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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너부 Dec 13. 2018

시간

생각들

 금요일 오후 5시 50분. 퇴근을 목전에 둔 사무실은 항상 어느 정도는 부산스럽지만 금요일은 평소보다 조금 더 산만하다. 여직원들은 어디로 놀러갈지 재잘거리며 실내화를 구두나 하이힐로 갈아신고 있다. 나도 평일과는 달리 서점에 들를지, 극장 가서 영화나 한 편 때리고 귀가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퇴근 준비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신나 있는 사람들 모두 고작 이틀 반이 지난 후에 스스로가 어떤 기분일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날 때만 해도 경쾌하고 여유롭던 기분이 일요일 오후부터 슬슬 언짢아지다가 월요일 아침이 되면 한없이 깊은 해저로 내려가는 노틸러스 호 마냥 무겁게 처지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터다. 일주일 주기로 쳇바퀴 돌듯 겪으며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아무래도  이건 익숙해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듯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뮈가 《페스트》의 마지막 구절에서 실존의 위기를 두고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 당장은 물러간 것처럼 보여도 일상에 잠복하며 돌아올 순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감정의 낙차는 불가피한 것이니 체념하고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야 할까? 괜한 고집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내게 글쓰기는 많은 의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단조롭지만 체감상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은, 무한한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내가 마모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는 행위다. 영화 《Detachment》에서 에드리언 브로디는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매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나가기 위해 배우고 읽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 장면에서 다른 어떤 장면에서보다 고개를 크게 주억거릴 수 있었던 건 소싯적의 나 역시 자신을 보존해나갈 수 있는, 어떤 의식과도 같은 행위가 필요하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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