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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Mar 18. 2017

반도체 1등들, 자율주행차 '속도 무제한 배팅'

'PC' 인텔,  '통신' 퀄컴, '게임' 엔비디아, '메모리' 삼성

몇년 뒤엔 자동차 꽁무니에서 ‘1.5(1500㏄)’나 ‘330(3300㏄)’ 같은 숫자는 사라질 것이다. 엔진의 실린더 용량을 나타내는 숫자 대신 ‘인텔 인사이드’나 ‘퀄컴’이라고 쓴 차가 등장할지 모른다. 


정보통신(IT)업체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로 유명한 미국 인텔은 자율주행 카메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7조6천억원)에 인수한다고 13일 밝혔다. 모빌아이는 자동차 카메라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로 지엠(GM), 현대차, 베엠베(BMW) 등 27개 자동차 회사에 기술을 팔고 있다.



인텔이 CSE2017에서 BMW와 모빌아이와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인텔 제공


인텔이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은 주력이었던 개인용컴퓨터 시장은 줄어들지만 자율주행차라는 엄청난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외부 환경을 확인하기 위한 카메라, 센서, 통신기기가 필요하고 이런 장치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해 운전을 하는 ‘컴퓨터 운전자’가 탑재된다. 데이터 수집·처리·판단에는 모두 반도체가 쓰인다. 


인텔은 2020년 자율주행차 한 대당 하루 4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1테라바이트는 1024기가바이트(GB)다. 


인텔은 반도체 공급을 넘어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클라우드와 운전을 결정하는 인공지능(인텔고) 등을 묶어 자동차 업체에 자율주행차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컴퓨터의 성능이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에 의해 결정되듯 자동차의 ‘머리’를 인텔이 맡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인텔 부스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 트렁크에 설치된 인텔 장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은 자동차 경로 계획과 실시간 운전 결정 등 자율주행을 위한 중요한 기초기술을 제공한다. 모빌아이는 업계 최고의 컴퓨터 시각 능력을 자동차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자율주행의 미래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1월엔 디지털 지도 및 위치기반 서비스 제공업체인 히어의 지분 15%도 매입했다. 지도와 중앙처리장치 등 두뇌를 갖춘 상태에서 감각(모빌아이)까지 확보한 셈이다.      


IBK투자증권 자료.


PC용 반도체 1위인 인텔의 투자는 퀄컴의 행보에 자극받은 것도 커보인다. 통신용 반도체 1위 업체인 퀄컴은 자동차용 반도체 1위 업체인 네덜란드 엔엑스피를 2015년 반도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인 47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스마트기기의 성장 중심이 휴대전화에서 자동차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 투자다.


게임 그래픽 반도체칩으로 주로 알려진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시스템에선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는 17일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차의 뇌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에 탑재하는 온보드 컴퓨터인데, 엔비디아의 딥 러닝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개발해 "보쉬는 자동차가 교통 상황 속에서 스스로 조작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폴크마 덴서 보쉬 회장은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월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운전보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머신러닝을 통해 만들어지는 알고리즘을 저장하는 칩을 보쉬에 공급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완성차 업체인 테슬라, 벤츠 등과도 자율주행시스템을 놓고 협업 중이다. 게임그래픽칩(GPU) 1위 업체인 엔비디아가 인텔과 퀄컴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인 삼성전자도 이에 뒤질새라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드카 분야에 기술력을 가진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1월 독일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퀄컴이나 인텔, 엔비디아에 견줘 아직 갈 길은 먼 것을 보인다. 



엑시노스 프로세스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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