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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Jan 22. 2021

또 질문 못한 대통령 기자회견 후기

2021년 새해 기자회견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질문을 받은 것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이후 거의 일년만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을 고려해 사상 처음으로 온오프 통합 방식으로 열렸다. 기자들을 나눠 현장에는 20명만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고, 나머지 100명은 온라인 화상으로 참여한 것이다. 


운좋게 20명 현장 참석 기자에 들었다. 드디어, 지난해 실패했던 질문 기회를 드디어 받을 수 있나 싶었다... 아... 드디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새해 기자회견에 못하면, 영영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도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1번 팻말을 마지막까지 보지 않았다 ㅜㅠ 

그래도 이날 벌어진 기자회견을 뒤돌아봤다. 

   


청와대 제공



1. 대통령이 제일 잘 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아동학대 관련 답변이 망한 이유가 뭘까. 대통령의 아동학대와 입양 관련 인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지금 현재의 청와대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청와대를 취재하며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비서'들이 "대통령이 제일 잘 안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점이다. '비서'들은 바뀌지만 5년 동안 온갖 정책 정보와 보고서를 받는 대통령이야말로 현안을 모두 꿰뚫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인식이 부지불식 간에 있다면, 대통령의 생각이 부족하다고 토론할 비서들이 얼마나 있을까. 이번 기자회견도 무려 일년에 한번 열리는! 행사 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내부적으로 질의응답을 실전처럼 해보는 리허설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행사 진행 리허설만 네차례 했을 뿐이다) 그러니 윤석열, 부동산, 김정은 등에 비해 후순위였을 아동학대 문제를 답변할 준비가 부족했을 것이다. 


2. 엉킨 순서 


두시간 내내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본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으나(저도 그런 적이 없다는 ㅎㅎ) 기자들의 질문이 왜 이리 중구난방이야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이건 청와대가 만든 질문 순서에 문제가 있었다. 정해진 순서는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 순이었다. 첫 질문은 관례상 기자단 총간사가 하는데, 가장 이슈가 될 사면과 부동산 관련 질문을 먼저 해버렸다. 문 대통령이 "특권을 너무 쓴 것 아니냐" 할 정도. 사면과 부동산이 나왔는데, 그같은 질문이 안이어질 수가 없다. 청와대가 받고싶은대로 코로나를 1순위로 질문 순서를 짠게 패착이었다. 작년에는 정치, 경제 순서였다. 총간사가 작년에도 검찰개혁으로 질문으로 시작했는데, 순서가 정치이니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다만 온라인 기자회견을 처음 하다보니 엉킨 측면이 있다.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영역이 있는 전문 매체나 외신이 지목받았을때, 뜬금없이 자신의 영역이 아닌 코로나나 부동산 등 순서에 맞춰 질문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3.  기 싸움


대통령이 힘들어보였다는 평이 많다. 솔직히 질의응답을 하지않고 그냥 두시간 동안 앉아있던 나도 힘들었는데, 대통령도 힘에 부쳤을 것이다.


더구나 원래 농담도 잘 안하는 대통령이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돌리거나, 한숨 쉬고 넘어갈 타이밍 조차 없었다. 일년 내내 질문할 기회만 기다렸던 기자(질문 퀄러티는 별개다)들과, 일년의 한번이니 이번에 잘 해보자고 한 대통령 사이가 팽팽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이번 기자회견에는 농담을 하거나, 퇴임뒤 계획 등을 묻는 소프트한 질문도 없었다)


그러니 대통령이 힘들어 보이는 것두, 노동과 기후변화 등 잘 나오지 않은 영역의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도, 모두 대통령이 질문하는 언론 앞에 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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