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코로나19가 닥친 뒤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였는지 생각나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노트북 폴더 한구석에 처박아둔 요르단 페트라 사진을 다시 찾았다.
2년전 평화원정대로 요르단을 방문했을때, 주말에 일부러 짬을 내 찾았던 곳이었다. 죽기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는 의례적인 수식어가 달린 곳이지만 세계적인 명소을 다시 찾기 힘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페트라를 대중교통을 통해 가려면, 먼저 버스표를 예매해야 한다.
출발하기 하루 전 버스 옆에 보이는 여행사를 찾아 미리 좌석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버스 출발 시간에 맞춰 와야 한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버스를 타고 페트라까지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거의 점심때가 다되어 도착한 것 같다. 페트라에 가기 위해선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외국인들은 요르단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입장료를 낸다.
요르단은 다른 중동 국가와 달리 석유나 가스 같은 자원이 없는 빈국이다. 그렇다고 산업이 발달한 곳도 아니니, 관광이 국가의 큰 돈줄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요르단에서 꽤 많은 자동차를 팔고 있는데, 지도에 현대차 로고가 그려진게 인상적이다.
입구에서 페트라의 상징인 알카즈네 신전은 보이지 않는다.
거기부터 너무 여정을 얕잡아 봤다. 흙과 돌로 된 길을 한참을 들어가야 사암으로 된 절벽이 나타난다. 사막 한가운데 갑자기 우뚝 선 붉은 돌을 보면, 신기한 감정부터 든다.
당나귀가 끄는 마차다. 입구에서 알카즈네신전까지 관광객을 나른다.
내려쬐는 햇볕 속에 긴 길을 걷다 보면, 저 마차를 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백과사전을 보면, 페트라는 나바테아인이 건설한 산악도시라고 한다. 아랍계 유목민으로 사막 한가운데 있는 붉은 사암덩어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위 틈새에 도시를 건설했다.
이집트, 아라비아, 페니키아 등의 교차지점에 위치해 사막의 대상로가 되었다. 무역로의 한가운데 있었으니 번영을 누렸으리라. 암벽에 협소한 통로를 깎고, 물길까지 낸 것을 보면 당시의 부를 짐작하게 한다.
아시아인보다 유럽인이 많다.
아무래도 요르단은 아직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인이 찾기에는 낯선 곳이기도 하다.
한참을 협곡길을 따라가다보면
갑자기 환한 빛이 보인다.
그곳에 알카즈네 신전이 있다.
협곡길의 마지막에 갑자기 나온 넓은 공터와 신전.
이곳에서부터 더 안쪽으로 가기 위해선
이제 마차 대신 낙타를 이용해야 한다. 물론 유료.
신전을 한참 구경한 뒤 다시 유혹을 참고 걷기 시작했다.
이제 협곡길이 아닌 황야를 걷는다.
마치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황량한 사막 같은 곳이다.
암벽에는 군데군데 동굴이 파져있다. 예전 나바테인이 살던 곳에서 나중에 종교 박해를 피해 도망온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거대한 극장 같은 곳도 있다.
한참을 걷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
더위를 참기 어려워 한 가게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레몬을 통째로 짜서 즙을 낸 음료를 주문했다.
얼음도 없이 즙만 있었지만, 왜 신맛이 갈증을 가시게 하는지 알수 있었다.
이제는 여름만 되면 레몬이 생각난다.
정말 레알 100% 레몬즙이다.
저 기구는 중동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다.
도시 건설과 함께 만든 수로.
알카즈네 신전으로 가는 협곡길 옆에는 이렇게 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물론 지금 물이 흐르지는 않는다. 돌을 정교하게 깎은 수로를 보면, 도시를 만들때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돌아가는 길.
좁은 협곡 사이로 멀어지는 알카즈네 신전이 보인다.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사막의 신기루 같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