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락 난민캠프 취재기
요르단에서 해야할 가장 큰 일은 난민캠프 취재와 이란으로 가는 비자 취득이었다.
이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까닭에, 중동에서 '안전한 나라'라고 자평하는 요르단에선 취재가 무사히 끝나길 기대했다. 더구나 한국어를 잘하는 든든한 현지인 가이드까지 구해놓은 터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해외 취재는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요르단에 오기 전 제일 공들였던 것은 '난민캠프' 방문이었다.
평화원정대는 아프리카에서 한 곳, 아시아에서 한 곳을 난민캠프를 방문하기로 했다. 평화를 보여주기 위해선, 평화가 없어진 난민캠프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하는 구상에서였다.
유엔이 관할하는 요르단 아즈락 난민캠프 방문은 쉽지 않았다. 캠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던 한 국제구호단체는 출장 출발이 한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버렸다. 현지 사정상 들어가기 어려워졌다는게 이유였다.
난민캠프도 가지 못한다면, 요르단에선 뭘 할 수 있을까. 길이 막막했다. 하지만 궁하면 뚫리리라. 수소문 끝에 난민캠프 안에 태권도 아카데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카데미가 문을 열때 언론에도 보도가 됐었다. 바로 이거야. 태권도 아카데미를 돕는 협회 쪽에 물어보니, 유엔난민기구가 허락하면 취재를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띄엄띄엄 영어로 써서 유엔난민기구에 신청서를 보냈다. 혹시나 될까 생각했던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에서 한창 취재를 하던 중에 진짜 방문 허가가 나와버렸다. 호텔방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ㅋㅋ 한국 언론 사상 구호단체 도움없이 홀로 난민캠프 출입허가를 따낸 첫 사례가 아닐까.... 라고 혼자 짐작했다.
요르단을 찾아 드디어 정식허가를 받기 위해 유엔난민기구 사무소를 찾았다.
그런데 생각치 못한 실수가 있었다. 한국에서 방문허가 신청서를 보낼때 캠프에 들어가는 차량과 가이드도 기재해야하는데, 신청서를 낼 때만해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통역과 가이드가 없어서 기재를 안했었다. 그래도 어떻게 되겠거니 했는데, 사무소에서 추가 기재를 단칼에 거절당했다. 추가 인원 역시 마찬가지로 신청서를 내고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신청서를 냈을때 기재한 사진기자도 사정상 바뀐 상태였다.
캄캄했다... 물어보니 난민캠프는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캠프 앞에서부터 걸어서 들어가면 안되겠냐고 하니, 캠프 입구부터 캠프까지 한참이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그걸 걸어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웃길 정도로 먼길이었다... 하하하;;;
그러나 또 어떻게 어떻게 길을 찾는게 기자가 해외취재를 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 아닌가...
태권도 아카데미 쪽에 연락을 해서 또 우리를 도와주기로 한 요르단 태권 사범이 나섰다. 아는 인맥과 네트워크 총동원. 사정사정했다. 한국에서 취재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결국 우리는 차량 통행 허가를 받아내고,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동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진 아즈락 난민캠프로 향했다. 난민캠프 앞은 총을 든 경찰과 중무장한 장갑차가 서 있는 등 삼엄했고, 그리고 진짜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세계식량기구 등 모든 차량은 허가증 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캠프 출입허가 서류와 여권을 검문소에 제출하고도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보안 요원이 자동차에 함께 탑승한 뒤에야 캠프 안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멀리서 수천채의 흰색 컨테이너 같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슈퍼마켓과 축구장도 보였다. 구역마다 그 구역을 맡은 유엔난민기구와 유니세프 표시, 후원국의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태극기도 드문드문 있었다. 구호기관들 건물이 들어서 있는 골목을 20분 정도 달려 아즈락 태권도 아카데미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