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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May 26. 2021

크랩 케이크와 린치핀

춘추관 일기 12  워싱턴 못간 기자의 밤새 정상회담 기사 쓴 이야기


린치핀.

새벽 다섯시부터 꾹꾹 일한 뒤 놀이짐에 가있는 아이를 데리러 가기위해 차키를 드는 순간, 열쇠가 똑 떨어졌다. 리모컨키와 쇳대를 연결하려는 핀이 빠졌는지 헐렁해지면서 축이 부서진 것. 간신히 차에 쇳대만 꽂고 시동을 거는 데는 성공했다. 같은 차를 탄지 10년 만에 부러진 키를 들고, 현대모비스 대리점을 찾아 바꿨다.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말할때 쓰는 말이 린치핀이었다. 어제 새벽부터 2박3일 동안 지켜본 문 대통령의 행보는 오늘 나온 한미공동성명을 통해 의미가 확인됐다. 한반도 중심 동맹에서 벗어나 전지구적 역할을 분담하는 동맹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 동맹 70여년만의 변화다. 



이제 린치핀은 미일동맹을 말하는 코너스톤 정도까지 역할이 커진걸까. 분명한 건 그동안 혈맹이어서 붙여줬던 핵심축이라는 이름이, 이제 실제로 미국이 자신의 글로벌 이익을 원격으로(리모컨) 지키는데 필요한 키워드(열쇠)가 된 셈이다. 이게 부러진다면 미국은 첨단기술 공급망 확보와 강력한 동맹군대를 잃게 된다.


한국이 이렇게 대접받는 수준까지 오르는 것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대될 정도로 강력한 경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등 이번에 백악관에 초대받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박수를 받은 기업들의 힘이다. 그러나 이런 힘까지 오르는데는 실제 제품의 핵심축이 10년두 못버티고 부러지지만, 비싼 순정품을 사다바친 국내 소비자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강력해진 한미 린치핀, 대신에 더 글로벌하게 부담해야할 한국의 책임비용. 그사이에 막대한 국방비 등으로 사라질, 국민을 위한 복지 투자. 이번 순방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이었다. 1년6개월만에 공군 1호기가 해외로 움직인 것.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대통령 수행단은 대폭 줄었고, 기자단 역시 대폭 줄었다. 전처럼 모두가 갈 수 있는게 아니라 이번에는 20명 정도만 워싱턴을 향해 갈 수 있었다. 올해 남은 순방 일정도 최소 규모로 수행단과 기자단이 꾸려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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