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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어블 Aug 19. 2019

슬기로운 회사생활 1-용기 있고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라

나이 40에 왕따 당해본 사람의 고백

나이 40 넘어서 왕따 당해본 적 있는가? 나는 있다.


나의 기본적인 성격은 원래 낯을 많이 가리고 조금은 소심하기도 하고 내성적이기도 하며 겁도 많은 A형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천상 여자라고 나를 기억하고 있어 이런 내가 20년 넘게 회사생활을 하고 업계에서 나름(?) 잘 나가는 마케터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면 조금은 놀래는 눈치들이다. 또한 지금의 나의 동료들은 다들 '네가? 에이, 그럴 리가? 네가 내성적이라고? 말도 안 돼.'이러 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난 성격이 답답하기도 하고 일을 너무 좋아하는데 일을 하는데 불편함이 많아 고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좀 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고 대범한 성격을 갖고 싶어 지금도 애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는 다소 강하고 센 여자로 보일 수 있지만 아직도 속으로는 상처도 잘 받고 잘 떨기도 하는 마음 약한 여자이기도 하다.


이런 나에게 다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40대에 들어서면서 나는 잘 나가는 마케팅팀장이었다. 워낙 일을 좋아하고 일할 때만큼은 열정 넘치고 당당하고 대범하며, 팀을 자신감 있게 리드하고 팀의 업적을 세워 회사에 적극적으로 어필하였고, 팀원들에게는 능력 있는 팀장으로 회사에서는 우수한 팀의 리더로 인정받고 있었다. 이럴 땐 항상 주위의 견제와 질투가 있기 마련이다. 웬만한 상황들은 오랜 회사생활로 많이 겪어보았기에 그러려니 했겠지만, 내가 그 회사로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사하고 유치한 타 팀 남자 팀장들이 나를 왕따 시키기 시작했다. 그 당시 마케팅부문안에 5개의 마케팅팀이 있었는데, 3명이 남자 팀장들이었고 나를 포함한 2명이 여자 팀장이었다. 먼저 업무적으로 매월 마케팅 전략을 같이 협의하여 전체 전략을 세팅해야 하는데 남자 팀장들끼리 똘똘 뭉쳐 내 전략을 계속 배제시키고 예산 배분도 안 해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나와 매우 친하게 지내던 여자 팀장까지 포섭하여 나의 험담을 하고 협력 부서에까지 해서 타 부서와 업무 협력을 해야 하는 나에게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대놓고 나를 빼놓고 4명의 팀장들이 점심을 같이 먹는다던가 회식을 한다던가 하는 유치한 행동들이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일단 유치한 남자 팀장들의 뒷담화는 나의 상사, 우리 팀원들에게까지 들어갔고 여기저기서 수군수군거리는 게 느껴졌다. 특히 업무적으로 받는 불편함은 더욱 컸다. 일단 너무 화가 났고 자존심이 상했고 상처도 받았다. 왜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오는 걸까? 난 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데... 이렇게 계속 지낼 생각을 하니 너무 힘이 들었다.


그때 나에게 힘이 돼준 나의 상사가 있었다. 이 나이에 이런 얘기를 사실 꺼내기도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마음에 상처와 업무에 불편함이 점점 더해져, 상사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이미 나의 상사도 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딱 한마디를 해주었다. " 정 팀장, 그냥 하던 대로 해. 너 잘하고 있어. 다른 팀장들도 곧 너의 진심과 너의 진가를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아직 너를 잘 몰라서 그럴 거야" 진짜 별 말이 아닐 수 있지만 매우 위로가 되었다.

"그냥 내 스타일대로, 내 가치관대로, 솔직한 내 모습 그대로 하자~. 그러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용기를 내어 더 담담하게 일에 열중했다. 그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계속 보여줬고 업무적으로 신뢰와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신기하게도 어느새 그들이 조금씩 내가 다가와주기 시작했다. 그들과의 관계를 위해 억지로 친한 척 하지도, 몸을 낮추지도, 싸움을 걸지도 않았다. 그냥 내 할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나를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어느새 그들은 고민이 있을 때 나를 찾아오고, 업무적 도움이 필요할 때 주저 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밥 한번 먹자고 메신저를 보내는 그런 좋은 동료가 되어 있었다.



내 인생에 진한 여운을 남긴 한마디에 내가 가진 그대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살자고 다짐한 날이 있었다.


난 술을 한잔도 못한다. 이건 물려받은 체질 때문이다. 진짜 맥주 한잔 마시기가 너무 힘들다. 맥주 한잔 마시고 온몸에 두드러기 나고 토하고 난리도 아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술을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자리에서 억지로 몇 모금 마시고, 토하고, 마신척하고 뱉어내고, 취한 척하고... 그렇게 살았다.

