성, 선배와 후배들의 다양한 견제와 질투, 배신과 음모로 얼룩진 드라마 같은 현실에서 꿋꿋이 자기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외로운 고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생활을 사랑하는 나는 오랫동안 리더로서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원칙들이 나의 중심을 잡아주고 흔들리지 않는 힘을 주었으며, 술 영업, 학연, 지연이 판치던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술 한잔 못하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착한 언니 같은 리더 말고 싸워주는 리더>

회사에서 종종 들려오는 호칭이 있다. "언니~" "형님~"

친근감의 표현이자 상급자와 나와의 끈끈함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부르는 소리

내 귀에 그 호칭은 '일은 별로 못하지만 밥 잘 사 주는 착한 호구'로 들린다. 물론 사적으로 매우 친한 관계이거나 뭐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뒷담화에는 항상 그 언니~ 그 형님의 얘기가 오고 간다.

"우리 팀장님은 참 사람은 좋은데 업무 능력은 영 별로야. 방향성도 없고 디렉션도 없어. 윗사람이 한마디 하면 우리가 며칠을 고민했던 전략도 호떡 뒤집듯이 쉽게 마음을 바꿔. 다른 팀 하고 좀 부딪혀서 우리의 전략을 설득시켰으면 좋겠는데... 맨날 설득당하고 와"

이런 리더는 팀원들에게 좋은 언니는 될지 몰라도 든든한 울타리, 나를 이끌어주는 멘토, 싸우고 큰소리를 내더라도 전략을 관철시키는 전략가, 믿고 존경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는 될 수 없다.

맞고 들어온 동생과 함께 울어주는 언니가 되지 말고 싸워주는 리더가 돼라


<미래 지향적 리더>

리더는 크게 두 종류의 성격으로 나뉜다. 과거지향적 리더와 미래지향적 리더.

과거 지향적 리더는 과거의 성공과 실패에 얽매여 과거형으로 얘기한다. 후배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 튀어나오는 한마디

"그거 내가 옛날에 다 해본 거야, 그거 안돼. 내가 잘 알아. 그거보단 내가 전에 이렇게 했더니 엄청 성공적이었어. 이 방식으로 다시 고민해봐"

과거의 경험이 성공적이었던 실패였건, 계속 과거에 메이다 보면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미래 지향적 리더는 불확실한 미래이므로 자꾸 질문하고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찾아간다.

"이런 방향은 어떨 거 같아? 만약 이렇게 한다면 어떤 risk가 있지? 그 risk를 제거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럼 이 방향 말고 새로운 방향에 대해 또 얘기해볼까?"

즉, 과거 지향적 리더는 단정을 짓게 되고, 미래 지향적 리더는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질문을 통해 발전적 방향을 찾아가게 된다.


<말을 짧게 하는 리더, 듣는 사람의 표정을 읽는 눈치 있는 리더>

리더들 중 말을 정말 거창하게, 어려운 단어를 섞어가며, 온갖 알고 있는 지식을 총망라하며 말을 길게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일의 특성을 잘 모르는 대상들에게는 잠시 멋져 보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문가들은 곧 그가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임을 금방 알아챈다.

말은 되도록 짧게 핵심만 얘기하고,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면 한 템포 후 추가 설명을 해야 한다.

똑똑한 척!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아는 것, fact위주로 얘기해야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일방적으로 강의하듯 얘기하지 말고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

리더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으며 이야기해야 한다.

회의를 진행하는데 팀원들이 다들 아이컨택을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깊이 공감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질문도 한다면 매우 소통이 잘되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 혼자 끊임없이 얘기하고 팀원들은 리더가 하는 얘기에 공감할 수 없거나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무기력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눈치 있게 얼른 회의를 중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어야 한다.

말은 짧게, 핵심을 임팩트 있게, ~척(똑똑한 척, 잘난 척)은 진정 민망한 일이다.


<연기 잘하는 리더>

말투, 목소리, 표정, 의상 모두 바꿔야 한다. 평생 연기하는 인생이 될지라도...

일할 때는 동안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귀엽고 애교 섞인 목소리는 애인이나 엄마한테나 써먹어라.

나 역시 동그란 눈, 통통한 볼,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목소리로 예전부터 동갑내기들보다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외적 특징들은 나의 사회생활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난 동료들에게 귀여운 동생, 어려 보이는 친구, 애교 있는 동료로 보이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었다.

난, 그래서 이중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나는 검정 더블 버튼 블랙 슈트를 즐겨 입었다. 스커트는 거의 입지 않았으며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하이힐을 고집하며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고수했다. (난 사무실에서 슬리퍼 신는 사람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머리는 항상 단발이나 커트를 유지했다. 강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도록 검은색 아이라인을 강하게 그리고 핑크톤 입술보다는 누드톤 입술로 시크한 이미지를 더했다.

목소리는 한 톤 낮추어 차분하고 강한 말투로 간결하고 강한 어조, 설득력 있는 단어들을 적절히 활용한다. 걸음걸이는 씩씩하게 가슴을 쫙 펴고 턱을 살짝 들어 시선을 절대 깔지 않고 당당하고 도도한 느낌을 부여한다.

혹자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며, 그냥 편하게 살라고 한다.

사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여성 리더로서 사회생활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게다가 필자처럼 원래 여성적이고 다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의 여성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난 선택했다. 평생 나 자신을 속이고 연기하는 인생이 될지라도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가는 길이 이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기에~

난 원래 귀여운 아줌마다. 아직도 미키마우스를 보면 환장하고, "아들~~~""자기야~~~"를 외쳐되는 귀여운 아줌마~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캐릭터를 아는 동료들은 많지 않다. 나의 이중생활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나의 성격과 외모에도 영향을 미쳐 저절로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바꿔주었다.


<욕먹는 리더>

조직마다 돌아이 상사가 꼭 하나씩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리더가 되었을까 싶은 사람들 한 명씩은 다 회사에 있을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팀원들이 다 좋아라 하는 착한 팀장님은 어느새 사라지고 독하고 까칠하고 이기적인 리더들이 윗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점점 경력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리더는 팔로워들을 잘 이끌고 성장시키면서 팀이 해나가야 할 일들을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강압적이고, 다소 무서울 때도 있어야 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눈물 쏙 빠지게 혼도 낼 수 있어야 한다. 항상 긴장감을 갖고 일하다 보면 과도하게 예민해 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팀원들은 리더와 함께 점심 먹는 것도 불편한 시점이 오기도 하고 리더를 뒷담화하고 어려워한다. 가끔은 팀원들의 표정이 읽힌다.

 " 야~ 오늘 우리 팀장 왜 저래?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야? 힘들어 죽겠다. 옆팀 팀장님은 대충 넘어가는데 우리 팀만 너무 힘든 거 아니야?"

하지만, 꿋꿋이 그리고 추진력 있게 일을 수행하여 완성도 있는 업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관련부서에서 좋은 평가의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이렇게 달라진다.

"우리 팀장이 성격은 좀 더러워도, 일은 진짜 잘하지. 타 부서와 관계도 자 커버해주고 윗선의 부당한 지시도 잘 대응해주고, 다른 팀 사람들이 우리 팀에서 일을 배워야 잘 배운다고 부러워해"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리더는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 '아~ 너무 꼰대 같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여성 리더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메모해놓은 소중한 경험의 결과이기에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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