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의 기사
관저, 관사를 생각하다, 오래전 사놓고 읽지 않았던 '관저의 100시간'을 꺼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을 덮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취재한 기자의 책이다.
"한편으로는 정부와 도쿄 전력이 기자들에게 그때그때 어떤 말로 발표했는지를 정확히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설령 '거짓'이라고 비판받더라도 기록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검증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마감 시각에 쫓기는 가운데 발표된 내용의 진위와 의미를 정밀 조사해 원고를 작성한다.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취재하는 동시에 그 사건의 심층적인 부분과 숨은 사실을 후벼 파는 작업을 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우선 제대로 기록한다. 그 자체를 '거짓 발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이후의 기사가 부족해 독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던 것이다. '역시 거짓말이었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래서였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 사고를 정부와 국회사고조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의 책임감에 입각해 검증해야 옳았다. (중략) 뭔가 공적인 것에 의존해 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려는 것이야말로 독자들이 ' 3.11'을 계기로 비판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당사자와 직접 부딪쳐 취재했다면 이 사고의 전모와 결론을 독자들에게 책임지고 제시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흔들린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는 어떤 의미에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주요 언론'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작업이다. 우리가 사고조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