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모터쇼에 뜬 지드래곤과 베르나

북경현대 부스에 몰려든 젊은 여성 인파, 모터쇼 현지 스케치

by 이완 기자

올해 열린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가장 인기 많은 전시관은 어디였을까. 중국인이 좋아한다는 시커먼 아우디·벤츠?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지 업체 상하이차? (그렇다,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손 털고 나간 그 회사다.)


4월25일 중국 국제관람센터에서 열린 ‘2016 베이징 모터쇼’를 찾았다.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는 처음 가보는 것인데, 중국 모터쇼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기피 모터쇼’로 꼽힌다. 왜냐하면 보통 모터쇼라 하면 ‘새 차를 먼저 보니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중국이 그리 만만한 곳인가. 대륙의 나라다. 베이징 모터쇼는 자신의 다리가 얼마나 튼튼한지, 자동차라는 탈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설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20160425_083005.jpg 베이징모터쇼 입장


이번 모터쇼 규모도 모두 8개 전시장, 총면적 2만6천m² 크기였다. 그나마 올해는 1개 전시장이 줄었다. 폭스바겐이 1개 전시장을 통째로 쓰다가 다른 곳과 함께 쓰는 관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기아차 부스가 있는 서1관에서 현대차 부스가 있는 동4관까지 가려면 1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가보면 전시장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차라도 있지만 베이징은 그냥 내 다리를 믿는 ‘대장정 모터쇼’다.


대장정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엄청난 인파였다. 기자나 업계 관계자만 들어오는 프레스데이 기간인데도 입장객이 엄청나게 많았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 안전요원들이 ‘멈추지 말고 걸으라’는 팻말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닌다. 모터쇼 조차 인해전술의 나라인가.


20160425_150719.jpg 전시관 사이에 사람이 많다보니 가다가 누군가 서있게 되면 엄청 복잡해진다. 그래서 계속 걸으라는 팻말을 들고 안전요원들이 계속 걷고 있다.



그렇게 인파를 헤쳐 북경현대차 언론발표회(프레스 콘퍼런스)에 갔더니 입이 떡 벌어졌다. 북경현대차 부스를 사람들이 이중 삼중으로 에워쌌다. ‘아니, 현대차 인기가 이리 좋았나?’ 외국 가면 느낀다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약간의 자부심이 느껴지려는 찰나, 뭔가 이상했다.


20160425_113747.jpg 북경현대 부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지드래곤 팬들



왜 이렇게 젊은 여성들이 많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 줄 서 있었다. 모터쇼는 보통 레이싱모델이 등장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많이 찾는 행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모터쇼부터 레이싱모델을 퇴출했다. 선정적 옷차림이 문제가 되자 아예 없애버렸다.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 때 일자리를 잃은 레이싱모델들이 거지 차림으로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이 외신을 장식하기도 했다.


20160425_122343.jpg 모텨쇼 행사장 한켠에서는 차를 소개하는 도우미들의 화장이 한창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인가. 인파를 헤치고 현대차 직원에게 손을 내밀어 (그렇다, 이렇게 사람들을 밀고 자동차 부스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간신히 현대차 부스에 들어가자 현대차 직원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오늘 지드래곤이 온다는 소식에 공항이 마비됐대요.”


한류의 힘은 진짜구나! 발표회 내내 부스는 시끌벅적했다. 팬들은 지드래곤 대신 현대차 관계자가 무대에 등장하면 한숨을 쉬었다. 유명한 이처럼 보였던 중국 여성 사회자도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60425_112540.jpg 베이징모터쇼 북경현대차 언론발표회 시작.


마침내 이번 프레스 콘퍼런스의 핵심 베르나(현지명 ‘위에나’)를 타고 지드래곤이 등장하자 전시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새 차가 이 정도 환호를 받으면 대박 나겠다!’ 생각할 때쯤 지드래곤은 기념사진만 찍고 바로 사라졌다. 아니 왜 노래도 안 부르고 가? 공연까지 하면 사람이 몰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몰라 모터쇼 조직위에서 금지했다는 후문을 현대차 직원이 들려줬다. 현대차 부스엔 이날 연애매체까지 몰려드는 등 최대 인파가 몰렸다.


8001727778_20160509.JPG 지드래곤이 베르나를 타고 모터쇼에 등장했다.


그러나 화려한 쇼가 끝나자 아쉬움이 남는다. 신차 발표를 하긴 했는데 지드래곤만 생각나지 않은가. 아니 뭐 지드래곤이 베르나를 위해 한마디도 안하고 말이야.


더구나 발표회를 시작하며 중국과 한국의 내빈 소개를 10명 넘게 하는 건 지루했다. 역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의전인가. 서양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다른 브랜드에서는 이렇게 내빈들을 많이 소개하는 것은 보기 힘든 모습이다.


기아차와 합작사인 중국 둥펑만 해도 행사 전에 직원들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들의 어깨띠엔 ‘노동자는 위대하다’고 적혀 있었다.

DSC02136a (1).jpg 둥펑기아의 우수직원들이 모터쇼에 와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외현 기자 제공


현대차가 다음 모터쇼에선 한류 스타보다 새 차, 의전보다 직원을 대우하는 발표회를 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차에 관심 없는 한류 팬보다 차를 사랑하는 팬이 더 많이 모여들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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