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허망했던 이스라엘 육로 출국

요르단으로 넘어가기

by 이완 기자

(앞서 쓴, 눈물나는(?) 엘알항공 탑승기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스라엘에 들어올 때 무척 힘들었던 기억, 그게 없었으면 이해하기 힘드니까)


이스라엘에 들어올때 워낙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어떻게 출국해야하나도 고민 중에 하나였다. 이제 다음 출장지인 요르단으로 떠나야할 시간.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고, 물어보니 예루살렘에서는 알렌비 국경으로 넘어가는게 가깝지만 요르단 관광청은 사전 비자 없이는 넘어올 수 없다고 했다. 또 알렌비 국경으로 넘어갈때 또다시 출국 심사를 받을때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결국 선택은 벧샷 루트. 여기는 사전에 요르단 비자가 없어도 갈 수 있는 육로라고 했다. 다른 동료들은 이미 다른 길로 요르단으로 갔다. 안 갈 수 없는 노릇 부딪혀 보기로 했다.


20180613_111508.jpg


방법은 예루살렘 중앙 버스터미널에서 961번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터미널 분위기는 그냥 우리나라 고속 터미널 생각하면 된다. 버스가 들어오면 게이트에 불이 들어오고, 자신의 방향과 맞는 버스를 타면 된다. 다른 점은 총든 군인들이 다닌다는 것. 이스라엘 군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 이다보니, 군인들이 많이 탄다.


그래서 막상 탄 961번 버스는 10여년전 강원도 원통으로 가던 금강고속 버스를 연상하게 했다. 물론 우리는 총 없이 다린 군복과 빛나는 전투화를 신고 탔지만 말이다.


961번은 한참을 달려 황무지로 들어갔다. 관개수로를 내서 전략적으로 숲을 조성하는 곳이 군데군데 보였다. 버스는 사해와 요르단 접경지역을 달린다. 총까지 든 군인들은 중앙터미널에서 10여명 타더니 중간중간 정류장에서 내렸다. 근처 기지로 돌아가는 군인들일 것이다.


20180613_123628.jpg


그러다가 아예 군기지 앞까지 버스가 들어갔다. 거기서 나머지 모두 내렸고, 또다시 휴가를 가는 것처럼 보이는 군인들이 탔다. 검문소 같은 곳도 지났다. 방탄조끼를 입은 여성 보안요원이 올라오더니 나한테만 여권을 보자고 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


계속 초긴장이었다. 내릴 곳을 놓치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였다. 더구나 내가 가진 심카드는 팔레스타인에서만 되는 것이라 지역을 벗어나 폰도 터지지 않았다. 간신히 벧샷 정류장 소리를 듣고 내렸다. 후다닥... 혼자였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 다른 이가 쓴 경험담을 보면 주변 택시 아저씨들이 모두 달려들어 자신의 차에 타라고 할 줄 알았는데, 썰렁~~. 아무도 없었다. 지나가는 택시도 없었다. 이러다가 요르단에 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다가, 간신히 반대쪽으로 가던 택시에게 손을 흔들었다. 택시 아저씨는 손님이 있는데, 그래도 타겠냐고 했다. 손님이 가득 타고 있어도 얻어탈 판이었다. 트렁크에 캐리어를 구겨 넣었다.


20180613_132732_HDR.jpg


드디어 이스라엘 국경 검문소로 향했다.

총을 든 이가 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긴장이 됐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보행자 구역으로 들어가서 머뭇거리니, 그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두유 해브 어 건?"

순간 어안이 벙벙해 당황하자, 그가 웃었다. "총이 있냐고? 없지? 그럼 들어와" 그냥 검문소를 통과했다. 엘엘을 탔을때는 "너 폭탄 있냐?만 안물어봤을뿐 나머지는 다 물어보고 들춰봤는데 말이다. ㅎㅎ


이스라엘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은 돈을 내는 일이다. 출국세는 무려 100세켈. 수수료까지 합하면 3만원이 넘는 돈이다. 돈을 낸 뒤 여권 검사 구역에 들어가니, 돈을 냈는지만 확인하고 출국 바코드가 찍힌 허가증을 내줬다. 문 밖으로 나가니 얼마 멀지 않은 요르단 검문소로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5세켈. 버스에 타니 출국 절차가 끝났다. 긴장이 풀렸다. 이렇게 떠나는구나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엔에서 일하고 싶다면 필요한 건 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