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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Jun 26. 2016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방문기(2)

아이들보다 개가 더 많은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인 <크로니클> 방문기 두번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앞선 첫번째 글에서는 미국 종이신문이 처한 현실과 그럼에도 롱폼 저널리즘을 지켜나가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번 이야기는 집값이 미국에서도 손꼽히게 치솟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도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수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등 아이티기업 직원들 때문일까요? 한쪽에서는 신 디지털 경제를 열어가지만 한쪽에서는 소득 격차가 커지는 현실에 대해 물었습니다.   



<크로니클> 편집국으로 들어가기 전 엘리베이터 앞의 벽입니다. 홈페이지에 어떤 기사가 올라와 있나 모니터로 보여줍니다. 




편집국의 전경입니다. 한국 <한겨레신문> 편집국의 모습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좀더 넓고 약간 더 쾌적해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인터뷰를 한 <크로니클>의 네비우스 칼럼니스트입니다. 서울 올림픽도 취재한 적이 있는 베테랑 취재 기자 출신입니다. 



 

크리스틴 고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이미 퓰리처상을 받은 후덜덜한 분입니다. <크로니클>에서 디지털 전략 뿐만 아니라, 특집 기사, 일요판 등을 맡고 있습니다. 


<크로니클>을 방문해 크리스틴 고 에디터와 네비우스 칼럼니스트를 만난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




샌프란시스코 시내, 전차가 다닌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비우스 칼럼니스트와 크리스틴 고 에디터는 테크 기업이 샌프란시스코 젠트리피케이션과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지목하지 않습니다. 원인 중에 하나 일순 있지만,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역사에 주목합니다.


오래전부터 관광산업이 샌프란시스코의 큰 축이었고, 관광도시인 샌프란시스코가 가지고 있던 문제라고 합니다. 또, 시민사회나 시청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누구도 머리를 맞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 지역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세계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테크 기업이 드리운 그림자라고 쉽게 기사를 쓰려 했던 게 역시 전문가들 앞에서 무너집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Q : 양극화의 원인으로서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이 주요하다고 보는데, 기업이나 그 기업의 세금을 받는 시 당국 입장에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네비우스 : 그 문제의 근원으로 테크 기업을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그래서 굉장히 험한(tough) 지역으로 회사를 옮기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걸 제안했다. 그 예로 저기 마켓스트릿 11번가에 트위터(우버도 그렇다)가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 가장 큰 경제적 문제의 근원 바로 관광산업이다. 매년 9~10billon dollars a year가 관광산업으로 인해 벌어들인다. 테크기업은 그 중 한 부분이다. 그들이 물가를 올리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관광도시다.

      

크리스틴 : 나도 소득불평등(income disparity)이 단지 테크기업이 일으킨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나는 어렸을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데서 자랐는데 그때도 여기 와서 거리를 걸으면 노숙자들이 많았다. 이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수년간, 수십 년간. 샌프란시스코는 항상 극단적인 양극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한 쪽은 부가 넘치고 다른 한 쪽은 빈곤이 넘치는. 나는 이게 단지 시 당국의 책임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의 책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노숙자가 없는 도시로 유명한 곳은 유타의 솔트레이크시티다. 유타 주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모르몬교도 교회때문이다. 거기에서 교회의 역할은 굉장히 적극적이다. 노숙자애게 집을 마련해주고 주민사회에서 그들을 돕는 기부를 북돋고 있다.


 솔트레이크 시티는 그 규모도 큰데 affordable housing의 숫자는 여기보다 더 넉넉하다. 근데 여기 교회에서는 밤에 노숙자들이 그 앞에서 잠을 못자게 하거든. 지역사회, 종교단체, 기업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머리를 모아야 하는거라고 생각한다. 

   

네비우스 : 크리스틴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의견을 조직화하지 않고 각자의 수준에서 의견을 내면 자꾸 무산되는 거다.


     

샌프란시스코의 관광명소 금문교



Q : 정부나 시 차원에서는 일부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주거지를 부자동네에 섞음으로서 양극화를 무디게 하려고 하는데 이게 잘 될까?

