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콘셉트-아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8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정보기술(IT)의 경계가 더 허물어진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3800여개 업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스를 꾸린 곳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꼽을 만했다.
도요타는 ‘콘셉트-愛(Ai)’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랑 애’자는 일본어로 인공지능(AI)와 비슷하게 ‘아이’로 발음된다. 도요타의 미래 개발 전략을 엿볼 수 있게 작명한 이 차는 인간과 교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전자의 표정을 인식해 데이터화하고, 운전자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나 대화 등을 찾아 감정 상태까지 파악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차는 운전자가 행복감을 느끼거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주행 경로를 제안하고, 운전자의 어떤 감정에도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도요타는 “콘셉트카 내용의 일부를 탑재한 실험 차량이 일본의 도시를 주행할 예정이고, 수년 내에 일반 도로 위에서도 실증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자동차와 정보기술 업체의 자율주행차 개념은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똑똑하고 냉철한 인공지능을 동원해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운전대를 기계에 맡길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도요타는 최근 산업계에서 핵심적 경향으로 떠오른 ‘사용자 경험’(UX)을 끌어왔다. ‘사용자 경험’은 제품과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반응과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을 말하는데, 자율주행차를 냉정한 기계가 아닌 따뜻한 파트너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도요타 부스를 찾아 ‘콘셉트-아이’를 유심히 지켜볼 정도로 도요타의 전략은 눈길을 끌었다.
엔비디아도 이번 전시회에서 코-파일럿 기능, 운전 보조기능을 선보였는데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었다. 얼굴의 눈과 입 모양 등을 자동차가 파악해 운전자가 졸린지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이전보다 발전된 기술을 선보였지만 도요타만큼 새로운 카드를 보여주지 못했다. 기조연설을 한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끊김이 없는 자율주행차가 가능해야 한다며 미국 우주항공국(NASA),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야간 자율주행에 성공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전시했다. 포드는 업계에선 처음으로 아마존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를 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로는 차에서 집안의 온도를 미리 맞추는 등 가전기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구글과 우버 등 정보기술업체의 자율주행 기술은 전통 자동차업체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자동차업체들도 자동차공유서비스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공지능이나 지도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다. 자동차 운영체계를 넘겨주면 자동차 제작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에서다. 그러나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선 차별화 전략에 대한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이 크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