술을 전혀 못한다는 건 사회생활을 하는데 확실히 불편하다.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러웠다. 많이는 아니어도 맥주 3~4잔, 소주 3~4잔, 아님 와인 1~2잔 정도만이라도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낯가림도 많은 성격인데 술까지 못 마시니 회식자리에서 관련부서와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싶어도 그게 쉽게 않았다. 특히 내가 이직하여 새로운 기업에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문화에 빨리 적응받고 인정받으려면 빨리 친해지는 게 중요했다. (요즘은 회식문화가 많이 달라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매우 다른 분위기, 술자리 친교가 매우 중요했었다.)


일할 때는 Main인데 술자리에서는 주변인이 되는 내가 싫었다.

하지만, 술도 못하고 낯도 많이 가리고, 친해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는 분명 그렇지 않은 사람들 (술 한잔 기울이면 금방 형님, 동생 되는 남자들의 문화, 혹은 술 잘하고 친화력 좋고 술잔 들고 자리도 옮겨 다니며 성격 털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자들)에 비해 불리하기도 힘들기도 했다.

조바심이 났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융화되지 못할까 봐... 그런 나의 행동과 성격이 내 능력과 무관하게 나의 성공에 방해가 될까 봐... 내가 그런 조바심을 내며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친구는 남자임에도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 회식도 1차만 하고 당당하게 빠졌다. 항상 자신감이 있었고 누가 뭐라고 해도 당당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어필했다. 흔들림이 없었고, 당당했다.
억지로 술을 마시지도, 억지로 친한 척 하지도, 억지로 강한 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친구의 실력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칭찬했다.
그 친구는 오로지 본인의 능력과 자신감으로 본인을 자연스럽게 어필했다.

어느 회식자리였다.

그 친구가 내 앞쪽에 앉아 있었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난, 그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처럼 술자리에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술을 거의 먹지도 않았지만, 약간 취한 척, 큰 목소리로 '한잔 하시죠!" 하며 어색한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도 술도 좀 하고 더 쎄 보이고 뭐 대충 그런 이미지로 보이가 싶었나 보다. 순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건 내 모습이 아닌데... 갑자기 순간 부끄러운 생각이 확 들었다.

그때 그 친구가 딱 한마디를 내게 던졌다.

"팀장님! 어색한 거 티나요. 그냥 팀장님 스타일대로 하세요"

내가 느끼던 어색함과 부끄러움은 남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던 거다.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난 충분히 나 원래의 모습이 멋진데, 왜 쓸데없이 가치 없는 어색한 모습을 흉내 내고 있었던 건지...
그 이후 나는 술 못 마시는 나로, 낯가리고 친한 척 못하는 나로, 센 여자 흉내 안내는 나로, 싫은 거 좋은 척 못하는 나로 가끔은 소심하고 가끔은 상처도 잘 받는 나로 당당하게 살고 있다.

그 친구의 한마디, 나보다 어린 친구의 그 한마디,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나의 장점이든 단점이든 솔직히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진정 쿨하고 대범한 사람이다.


나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감정 기복도 있다. 누군가는 이런 나에게 소심하다고, 너무 생각이 많다고, 예민하다고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남들의 얘기에 쉽게 상처도 받고, 그로 인해 밤잠 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내 모습을 들키는 게 싫어 그렇지 않은 척하면 살아보기도 했다.

대범한 척~상처 안 받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욕심도 많고, 누군가 나보다 잘되면 질투도 나고 배도 아프다. 난 인정의 욕구, 성공의 욕구, 성취의 희열, 승리의 희열도 갈망한다. 이런 나를 감추려고 질투 안 나는 척~ 쿨한 척~ 착한 척~ 욕심 없는 척~해봤다.

그럴수록 나를 자꾸 감추고, 나 자신을 속이고, 내가 아닌 나로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 난 이런 사람이다'라고 인정하는 순간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걸 느꼈다. 그런 솔직한 내가 더 사랑스러워졌고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타인의 장점을 칭찬해줄 줄 아는 내가 더 멋져 보였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사람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게 된다. 그리고 단점을 감추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단점은 이런 거야'라고 인정하게 되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순간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입으로 아무리 자신이 쿨하다, 대범하다,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해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본 그 사람은 본인이 입으로 내뱉는 말 안에 감춰진 연약하고 소심한 보여주기 싫은 부분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솔직하지 않은 사람은 평생 피곤하게 자신을 속이고 사는 것일 수도 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라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라

그리고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하라

그게 바로 진정한 '너' 다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은 소심함도, 예민함도 결코 흉이 되지 않는다. 그냥 그사람의 일부인것이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쿨하고 대범하고 멋진 자신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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