     

네비우스 :  샌프란시스코의 고질적인 문제다. 샌프란시스코만큼의 크기를 가진 국제적 도시에서 신기한 일인데, 여기서(신문사에서) 마켓스트릿 5번가부터 엠바카데로 해변까지는 고층의 화려한 쇼핑센터도 있고 금융지구가 위치해있다. 하지만 정반대로 돌아서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길에 빈곤이 만연하고 거리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근데 정말 문제인것은 이게 시내의 중심부까지 침투했다는 것이다. 시청에 가봤나? 시청 건물은 미국에서도 손꼽을 만큼 멋진 건물인데, 어쨌든 센트랄 마켓에서부터 시청 사이에 마약, 빈곤이 판치는 ‘텐더로인’(지역명)이 있다. 위험한 구역이다. 도시가 대도시화·고층화(manhattanization)되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밀려나고 있다. 


테크기업들이 전입해오면서 세금이 올랐고, 도로 사정을 굉장히 정신없게 만들었다. 이 테크기업에 다니는 대학졸업자들, 고소득의 직장인들이 “이건 말도 안돼, 우린 잠도 안자고 일하는데” 라며...이런 속담 들어봤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squeaky wheels gets the oil)고 그들이 더 불평불만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시내 중심부까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거다. 텐더로인(빈민가)에 놀라운 수의 가족이 기거하고, 특히 취학연령의 아이들이 많다는 점. 그 사람들은 이 도시에 몇 세대 째 살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그 사람들을 몰아내고 부유한 자들의 섬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크리스틴 :  도시의 경제적 다양성을 보면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전역의 다른 어떤 큰 도시와 비교해서 취학연령에 있는 아동의 숫자가 최하위를 기록한다. 나는 그게 무엇을 말한다고 보냐면 중간계층이 없다는 걸 말한다고 본다 (중산층이 없다.) 또 ‘가족’의 숫자도 적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아이가 생기거나 결혼을 하면 집을 사야 하는데, 여기서는 집을 사는 게 힘들다. 굉장히 조그만 공간이 1백만 달러다. 근데 내가 20마일 정도를 벗어나면 좀 더 멀끔한 집을 구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은 집을 사는 것과 내 아이가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어버린다.(교외로 벗어났기 때문에) 

     

네비우스 : 사실 샌프란시스코엔 아이들보다 개가 더 많다. 그리고 여기서 1백만 달러짜리 집을 헬리콥터로 그대로 들어서 교외에 가져다 놓으면 가격은 딱 절반 혹은 1/3이 된다. 베이(만)에서 오션(태평양)까지 7마일, 여기 베이에서 다운타운(시내)까지 7마일, 총 14제곱마일 안에 거의 백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매우 명백하게 문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필즈 커피. UC버클리 근처.


크리스틴 : 아마 베이에리어(14마일스퀘어)에만 주목하고 있을텐데,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다른 만 건너편으로도 낙수효과처럼 번지고 있다,(trickle out) 주택 렌트비(월세)가 상승하고 여기서 살 정도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먼 곳으로 이사 나간다. 그래서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네비우스 : 또 한 가지 우리가 썼던 기사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되게 좋은 하이엔드 부띠크나 상점들이 직원을 구하기가 어려웠었던 사건이다. 그 상점 직원들은 꽤 괜찮은 급여조건에도 불구하고 통근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꽤 괜찮은 급여조건이란 의료보험이 되고 41K보험이 되며, 최저임금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에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한 것은 만을 건너가 사는 것이었다. 근데 그 오클랜드도 이제는 비싸져버렸다. 그렇게 오클랜드로 나가면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서 2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 그러니 이 사람들은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차라리 밖에서 직장을 구하고 말지” 한다. 


그러다보니 관습적인 지혜가 생겨났는데, 사람들은 여기 싱글인 상태로 와서 만약 그들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면 이사를 간다. 우리가 항상 얘기하는 게 ‘문제는 3번째 침실’이란 거다. 하나는 부모, 두 번째 방은 아이에게, 그 후엔 이사를 가야한다.      


크리스틴 : 이건 전통이다.

