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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Oct 02. 2016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탐사보도

미국 탐사보도센터 로버트 로젠설 상임이사 인터뷰


로버트 로젠설(사진) 미국 탐사보도전문메체 탐사보도센터 상임이사는 2001년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서 해고됐었다. <뉴욕타임스>와 <보스턴글로브>를 거쳤고, 아프리카 특파원으로서 여러 상을 받은 베테랑 기자였지만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웠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지역신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에디터였던 로젠설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 시장이 어려워지자 기자를 해고해 비용을 줄이려는 신문사 경영진과 충돌했다. 결국 그 역시 짐을 싸야 했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탐사보도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로젠설 상임이사는 영화 '블랙호크 다운'으로 유명한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미군의 실패를 기사로 실은 특종을 한 바 있다. 당시 로젠설 상임이사는 기사 뿐만 아니라 무전기 녹음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멀티미디어 뉴스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구조조정 때 경험이 내가 탐사보도센터로 올 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람을 줄이는 건 결국 콘텐츠를 없애는 일이다.”


로젠설 상임이사는 2008년 탐사보도센터에 합류했다. 당시 인원 7명에 연예산이 100만달러에 불과했던 탐사보도센터는 현재 직원 65명에 950만달러의 예산을 가진 조직으로 성장했다. 전통 미디어 기업들의 수익이 급격히 축소하고 기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탐사보도센터는 정반대로 힘을 키웠다. 더구나 탐사보도센터는 가벼운 콘텐츠가 아닌 심층취재를 목적으로 한다.


5월19일(현지시각) 탐사보도센터 회의실에서 만난 로젠설 이사는 책상 위에 있던 휴지상자를 손에 들더니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휴지상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콘텐츠라면 여기에 바퀴가 달렸다고 치자.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접근시키기 위해서는 이 바퀴들을 기사로도 만들 수 있고 라디오, 애니메이션, 연극, 비디오로도 만들 수 있다. 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2008년엔 미디어들이 기술 발전을 두려워했지, 이런 생각을 한 곳은 별로 없었다.”


그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 시도를 큰 신문사에서 하려 했지만 언제나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수익은 얼마나 될지 처음부터 물어보는 바람에” 실행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가벼운 조직이던 탐사보도센터는 그의 생각을 펼치기에 적당했다. 그는 기자와 라디오 PD, 애니메이션 작가 등 사람을 끌어모아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을 같이 일하게 만드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탐사보도센터 후원자들은 이 사회에 중요한 저널리즘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토리텔링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로젠설 이사의 새로운 시도는 후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비영리조직인 탐사보도센터는 예산의 대부분을 재단이나 뜻있는 개인의 후원으로 충당한다. 로젠설 이사가 온 뒤 8년 동안 탐사보도센터에는 5천만달러의 후원이 몰렸다. 그는 인터뷰 전날인 5월18일에도 맥아더재단으로부터 5년에 걸쳐 350만달러를 받는 후원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미국에는 좋은 재단이 많으니 쉽지 않냐고? 결코 그렇지 않다. 항상 어렵다. 후원개발팀 직원 4명뿐만 아니라 나도 후원자를 계속 찾아가 설명하며 신뢰를 쌓는다.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기대지 않고 라디오쇼나 팟캐스트를 통해 광고를 유치해 적더라도 수익을 만들려 애쓴다.”



로젠설 이사는 30분에 걸친 인터뷰 중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자주 이야기했다. “탐사보도센터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미디어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믿음을 얻어낸 후원을 통해 튼튼한 재정적 기반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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