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주항공국의 흑인 여성들.
인공지능(AI) 시대가 오기 전, 사람의 뇌가 컴퓨터보다 똑똑했던 시절의 이야기. 영화 <히든 피겨스>를 보고.
1. computer가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는지 처음 알았다. 미국 우주항공국 나사의 computing 그룹에서 일하는 세 흑인여성의 이야기다. IBM이 들어오기 전엔 사람들이 직접 연필 굴러가며 계산을 하고 검산을 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compute의 뜻이 계산하다 였다. 그걸 이제껏 몰랐다.
2. 흑인 차별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새삼 다시 알았다. 출근길에 차가 퍼지자 순찰중인 보안관을 만나 도움을 청하기 보다 얼어붙은 흑인여성들. 보안관은 왜 차가 고장났냐며 흑인들을 다그친다. 유색인종에게는 승진 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허용하지 않았던 60년대 미국. 현실은 영화보다 더 했겠다.
3. 피부색 뿐만 아니라 여성이 직장에 발을 딛기 힘든 때였다. 우주그룹에 달을 딛은 캐서린. 우주그룹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 뿐이다. 상급자의 비서 역할이다. 캐서린에게 백인 남성들은 적의에 찬 눈길을 던진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인 캐서린은 능력을 발휘한다. 그가 대항한 인물은 미드 '빅뱅이론'의 쉘든.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쉘든은 천재 백인 남성으로 나오는 이다. 일부러 한 캐스팅일까. 히죽히죽 웃음이 나온다.
5. 계산원이 능력을 발휘한다 해도, 나사는 거대한 IBM을 안에 들인다. 이러한 변화를 알아본 도로시는 포트란을 공부한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서관 컴튜팅 그룹의 흑인 계산원들에게도 IBM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컴퓨터 언어를 가르친다. 동관에서 일하는 백인 계산원들은 구조조정이 자신 보다 비정규직인 흑인에게 먼저 닥칠 것이라 생각하고 별 생각이 없다. 결국 생존을 고민한 흑인 계산원들은 나사 IBM 전산실을 접수한다. 인공지능 시대도 절박한 사람들만 살아남는게 아닐까.
6. 마지막으로 수학의 중요성. 문과에다가 수알못인데 내가 어찌 수학의 중요성을 알았겠나.ㅋㅋ 과학기술이란 물리적인 뭔가를 만들고 쏘고 하는 줄 알았는데, 수학이 없으니 아무것도 못하는 거다. 미국은 1960년대에 우주로 로켓을 쏘아올린 나라구나 새삼 느낀다(그렇지만 싸드는 쫌 ㅎㅎ)
암튼 기대보다 재미있는 영화다!. 첨언하자면 왜 스크린이 가장 많은 CGV는 이런 영화는 자정에 상영하거나, 몇개 안되는 극장에서만 틀어주나!!! 지난번 '얼라이드'도 그렇고, 막상 보고 싶은 영화는 롯데시네마나 가야 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