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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Oct 23. 2016

팩토리 열전 : LG 스마트폰 공장

최첨단 스마트폰 공장의 작업화는 '실내화'

사상 최초로 공개되는 엘지 스마트폰 평택 공장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버스로 한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기자들의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모두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그만큼 스마트폰 개발 시설과 생산 설비는 기업의 일급 비밀에 속합니다. 그동안 꽁꽁 감춰놨던 시험실을 개방하면서 엘지전자는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V20의 내구성을 보여주고 싶어 했습니다.    




“먼지가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여기 방진복과 덧신을 착용하세요.”

 옷 위에 연노란색 방진복을 입고 하늘색 덧신을 신어야만 출입이 허용되는 곳. 치열한 신제품 출시 경쟁 탓에 단 한번도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곳.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엘지(LG)전자 스마트폰 공장을 지난 19일 찾았다.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는 첫 관문은 바람을 맞는 에어워시룸이다. 길이 3미터 방을 지나는데 사방에서 바람이 쏟아져나와 먼지를 걷어간다. 스마트폰 최종 조립라인은 24시간 클린룸 시스템을 가동한다. 미세한 먼지 하나도 첨단 전자제품을 불량품으로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엘지전자는 1평방피트 당 미세먼지 수가 외부 공기의 수백만분의 일에 불과한 1만개 이하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먼지 하나라도 놓칠새라 공장 안은 대낮 보다 더 밝았다. 엘지의 전략 스마트폰인 V20을 생산하는 6번 라인에 들어서자, 방진복을 입은 여성 노동자들이 기계 옆에 서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엘지 각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 만든 기판, 배터리, 케이스 등의 부품을 모아 조립한다. 배터리와 심카드까지 끼워 조립 중간 중간에 기본 부품의 특성을 검사하는 다기능통합검사시스템(MITS)를 거쳐 센서 등을 자동화설비로 검사하는 추가기능검사, 사진·동영상 기능 등을 사람이 직접 검사하는 ‘사용자기능검사’ 등을 연달아 한다. 여기서 ‘통과(pass)’를 받은 제품만이 포장 공정으로 간다. 

 

  조립 라인의 길이는 27m이며 라인별로 10∼16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노동자들은 2시간씩으로 짜여진 한타임을 4번 소화한다. 일감이 많을 경우 5타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공정은 로봇팔 등 자동화됐지만 라인에 따라서는 노동자가 직접 하는 곳도 있었다. 자동화가 라인별로 진행되고 있어 갈수록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보였다. 


여성 노동자들은 엘지전자라고 쓰여진 검정색 실내화를 신고 일하고 있었다. 반도체 생산라인처럼 온 몸을 방진복으로 갈아입는 게 아니라 방진복 상의를 입는 정도다. 머리 스타일도 자유로웠다. 젊은 그들의 모습에서 전자업계에서 일하는 수없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스마트폰 가속 수명 시험실


여성 노동자들의 손놀림은 숙련된 것처럼 빨랐다. 이들은 하나씩 하나씩 스마트폰을 들어도 보고, 눌러도 보며 확인했다. 손에는 스마트폰을 작동하고 터치감을 확인하기 위해 검지가 뚫린 장갑을 꼈다. 엘지전자 단말제조팀 김승렬 부장은 “고급 기종의 부가가치에 따라 사용자기능검사에 많으면 4명이 배치되고 2명도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지전자는 최종 조립라인의 10여 가지 공정 가운데 검사 비중이 50%를 넘어선다고 했다.

 

 노동자 눈으로 불량 여부를 확인하는 최종 검사를 마친 뒤 이어폰 등 악세사리까지 포장된 스마트폰 제품은 무게를 측정해 다시 확인한다.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정상 무게이면 소비자에게 보내진다. 평택 공장은 23개 조립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한 라인에서 보통 하루 4000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이날 6개 조립라인에서 만들어진 V20은 북미로 수출되는 제품되는 엘지전자의 기대작들이다. 

 

생산라인을 둘러보기 전에 방문했던 곳은 스마트폰 개발 인증실이었다. 엘지전자의 휴대폰사업부문을 책임지는 신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1000여가지의 검사를 약 5000시간 동안 통과한 스마트폰 만이 양산 과정에 들어간다. 시험은 스마트폰에 여러가지 다양한 상황을 적용하고 극한까지 몰아부치는 식으로 이뤄진다. 

스마트폰 자유낙하시험

 


자유낙하시험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손에 쥔 높이·통화중인 높이 등을 가정해 철판으로 떨어뜨린다. 1m 높이의 투명 사각통에 스마트폰을 넣고 회전시켜 수백회 이상의 연속낙하시험을 하기도 한다. 수명시험은 스마트폰에 특수프로그램을 깔아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뒤 24시간 풀작동시키며 관찰한다. 고속충전과 게임을 할때 나오는 발열 시험도 있다. 김균흥 엘지전자 MC개발품질보증실 부장은 “여기서 문제점이 나오면 이를 개선한 뒤에야 양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떨어뜨리고 충격을 주는 시험도 있었지만 커넥터 연결을 반복하는 실험도 인상적이다. 실험용 스마트폰에 이어폰이나 충전기 단자 등을 다양한 위치에서 꽂아버리거나 여러번 구부려보는 등 안정성을 테스트한다. 그런데 애플은 아이폰7부터 이어폰 단자를 없애버렸다. 삼성도 갤럭시S6 부터 무선충전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개발시험실에서 이어폰과 충전기단자 커넥터 테스트는 언제까지 진행될까? 


 최첨단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불량품과의 끝없는 싸움이다. 개발과 생산 양쪽에서 기계와 사람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100만대 가운데 어디에서 몇 개의 불량품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이런 품질개선 의지를 전달하듯 회사는 공장 벽에 ‘개선의 기본정신 10가지’라는 표어를 붙여놨다. 1번은 ‘궁하면 통한다’로 시작해 10번 ‘개선은 무한하다’로 끝났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V20의 튼튼한 내구성을 알리기 위해 어렵게 평택공장의 실험실과 생산라인을 공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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