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에서 성당을 만나는게 좋다

스위스 룽엔

by 이완 기자

여행은 번잡함을 감수해야 한다.

스위스의 알프스 같은 대자연을 마주하기 위해선, 공항 수속의 번거로움과 갑갑한 비행기, 복잡한 교통 상황 등 모든 여건을 견뎌내야 가능하다. 일정 뿐만 아니라 동행하는 가족의 선호도 반영해야 하고, 때때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때 이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에서도 평화를 주는 곳은 있다.

바로 성당이었다. 이전에 여행이 유럽의 유명한 성당을 보고 찍고 가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만난 성당은 평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종교를 믿기 시작해서였는지, 아니면 이제는 좀더 차분히 성당에 앉아있다 갈만큼 여유가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반짝이는 스테인글라스 보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더 궁금해졌고, 조용히 앉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더 좋아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https://maps.app.goo.gl/eyNC7ySFND3FmkSu8


스위스의 룽엔에서 만난 Pfarrkirche Herz-Jesu 성당이 그런 곳이었다. 처음에는 뷰포인트를 찾기 위해 들어선 마을에서, 다음에는 화장실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만난 성당이었다. 아무도 없는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만난 그 고요함은, 그동안 유명한 여행지에서 찾던 안식이 다름아닌 이 곳에 있음을 말해주었다.




성당을 찾아 올라가는 계단 양쪽에는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지역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이었을까. 2021년과 2022년에 돌아가신 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성당 바깥에서 바라본 마을 모습. 그린델발트와 융프라우 등에서 그림 같은 알프스 모습을 실컷 보고 왔지만, 이 곳 전경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엄청나게 높은 산이 주는 장엄함도, 알프스의 하이디가 있을 것 같은 마을 전경은 아니었지만, 평화로운 모습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룽엔에서 차를 타고 온 목적지는 루체른이었다. 루체른 역시 스위스 알프스 여행을 위한 중요한 도시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루체른은 카를교와 아름다운 호수가 유명하다. 그리고 루체른에서 들른 이 성당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성 레오가데르 성당.


스위스는 칼뱅과 츠빙글리가 주도한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가 확산되었지만 루체른 등 중앙산악 지대는 종교 전쟁 끝에 카톨릭을 지켰다. 성 레오가데르 성당은 이 지역 카톨릭을 대표하는 성당이다.


이 곳 역시 시간이 남아 별 생각 없이 들렀다가 한참을 앉아있다 나섰다.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성가가 나왔는데, 처음에는 관광지라 녹음된 성가를 트는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합창단이 연습을 을 하는 중이었다. 연습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게 아니라 서로의 합을 맞추는 정도였지만, 그것을 듣는 것조차 무척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었다.




성당 뒷편 성가대 자리에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AI가 알려주길, 1640~1650년에 제작된 4,950~6,000개 파이프(최대 10m 길이, 380kg 무게)로 유럽 최대급이며, 루체른 음악제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고령화와 함께 젊은 세대가 점차 종교를 멀리하고 있는 와중에, 이처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내주는 성당의 모습은 영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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