     

네비우스: 근데 밀레니얼 세대(80년대 초중반 생~ 2000년대 초반 생)는 도시에 사는 걸 매우 신나게 여긴다. 이게 지난 20년간과 확연히 다른 점인데, 이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싶어한다. 차가 없어도 상관하지 않고 그냥 걸어다니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도시의 다른 힘을 구축하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저기 야구장 근처(AT&T Park)인데 학교 건립과 관련해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컨설턴트가 와서 “걱정하지 마요, 젊은 고소득층이 몰려올 거고, 콘도를 사고, 아파트에 살면서 만약 그들이 결혼해서 애가 생기면 나가고 애들 보고 살라고 할 거에요.” 이제는 상황이 아동인구폭발 (Kid Explosion)로 변할 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기 밑에 도서관에서 ‘스토리 타임’이란 걸 시작했는데 아주 인기가 좋다. 사람들이 애들을 데리고 와서 3시간씩이나 대기를 한다. 책을 대여하려면 1주일보다도 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대기명단도 등장해서 번호표를 받는데, 누군가 오지 않으면 차례가 당겨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 돌아가게 하려고 학교 건립을 의논하는 것이다. 아마도 (다시) 언젠가 개보다 애들이 많은 날이 올 거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 고갯길이 많다.



네비우스 : 우리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외에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중산층이다. 나는 우리 도시에 경찰, 소방관 등이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 그건 정말 최적의 상황일 거다. 특히나 당신이 섬에 사는 사람이라면. 1989년에 베이브릿지(샌프란시스코와 만 건너 오클랜드 쪽을 연결)가 붕괴했는데 어느 누구도 거길 건널 수가 없었다. 


만약 큰 대형사고가 일어났는데 경찰과 소방관이 저 멀리 산다면 어떻게 적시에 도착할 수 있겠나. 학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학교 선생님들은 1년에 65000$를 번다. 만약 그 둘이 결혼을 했다고 쳐서 각자 65000$를 번다고 치자. 120000$를 번다고 해도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서 밀려난다(priced out).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affordable house를 만들려고 한다. 두 사람에게 살 만한 집이 120000$ 정도다. 이건 미국 중부에 사는 사람이 들었을 땐 미친 소리겠지만 여튼 이게 현실이다.

 

또한 건물의 높이 규제 역시도 완강하다. 빌딩의 높이를 올리려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 많다. 굉장히 논쟁적이다. 뿐만 아니라 매우 적극적으로 현상을 보수하려는 기존 주민들의 태도도 있다. 제일 대표적인게 mission district인데 여기에 히스패닉, 라티노 등 저소득층 사람들이 아파트를 렌트해서 살고 있다. 근데 여기서 집을 구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미션지구가 지금까지 어떤 건물도 어떤 용도로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규제가 완강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점점 커가고 있다. 우리는 매년 1만 명의 사람이 샌프란시스코로 전입 오는 걸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포드대 주변



Q : 정치적인 영역에서 질문하겠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진보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불평등이 커지는 곳에서 트럼프지지자가 증가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런 아이러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비우스:  정치인들이 말하는 ‘파란색 주’ 와 ‘붉은색 주’라는 거 들어본 적 있나. 정치인들이 이 지역에 대해 말하길, 여긴(샌프란시스코) 전부 파랑인데 그 중에서 조금씩 다른 파란색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거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동성결혼이라던가, 마리화나 합법화 등에서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진보적인(progressive) 곳이다.  


그 도시를 보존하고, 도시의 가치를 보존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은 굉장히 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진보적인 것이 너무나 빨라져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것 같다. 진보적인 그들이 바로 개발과 개선을 막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도시를 보존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길 원하거든.

 

트럼프에 대한 반발이 있다. 그런데 분명히 존재하는 건 테크기업에 대한 반발도 있다는 거다. 너도 알지, 구글의 북적거림(Google bustle). 이게 굉장히 논쟁적인 부분이다. 너가 생각하기에 자유주의(liberal) 환경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수천대의 차가 사라지고 직원들을 위한 버스를 공급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밸리까지 환경오염도 줄이고 더 적은 차량으로 통근하게 만들 수 있다”가 되게 좋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이웃주민(원주민)들은 싫어한다. 


테크기업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들이 전입해오면서 부동산과 동산을 사들이는 거 말이다. 이건 참 웃긴 역학인거지.(dynamic) 네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것이 사실은 논쟁이 되고 있다는 거 말이다.

      


샌프란시스코 애플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대부분의 기업이 샌프란시스코 주변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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