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현대차가 고양에 만든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다녀왔다.
현대차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기업이지만, 그동안 자동차 기념관 하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서울모터쇼 마지막 주말에 현대차는 고양에 만든 모터스튜디오를 공개했다. 건물만 봐도 꽤 큰 규모, 현대차가 어떤 공간을 만들었는지 다녀와봤다.
자동차는 전통과 철학이 중요하다.
안 그런 상품이 있겠냐마는 어떤 철학과 어떤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는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때 일정하게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까지 갈 필요도 없다. 어떤 제품을 만들지도 이미 철학에서 결정난다.
그런 면에서 각 자동차업체들이 만든 박물관은 곱씹을만 하다. 그 회사들이 걸어온 길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 아우디, BMW 등 세계를 호령하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주로 역사를 내건 박물관을 만들었다. 디젤엔진 등을 처음으로 개발하는 등 그들의 역사가 자동차의 역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럼 현대차는 모터스튜디오에 무엇을 담았을까?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전시공간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지만, 대기선이 보이는 곳부터는 돈을 내고 예약을 해야한다. 만원을 내고 가이드투어를 예약했다. 가이드투어가 아닌 상설전시관 관람은 이보다 싸다. 예약제라 투어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상설전시관에 처음 들어서면 철부터 만난다.
포스코 등 제철소를 여러차례 취재갔지만 만져볼 기회는 없었던 철의 재료인 코크스와 팰릿을 자동차 테마파크인 이곳에서 실제로 만져볼 수 있다. 현대차는 철에서 자동차까지를 모토로 한다. 정주영 회장에 이은 정몽구 회장까지 현대차 창업주 일가의 끝없는 철에 대한 강한 욕망이 기업 철학에까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철부터 생산하는 자동차 업체는 세계적으로 현대차 뿐이다.
그다음은 철판을 자르고, 용접하고, 조립하고, 도장하는 자동차 제작 공정을 하나씩 보여준다.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로봇을 가져다놨다. (아마 공장에 쓰이는 로봇도 계열사에서 만드는 자동차 업체는 현대차 뿐일까?) 자동차 제작 공정을 이해하기 쉬운 동선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쉬움이 남는다.
왜 모터스튜디오를 고양에다가 세웠을까? 고양은 현대차의 공장도 없고, 현대차의 역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곳이다.
폴크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나 BMW뮤지업 역시 테마파크에서 자동차 제작 공정을 구경시켜준다. 그러나 여기는 진짜를 보여준다. 옆에 있는 공장을 견학하는 방식이다. 실제 제작이 이뤄지는 일부 공정을 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이 테마파크의 위치 역시, 현대차의 울산 같은, 볼프스부르크나 뮌헨이다.
현대차는 고양에 공장이 없으니 로봇을 가져다 제작 공정 모형을 전시했다. 궁여지책일수도 있고, 아니면 여기서도 충분히 제작공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일 수 있다.
자동차 제작 공정을 보여준 뒤 상설전시관의 주제는 현대차의 혁신으로 넘어간다.
먼저 안전. 실제 스몰오버랩 충돌 실험을 한 자동차를 가져다놨다. 현대차는 초고장력 강판 등을 활용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소리도 들려준다. 자동차의 여러 부품에서 나는 소리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흥미로운 공간이다.
다음은 엔진. 엔진의 각 부품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소리도 들려주고 설명도 한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이들이 주의깊게 볼만하다. 실제 엔진을 까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자동차에 관심이 적은 이들도 재미나게 즐길만한 공간들이다.
현대차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현대차가 뛰어든 모터스포츠인 WRC를 체험해볼 수 있는 라이딩 체험관도 있다.
이거 재미있다. ㅋㅋ
일본 도요타자동타도 도쿄 중심부에 자동차 테마파크인 메가웹을 만들었다. 자동차를 체험하게 한다는 모터스튜디오 고양과 컨셉은 비슷한데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그곳에도 있는 체험관의 영상은 오래되었는데, 현대차 것은 훨씬 재미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것 같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는 상설전시관과 현대차의 대표차종들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차 시승도 가능하다. 그랜저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것도 예약을 미리 해야 가능하다. 예약을 하고 테마시승 공간에 가면, 저 사진에 보이는 자동차 모양의 목합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 안내해준다.
현대차는 고양에 모터스튜디오를 왜 만들었을까.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다시 갸우뚱해진다. 현대차의 공장이 있는 울산이나 아산 등에 만들면 더 풍부한 체험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그때문인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는 현대차의 역사는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가 최초로 개발한 알파엔진 스토리도 없고, 수출까지 한 포니는 판매공간에서 미니어처로만 볼 수 있다. 현대차 역사의 산 증인인 개발자나 디자이너 이야기도 없다. 단지 새차와 새 전시물만 있다.
현대차는 10조원을 들여 한전 부지를 매입하면서 사옥과 함께 호텔,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했다. 수도권에만 현대차의 테마파크가 위치할지 모른다. 그곳의 컨셉은 얼마나 이곳과 다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혁신은 전통에서 나온다.