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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비자를 내다오

by 이완 기자

요르단에서 취재를 마친 뒤 결국 가야할 곳은 이란, 이란이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이란대사관을 찾아 취재비자를 한달 전쯤 미리 신청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무효화하면서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2주 정도면 취재비자가 나오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그러나 첫 출장지인 이탈리아에서도, 다음 팔레스타인에서도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드디어 요르단, 원래 계획대로 라면 요르단에 도착한 뒤 비자가 나와있어야 스케줄이 별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한국의 이란대사관에서는 이미 신청서를 본국으로 보냈다면서, 다시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란에서 기다리고 있는 현지 코디는 어디로 접수되었는지 찾을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한국대사관에도 이메일을 보내보았지만 같이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정 사이에 이슬람의 회개와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끼어있기 때문일 것이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취재비자는 외무부만 거치는게 아니라, 언론을 담당하는 문화부와 정보부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요르단 암만의 이란 대사관


요르단에서 일주일을 추가로 허비한 끝에야 대사관에서 비자발급이 가능하다는 이메일이 왔다. 물론 늦어진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제 가능한 빨리 이란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이란 다음인 인도 일정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 지체했다가는 이란에서 하루 이틀 밖에 지낼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란 대사관을 찾아갔더니 또 필요한 것을 챙겨야 했다. 이란행 비행기표와 비자 발급을 위한 비용 증명서 등이다. 더구나 오후 3시면 대사관은 문을 닫았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이란대사관 직원이 접수 데스크 같은 역할을 하는데, 우리를 위해 편의를 많이 봐주었다. 무사히 비자를 발급 받은 뒤 함께 기념사진



비자발급 요금을 낼 수 있는 은행은 정해져 있었다. 이름은 주택은행. 대사관과 가까운 대로를 찾아갔더니, 그 은행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에겐 우버가 있다!! 가까운 주택은행을 찾아, 우버를 타고 갔다. 이제 이란으로 가는구나...


그런데 은행은 세월아 네월아 일을 처리하고 있었고, 어느덧 2시를 넘고 있었다. 간신히 비용을 결제하고 증명서를 받은 뒤 다시 우버를 잡았다. 우버 운전사가 그랬다. 왜 여기까지 왔냐고.. 아뿔싸 영어로 주택은행이라고 가르쳐줘서, 어찌된 영문인지 한참 먼 이 지점이 골라졌지만, 대사관 주변에도 페르시아어로 하면 주택은행이 있었다.. ㅜㅠ 운전사에게 사정해가며 속도를 냈지만, 시간은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일정이 또 물건너가는구나 싶었는데.... 대사관에 남기고 온 일행이 직원들에게 사정해 퇴근을 막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ㅋㅋ 말도 잘 안통하는데 붙잡고 있다니 ㅋㅋ



결국 우리는 다음날 무사히 이란 취재비자를 받았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란으로 출발이다.


이란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의 책 <이란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를 보면, 이란에서는 거의 모든 일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날때도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유학 초기 주된 업무는 관공서에 출근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호텔에서 밴을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을 향해 한참 가다 갑자기 차가 멈추었다. 더이상 갈수가 없단다(무슨 소리야!)

뒤에 있는 승용차로 갈아타라고 했다. 공항 안에는 승인 받은 차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밴 기사에게 준 돈의 일부가 승용차 운전자에게 건네졌다. 이렇게 짐처럼 운반되는구나...





원래는 육로를 통해 가려면 이라크를 통해 이란으로 가야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하지만 아직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를 육로로 통과할 수는 없었다. 알아보았지만, 경호원 등을 구해 호송대를 꾸려야해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

그렇다고 요르단에서 이란으로 가는 직항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르단은 미국 등 서방과 가까운 국가이고, 더구나 페르시아의 패권국가를 자임하는 이란에 대해 요르단과 사우디 등은 껄끄럽게 여겼다. 결국 홍해 쪽으로 돌라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해 이란으로 가는 경로를 택했다.



이란으로 가는 비행기 기내식, 여기서 만난 맥주를 한동안 그리워야 했다.




비행기 안에서 뜻밖의 소식도 들었다. 한국이 독일을 이겼다는 승전보.

마침 비행기 안에 한국인 승무원이 있었는데, 아랍 사람들 사이에 껴있는 우리를 알아보고 소식을 전해줬다. 깜짝놀라 영상을 찾아보니, 축구를 비행기안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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