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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Mar 09. 2017

로봇에 세금 물리면 소득불평등 해결되나

빌게이츠가 촉발한 로봇세 논쟁 


엘지(LG)전자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서 안내·청소 로봇 시험운행에 들어갔다고 공개했습니다. 엘지 로봇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이미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요. 공장 등 제조업에서만 쓰던 로봇이 이제는 안내와 청소 등 서비스업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로봇의 도입은 공항 서비스를 앞으로 좀더 편리하게 만들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건 일자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로봇이 공항 바닦을 깨끗이 쓸고 다니면 지금 공항에서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은 할 일이 없어지는 셈이죠. 더구나 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계약 연장이 안되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크고 임금 수준도 낮은 일자리로 꼽힙니다.


그래서 최근 빌 게이츠가 주장한 ‘로봇세’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된 빌 게이츠는 지난달 온라인매체 <쿼츠>와 인터뷰에서 노령층 및 저소득층을 돕고 직업훈련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로봇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연봉 5만달러를 받는 공장 노동자는 수입에서 소득세, 사회보장세 등의 세금을 문다. 로봇이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번다면 같은 수준으로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엘지전자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시험운행에 들어간 공항 안내 로봇.


<파이낸셜 타임스>는 빌 게이츠의 이 주장이 이전의 논의 보다 한발짝 더 나아갔다고 평가합니다. 이전에도 자동화에 대해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은 있었지만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빌 게이츠의 주장은 좀더 급진적입니다.


빌 게이츠는 이런 로봇세를 도입하게 되면 산업의 모든 부문에서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거둔 돈으로 재교육과 복지 서비스 등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지요. 빌 게이츠는 “(이러한 역할을) 기업이 할 수 없다. 불공평에 대해 어떤 것을 하고 싶다면 저소득자를 돕고, 노인과 장애인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많은 일이 있다. 정부가 큰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봇세는 사실 빌 게이츠가 새로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유럽의 입법가들은 이미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재교육 시키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로봇의 소유주에게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집권당인 사회당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도 소득 불균형과 일자리 부족 해결책으로 모든 국민에게 매달 600∼750유로(약 75만∼9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동기계장치 사용으로 창출되는 부에 세금을 부과하는 ‘로봇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빌 게이츠가 일자리에 대한 걱정 만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술 혁신이 지상과제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빌 게이츠는 <쿼츠>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혁신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열광하기보다 공포심을 갖는다면 정말로 나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동화의 확산 속도를 의도적으로 낮춰 사람들의 공포심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세금 부과가 혁신의 어떤 요소들을 그냥 금지시키는 것보다 확실히 이를 다루는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도 21일치 사설을 통해 “(로봇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긴급하게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로봇세는 어느정도 논리가 있다’고 제목을 단 이 사설은 “과거의 산업혁명은 사회적 격변을 초래했어도 장기적으로 전체 고용 수준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정책 담당자들은 다음 단계의 자동화 역시 괜찮을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점점 커지는 소득 불균형의 이유를 ‘기술의 발전’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습니다.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진짜 이유인 정치, 교육, 세법 등의 문제 대신 로봇이라는 비인격적인 것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괜한 로봇 탓을 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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